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강소(强小)기업'이 국가 경제 혁신의 주역이자 좋은 일자리 창출의 모범으로 주목되고 있습니다. 지디넷코리아는 강소기업의 성공 노하우를 공유하고자 이들 기업에 대한 현장 탐방 시리즈를 시작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편집자주]
⑦국내 유일 '중립적 인터넷연동' 사업자, 케이아이엔엑스(KINX)
이용자가 보기에 인터넷의 물리적 형태는 그저 회선 하나에 불과하지만, 그 너머에서 돌아가는 일은 복잡하다. 인터넷 통신 품질은 종종 널을 뛴다. 여러 네트워크가 다층적으로 연결된 구조 탓에, 다양하고 불특정한 경로와 구간으로 통신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그 조건과 사정은 경로와 구간마다 제각각일 뿐더러, 동일 경로와 구간에서도 시시각각 다르다.
같은 사업장이나 지역 안에서도 이런데, 국경을 넘는 연결이라면 어떨까. 인터넷 접속 안정성과 쾌적함은 줄고 불확실성은 더욱 커진다. 예를 들어 SK텔레콤같은 한국 1등 이통사도 모바일 인터넷으로 페이스북같은 서비스의 품질을 장담할 수는 없다. 통신사가 국내 자체 네트워크를 아무리 최적화해도 페이스북의 인프라로 연결되는 구간을 조율하는 건 별개 문제다.
이런 인터넷의 특성은 국경 너머까지 시장을 찾는 국내외 사업자에게 성가신 문제다. 네이버, 카카오는 해외여행 중인 한국인이나 타국 현지인에게 원활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웹서비스(AWS)같은 다국적 업체도 세계 각지 사용자에게 균등한 품질로 클라우드 서비스와 제품을 제공해야 한다. 가장 빠른 인터넷이 제공되는 한국에서 두드러진 성능 격차만은 피해야 한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인터넷을 구성하는 모든 네트워크를 상호 연결하는 게 해법처럼 보인다. 실제로는 불가능하다. 연결될 네트워크의 수에 따라 연결에 필요한 회선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현실적인 해법은 인터넷연동(IX, Internet eXchange) 서비스다. IX는 ISP와 콘텐츠전송네트워크(CDN) 등 사업자 네트워크의 접점에서 트래픽을 연동해주는 물리적 인프라를 가리킨다.
국내 상용 IX서비스의 점유율은 대부분 통신3사가 차지하고 있지만, 국내 주요 인터넷사업자와 한국 대상 서비스에 공을 들이는 글로벌 인터넷사업자가 공통적으로 이용하는 인프라가 따로 있어 눈길을 끈다. 1990년대 말 대형통신사를 제외한 여러 ISP가 모여 결성된 '한국인터넷연동협의회'를 전신으로 지난 2000년 설립된 중견 인터넷인프라 전문업체 '케이아이엔엑스(KINX)'의 IX서비스다.
■ 핵심 기술과 제품: 국내 유일 L2 접속방식 IX, IDC, 클라우드
KINX는 서울 서초구에 본사를 두고 국내외 보유 및 임대 인프라를 통해 국내 유일의 중립적인 IX서비스와 IDC서비스를 제공한다. 주요 고객사로 네이버, 딜라이브, MS, CJ헬로비전, AWS, 카카오, 티브로드 등을 꼽는다. 지난 2011년 코스닥에 상장했고 최근 전통적인 IX와 IDC를 넘어 클라우드, CDN, 보안 등으로 사업을 확대 중이다. 2016년 연결기준 매출 약 441억원을 기록했다.
IX서비스 중 하나는 국내 ISP간 직접 연결을 제공하는 '로컬피어링(Local Peering)'이다. 로컬피어링은 45개 이상 회원사와 상호 무정산 트래픽을 연동한다. 접속비용 절감, 최적 경로, 안정적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걸로 MS, 아마존의 자회사 트위치 등 글로벌업체와 카카오, 네이버 등을 아우르는 1TB이상 규모 IX망이 갖춰졌다. 국내 인터넷가입자 약 17%인 약 300만명이 KINX를 통해 인터넷을 이용 중이다.
