18년동안 음성만 팠더니 기회가 오네

[강소기업이 미래다⑨]한국 왓슨 꿈꾸는 셀바스AI

컴퓨팅입력 :2017/09/25 14:35    수정: 2019/01/10 14:00

4차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강소(强小)기업'이 국가 경제 혁신의 주역이자 좋은 일자리 창출의 모범으로 주목되고 있습니다. 지디넷코리아는 강소기업의 성공 노하우를 공유하고자 이들 기업에 대한 현장 탐방 시리즈를 시작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주]

스마트 스피커가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이미 판매 중인 것과 출시를 예고한 것까지 합치면 국내 소비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스마트 스피커는 6종에 이른다. 글로벌 강자인 아마존 에코와 구글 홈이 한국 시장에 진출할 가능성을 포함해 향후 제품 수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한국어를 지원하는 스마트 스피커가 늘어나고 사용자가 많아질 수록 남몰래 쾌재를 부르는 국내 소프트웨어(SW) 기업이 있다. 바로, 한국어 음성인식(STT)과 음성합성(TTS) 기술을 모두 가지고 있는 유일한 업체인 셀바스 AI다.

스마트 스피커와 사용자가 '대화'할 때 최전방 인터페이스를 담당하는 기술이 음성인식과 음성합성이다. 음성인식은 사용자의 말을 듣고 문자로 바꿔주는 기술로, 이 과정이 정확해야 사용자 질문의 의도를 파악하고 적당한 답변을 찾는 다음 단계가 가능해진다.

음성합성은 반대로 문자로된 정보를 사람이 말하듯 자연스러운 음성으로 만들어주는 기술이다. 과거에도 내비게이션, 스마트폰 등에 활용됐지만 최근엔 스마트 스피커를 비롯해 다양한 인공지능(AI) 비서 서비스가 확산되면서 더 주목받는 기술로 부상했다.

셀바스 AI

놀랍게도 셀바스 AI의 전신인 디오텍은 AI라는 용어도 생소했던 18년 전부터 이런 기술을 발전시켜, 현재 한국어 음성 인터페이스에 있어서 독보적인 기술 업체가 됐다. 음성인식 기술은 우리말의 특성과 발성 습관을 반영해 한국어에 대해선 세계 최고 수준 인식률을 보장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음성합성은 국내 시장에서 점유율 90%를 차지하고 있다.

셀바스 AI는 음성인식과 합성뿐 아니라 필기인식, 이미지 인식 등 AI서비스를 구현하는 핵심 요소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또, 이런 핵심 요소 기술을 기반으로 의료 산업에 특화된 AI솔루션들을 개발해 사업 영역을 확장하는 중이다.

셀바스 AI는 미래가 더 주목되는 기업이다. AI 기술 역량을 20여년 가까이 축적해 왔고, 이미 음성인식, 필기인식 등 핵심 기술이 회사의 안정적인 캐시카우 역할을 해주고 있다. 즉, 미래 먹거리가 될 새로운 AI 기술과 서비스를 확보하는데 필요한 기술 역량과 연구개발 투자 여력이 충분하다는 얘기다.

셀바스 AI 연도별 매출 추이

지난 몇 년간 실적은 좋지 않았다. 스마트폰 및 태블릿 시장 침체에 따라 관련 사업이 축소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사업 다각화, 자회사 셀바스 헬스케어와의 시너지에 힘입어 개선 흐름을 보이고 있다. 회사 측은 올해 상반기 인공지능 관련 다양한 상용화 레퍼런스를 만든 만큼, 3분기부터 실적 개선을 기대하고 있다.

핵심 기술과 제품: 문자·음성·이미지까지 국내 인식분야 기술 강자

셀바스 AI의 전신인 디오텍은 1999년 설립됐다. 회사는 설립 초기부터 필기인식, 음성인식 및 음성합성, 광학문자인식(OCR) 등 3가지 아이템에 주력해 사업을 펼쳐왔다. 모두 AI 카테고리 안에 있는 기술들이다. 초기엔 룰기반으로 개발됐지만 이후 딥러닝 기반으로 변경하면서 정확도를 끌어올렸다. AI 기술이 지금처럼 주목받기 전부터 AI 기술을 솔루션으로 만들어 상용화해 온 셈이다.

필기인식은 터치스크린에 쓴 손글씨를 문자로 인식하는 기술로, 회사는 '셀비펜'이라는 솔루션을 스마트폰, 내비게이션 등 다양한 스마트 디바이스 제조사에 제공하고 있다. 셀비펜은 한국어, 영어, 중국어 등 70개 언어를 지원하고 수식이나 도형도 인식한다. 회사의 필기인식 솔루션을 탑재한 단말기 수는 5억대가 넘는다. 다년간 수집된 필기인식 빅데이터를 머신러닝 기법에 적용해 국내외 최고 수준의 인식률을 자랑한다.

셀바스 AI는 필기인식 솔루션 시장이 교육 콘텐츠 분야와 내비게이션 분야에서 향후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특히 내비게이션은 중국 수출용 제품에서 수요가 늘고 있다. 한자를 자판으로 입력하는 게 어렵기 때문에 필기인식이 내비게이션 인터페이스로 주목받고 있다.

셀바스 AI 핵심 기술 개념도

음성인식 솔루션 '셀비STT'와 음성합성 솔루션 '셀비TTS'는 최근 스마트 스피커가 인기를 끌며 덩달아 주가를 올리고 있다. 북미를 중심으로 아마존 에코 붐이 일어 난 것이 나비효과처럼 셀바스 AI에 영향을 미쳤다. 국내 업체들이 스마트 스피커를 만들려고 보니, 한국어 음성인식 및 합성 솔루션이 요소 기술로 필요했고 이미 다수의 레퍼런스를 가진 셀바스 AI를 찾아오게 된 것이다.

스마트 스피커뿐만 아니라 내비게이션, 각종 서비스 로봇, 챗봇, 사물인터넷(IoT) 디바이스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음성 솔루션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관련 매출도 매년 급성장 중이다. 회사는 향후 음성 합성에 감정을 싣거나 가족, 친구 등의 목소리를 학습시켜 개인화시키는 등 기술 업그레이드를 준비하고 있다.

OCR 솔루션은 휴대폰 카메라로 신분증, 명함, 문서 등을 촬영해 이미지 속 문자를 인식하는 기술이다. 최근엔 인터넷전문은행의 등장을 계기로 금융권에서 비대면 계좌 개설이 활성화 되면서 OCR 솔루션에 대한 수요가 늘었다. 다수의 금융권에 OCR 솔루션을 공급해 관련 매출도 꾸준히 오르고 있다.

미래비전: 글로벌에서 인정 받는 AI 기술 회사...IBM의 왓슨처럼 '셀비' 키울 것

셀바스 AI는 글로벌 진출과 사업다각화라는 두 가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AI 기반 메디컬헬스케어' 분야를 미래 먹거리로 결정했다. 계열사인 셀바스 헬스케어와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봤다. 셀바스 헬스케어는 의료 장비, 시각장애인용 점자 단말기 등을 개발하는 회사다. 셀바스 헬스케어의 하드웨어와 셀바스 AI의 소프트웨어가 결합하면 의료 데이터의 확보와 분석 역량이라는 측면에서 모두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셀바스 AI는 의료 분야에 진출하기 위해 강점이 있는 음성 인식 기술을 활용했다. 그렇게 나온 것이 의료 녹취 솔루션 '셀비 메디보이스'다.

셀바스AI가 대한영상의학회(KCR 2016)에서 ‘셀비 메디보이스’를 시연하고 있다.

영상의학과, 병리학과, 수술장에서 녹취한 내용을 이전엔 의무기록사가 모두 손으로 타이핑해 문자로 변환해야 했다. 타이핑에 시간이 오래걸리다 보니, 의료진에 기록을 받아 환자와 상담하는 시간도 지체될 수 밖에 없었다. 셀비 메디보이스는 AI 학습 기반의 음성인식 엔진을 탑재해 한국어와 영어를 혼용할 수 밖에 없는 국내 의료 환경에 최적화된 자동 변환 기술을 지원한다. 의료용 영어단어를 한국어로 발성 시에도 90% 이상 정확한 영문 표기로 변환해 준다.

셀바스 AI는 3년전부터 의료 녹취 솔루션에 투자해, 최근 대구파티마 병원에 상용화하는데 성공했다. 의료 녹취 솔루션은 국내에서 셀바스 AI만 가지고 있다. 시장이 열리기만 하면 독점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앞으로 영상의학과 병리학과부터 확산해 나갈 계획이다.

셀비 체크업이란 의료 솔루션도 있다. 개인의 건강검진기록을 입력하면 폐암, 간암 등 주요 6대암 발병위험과 심뇌혈관질환, 당뇨, 치매 등 주요 성인병의 3년 이내 발병 확률을 예측해주는 서비스다. 세브란스 체크업(건강검진센터)가 셀비 체크업을 상용화해 서비스하고 있다. 보험사, 건강검진센터 등에서 수요가 늘고 있다.