다른 IX서비스는 해외 접속점(PoP)을 통해 제공되는 '리모트피어링(Remote Peering)'이다. 로컬피어링의 효과에 더해 지역간 망 성능, 안정성 이점이 있다. 홍콩PoP 연동 참여사는 275개 이상이고 KINX 한국 인프라와 해저케이블로 연결되는 미국 로스앤젤레스(LA) PoP 연동 참여사는 400곳 이상이다. 태국 기간통신사 트루인터내셔널게이트웨이(TIG)가 한국과의 안정적 접속을 위해 이를 도입했다.
KINX 설명에 따르면 미국과 중국 등 해외 글로벌 기업의 한국 진출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자연스럽게 KINX의 글로벌 업체로부터 얻는 매출 비중도 상승세다. 회사는 현재 또다른 국가에 PoP 연결을 추진 중이다. 서비스가 시작되면 홍콩 PoP 이용 고객에 더 비용 효율적인 연결을 제공하는 한편 국내서 현지 연결을 원하는 서비스 업체 수요에도 대응할 수 있을 전망이다.
1TB 이상 처리규모와 중립성을 갖춘 IX망 기반의 IDC 서비스도 주력 사업이다. 서비스는 수도권내 IDC센터 인프라 4곳을 기반으로 제공된다. 4곳은 회사 보유 건물인 면적 1천800㎡의 도곡1센터, 타사로부터 임대한 면적 2천300㎡의 가산2센터, 면적 900㎡의 분당3센터, 상암지역 연동 거점인 상암4센터 등이다.
IDC 코로케이션(상면임대)은 50Mbps 전용회선과 하프랙 또는 100Mbps 전용회선과 풀랙, 2가지 기본 상품을 갖췄다. 상면과 전용회선에 더해 인텔칩 기반 HP 또는 IBM(레노버) 서버 시스템도 임대하는 서버호스팅도 있다. 그리고 입주사나 호스팅 이용자를 위한 부가서비스로 통합운영관리, 백업, 클라우드DB, 윈도서버 및 DB제품군 임대 등이 월단위 정액제로 제공된다.
IX클라우드(IXcloud)도 6년째 판매된다. 서버, 스냅샷 백업, 자동배포관리, 가상네트워크, 로드밸런서, 볼륨, CDN 등을 갖춘 오픈스택 클라우드다. 여기서 모니터링과 이전 등 부가서비스, 전담 엔지니어의 매니지드서비스, 프라이빗 또는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구축을 돕는 컨설팅도 제공된다. KINX 100% 자회사 '에이투컴퍼니'가 클라우드 운영과 개발을 맡고 있다.
CDN서비스는 IX망을 기반으로 구축된 대규모 CDN팜을 통해 스트리밍, 다운로드, 클라우드스토리지, 모바일CDN, 멀티CDN 등으로 운영된다. 세계 각지에 콘텐츠를 뿌리는 '글로벌 전송'도 지원된다. 매출 62억원 가량의 또다른 자회사 '피플커넥트'를 통해 제공된다. 엔씨소프트, 네오위즈게임즈, 스케인글로브, 와일드스톤 등 게임사, 디씨인사이드 등 커뮤니티, 한국경제TV, jTBC골프, 조인스 등 방송사가 활용 중이다.
500G 규모 IX망을 기반으로 분산서비스거부(DDoS) 공격을 방어하는 서비스 'K클린'도 운영된다. 공격 트래픽을 라우터, 안티DDoS장비, L7스위치로 걸러내는 SOS서비스가 여기에 포함돼 있다. 이는 공격에 긴급 대응해야 하는 업체에 유용하다. 방어시스템 구축이 어려운 업체를 위해 별도 장비 없이도 대응하도록 지원하며, 해외 공격 발생시 글로벌CDN PoP을 통한 분산처리도 가능하다.
■ 미래 비전: 중립성과 글로벌 인지도로 멀티클라우드 입지 선점
KINX는 KT(KTIX), LG유플러스(DIX), SK브로드밴드(SK브로드밴드IX)와 함께 국내 4곳뿐인 상용 IX서비스업체다. 업체별 IX서비스 시장 트래픽 점유율을 추정하면 사실 KINX의 몫이 가장 작다. 하지만 KINX는 나머지 3사 IX서비스에서 특정 회선이 강요될 수 있는 것과 달리, 자사 IX서비스가 '중립적 운영'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고 자부하고 있다.
트위치는 KINX 서비스를 선택한 최대 이유로 '자율적 연동 정책에 기반한 네트워크 오너십 확보'를 꼽았다. 이는 KINX가 IX서비스나 IDC를 이용시 원하는 회선을 자유롭게 선택 가능한, 중립성을 보장한다는 주장의 근거로 인용됐다. 회사측은 이런 특징 때문에 글로벌 기업, 해외 사업자가 국내 진출시 KINX 인프라를 최우선으로 고려하며, 자사가 세계 시장에서 한국대표 IX사업자로 인정받고 있다고도 강조했다.
KINX는 이 강점을 활용한 사례로 '클라우드 허브'를 제시했다. 클라우드 허브는 KINX가 유치한 AWS와 MS의 클라우드 전용회선 서비스를 통해 IX클라우드와 AWS, MS애저 등 복수의 사업자 인프라를 혼용하는 멀티클라우드 플랫폼이다. KINX는 클라우드 선도시장에선 멀티클라우드가 이미 활성화돼 있는만큼, 국내 시장이 성숙하면 클라우드 허브 수요 확대로 유리한 입지를 선점할 것이라 기대 중이다.
KINX의 클라우드 사업은 5년 전부터 이어졌다. 그간 클라우드 기술에 대한 시장의 인식은 상당히 높아졌다. 제공 기술은 상향 평준화됐다. 향후 클라우드 시장의 화두는 특정 공급업체에 의존하지 않는 방안이 되리라는 게 최근 회사측의 판단이다. AWS든 MS애저든, 여러 클라우드를 조합해 비용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관리하면서 고객 만족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시장이 움직일 거란 관측이다.
이선영 대표는 "10년간 네트워크 서비스로 살아남은 방식대로, 인프라 수요의 추세를 보고 그걸 잘 발굴해 기본을 충실히 다지고 서비스를 잘 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며 "클라우드 시장에서 아마존처럼 1등을 하겠다는 식의 접근보다는, 그만큼 강하지 않아도 특색을 갖출 수 있는 서비스모델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어떤 형태로든 국내에 들어온 글로벌 사업자 가운데 우리와 연관돼 있지 않은 사업자는 거의 없는 것 같고, 그 대다수에게 네트워크 디자인 협의부터 필요 자원 제공까지 비슷한 방식으로 서비스를 수행하고 있다"며 "우리에게는 이런 과정에서 업계의 평판과 고객 만족도를 끌어올리고 지켜나가는 게 목표"라고 덧붙였다.
윤원철 KINX 최고재무책임자(CFO) 이사는 "과거엔 국내 인터넷사용자 확보 비율을 따라 시장 점유율이 달라지고 있었지만 이제 그런 논의는 의미가 없는 상황"이라며 "사업자간의 국경이 없어지고 해외 업체가 국내로, 국내 업체가 해외로 오가면서, 발생하는 트래픽을 서비스하기 위한 우리 업의 역할 자체가 커지고 있다"고 평했다.
■ 회사연혁: 인터넷 백본 업체와 최전방 호스팅 기업의 만남
KINX는 2003년 야후IX, 2005년 텔레콤말레이시아IX, 2008년 정보통합전산센터(현 국가정보자원관리원)IX, 2010년 MS IX를 연동했다. 2011년 코스닥 상장, 2013년 홍콩 PoP 개설, 2014년 TIG IX 연동, 2014년 미국 PoP 개설을 진행했다. 2009년 영국 글로벌텔레콤비즈니스(GTB) 이노베이션 어워드를 수상했다. 2014년 가족친화우수기업 인증과 여성가족부 장관 표창, 2015년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표창(이선영 대표)과 K-ICT대한민국 인터넷대상 특별상, 2016년 K-ICT 클라우드대상 미래부 장관상을 받았다.