셀바스 AI는 추가적으로 국내 대학병원·대형병원들과 의료 영상 데이터, 의료 빅데이터를 가지고 다양한 분과에서 활용할 수 있는 AI 기반 의료 솔루션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셀바스 AI는 셀비를 IBM 왓슨처럼 세계적인 AI브랜드로 키운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셀바스 AI가 의료 영상 데이터, 의료 빅데이터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이 데이터가 '비언어적'이라는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캐시카우 역할을 하는 한국어 문자, 음성 인식 기술은 국내 시장에서 성장 가능성은 크지만, 해외 진출에는 어려움이 있다. 영어가 메인인 글로벌 시장은 이미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같은 경쟁하기 어려운 기업들이 주름잡고 있어 틈새를 찾기 조차 힘들다.

셀바스 AI 김경남 대표는 "우리는 글로벌까지 지향할 수 있는 인공지능 솔루션에 투자해서 국내 레퍼런스를 가지고 해외로 진출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고 강조하며 "글로벌로 나가려면 비언어적인 데이터를 활용하는게 중요하다고 본다. 그래서 의료 영상 질병 수치 같은 것에 관심을 가지고 글로벌에서도 통할 아이템을 가지고 선행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또 셀바스 AI의 제품 브랜드인 '셀비'의 인지도를 IBM '왓슨'처럼 키우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그는 "지난해부터 AI 제품의 브랜드를 '셀비'브랜드로 통일하고 있다"며 "아직 이르긴 하지만 글로벌하게 성공 스토리를 만들어 가다보면 IBM의 왓슨처럼 AI브랜드로 셀비가 성장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문화: 구글같은 타운홀 미팅...분기에 한번씩 회사 방향 공유

셀바스 AI는 연구 중심의 회사다. 전체 직원 158명 중에 120여 명이 개발인력이다. 이 중엔 석·박사 및 10여년 이상의 경력을 보유한 전문인력도 많다.

기술력이 곧 회사의 경쟁력인 만큼 직원들이 연구에 몰입할 수 있는 제도들을 운영하고 있다. 직무발명 보상제도가 대표적이다. 특허나 연구논문을 보상해 주는 제도다. 이런 노력으로 회사가 보유한 딥러닝 관련 특허는 108개에 이른다.

소통을 강조하는 것은 셀바스 그룹 전체의 문화다. 셀바스 AI는 직급간의 거리감을 줄이기 위해 호칭은 영어 이름으로 바꿨다. 또, 분기마다 회사 사업의 진행 사항을 공유하는 타운홀 미팅도 진행하고 있다.

문화행사를 진행하기 전 타운홀 미팅을 진행하고 있는 김경남 대표.

타운홀 미팅은 대표님 훈화 말씀같은 자리가 되지 않도록, 원하는 직원들만 참석하면되고 같이 연극 공연을 등을 보러 가는 문화행사에서 캐주얼하게 진행하고 있다.

또 연 4회 전직원이 원하는 야외활동을 하며 스트레스를 푸는 '아웃도어 액티비티' 제도도 시행중이다. 연말에 직원 설문조사를 통해 내년에 하고싶은 액티비티를 추천받는다.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계절마다 프로그램을 3가지씩 구성해 직원들이 신청할 수 있게 했다. 지금까지 족구와 치맥파티, 한탄강 레프팅, 캠핑장 요리대회 등이 인기를 얻었다고 한다.

김경남 대표의 경영철학: "일은 사람이한다"...인간적인 인공지능 기업 만들기 목표

김경남 대표는 1990년 KAIST에서 전자공학 학사, 1992년 포항공대에서 전자공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석사 때 컴퓨터가 이미지를 인식하는 '비전'을 전공했다.

김경남 대표

이후 1992년 삼성전자 기업통신부 연구원으로 직장생활을 시작해, 1997년 삼성전자 출신들이 만든 네트워크 장비회사 디오스오텔레콤에 연구소장으로 합류한다. 2001년 디오스오텔레콤이 텔슨정보통신에 인수되면서 텔슨정보통신 연구소장으로 자리를 옮긴다. 그러다 2004년 인프라웨어로 적을 옮기고 2015년 7월부터 계열사인 셀바스 AI 대표이사직을 맡고 있다.

김 대표는 셀바스 AI가 "인공지능 전문 기업으로 성장하면서 인간적인 기업"이 되길 바라고 있다. 그는 "'일은 사람이 한다'는 얘기를 입버릇처럼 하고 다닌다"며 "직원들을 존중해 주고, 직원들끼리 서로 존중해 주면서 일하는 분위기를 만들어 줘야 직원들도 회사의 비전이 개인의 비전이라는 생각을 갖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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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바스 그룹의 철학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많다. 셀바스는 지구상에서 식물의 성장이 가장 빠른 열대 우림을 부르는 말이다. 끊임없는 도전으로 동반 성장하겠다는 경영 철학이 담겨있다.

김 대표는 "회사가 이윤만 추구하면서 성장하는 게 아니라 우리 직원, 고객사, 주주 모두 회사가 성장하면서 함께 성장하고 행복해 질 수 있는 방법을 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