앞서 지난 1998년 '한국인터넷연동협의회'가 만들어졌다. 인터넷서비스제공자(ISP) 5곳이 모여 '한국인터넷연동 문제해결을 위한 ISP사업자모임'을 결성했다. 이듬해 1999년, KT와 LG를 제외하고, 훗날 SK브로드밴드가 된 하나로통신을 포함한 16개 ISP가 'KINX운영센터'를 개소했다. 2000년 6월에야 법인이 설립됐고, 협의회 업무를 이관받았다. 법인은 16개 ISP로부터 6%씩의 지분출자로 만들어졌다.
즉 KINX 법인은 국내 여러 ISP가 서로 연결을 필요로해 만들어진 조직이다. 다만 2000년 이래 KINX 법인에 지분을 출자한 ISP가 상당수 매각되거나 없어졌고, 그 과정에서 경영 주체가 확 바뀌었다. 2007년 당시 KINX 지분을 보유했던 투자조합으로부터 회사를 인수하고, 상황을 수습한 게 가비아다. 경영진은 네트워크 기술 이해가 필요한 사업 특성을 고려해 기술 친화적인 임원에게 회사를 맡기기로 했다. 당시 이선영 가비아 최고기술책임자(CTO)가 10년 넘게 KINX 대표를 맡게 된 배경이다.
이 대표의 역할은 KINX의 임원들과 협의해 의사결정을 내리는 걸로 요약된다. 가비아로부터 승인을 받도록 정해 놓은 의사결정의 범위가 있는데, 그 외엔 자율 경영 체제다. 실질적으로는 KINX 측에서 필요하다고 판단해 요청한 사항에 대해 가비아가 승인을 거부한 경우는 없었다고 한다. 승인 절차는 일종의 감시기능이지만, 요청이 거부되지 않았다는 건 그만큼 이제까지의 성과를 인정받았다는 방증이다.
KINX와 최대주주인 가비아는 사업적으로 상보관계다. 가비아는 KINX 입장에서 절대 경쟁사에 빼앗기지 않을 고객사다. 한때 IDC 임대시 저렴한 물량 확보를 돕는 대형고객 역할을 해 주기도 했다. 다만 인수된 직후 2~3년간은 이렇게 도움을 주고 받을 여지가 있었다면, 이후 양사간 사업이 각자 성장하고 분야가 확장되면서 상호 연결 매출은 감소 추세다.
가비아는 인터넷 생태계에서 최종 소비자와 만나는 사업자에게 호스팅, 도메인을 제공하는 회사다. 인터넷 비즈니스 최전방 영역에 있었다. KINX같은 인터넷 인프라, 백본 네트워크 제공사와는 대척점에 있었다. KINX를 인수한 가비아에겐 안정적인 인프라, 연결을 제공하는 사업자를 확보한 셈이 됐고 이후 포화 상태라는 도메인 호스팅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다.
■ 기업문화와 인재상: 일과 삶 균형…"탁월함보다 협업"
KINX는 첨단 인터넷 인프라를 제공하기 위한 조직 치곤 보수적인 가치를 강조하는 분위기다. 회사의 사업 방향은 새로운 아이디어와 신기술을 선도 적용해 성공시키는 것보다, 장애 없이 서비스를 잘 제공하는 것이 더 중시된다. 고객에 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되 검증된 기술로, 트래픽을 잘 조정하면 된다.
회사는 이를 위해 직원들이 스트레스를 덜 받고, 행복하게 일할 수 있도록 이런저런 근무 조건을 개선하는 데 고심하고 있기도 하다. 상시 과일, 빵, 라면이 제공되는 간식 바 운영, 생일 축하 프로그램 등 복지 제도를 운영하고 휴가 소진도 독려하고 있다. 하반기부터 종전보다 퇴근 시간을 30분 앞당기는 등 근무시간을 단축했다. 일과 시간에 압축적, 효율적으로 일하는 태도, 삶과의 균형을 권장한다.
매 급여일 오후에는 'KINX데이'를 진행한다. 업무를 마친 뒤 전 직원이 모여 이벤트에 참여하고 저녁을 먹으며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다. 이벤트는 레토르트 요리대회 '편의점을 털어라', 할로윈 코스프레 대결 등 이색적인 내용으로 기획됐다. 설립 초기보다 많이 늘어난 직원수를 감안해, 행사를 통해 직급과 부서를 막론하고 여러 동료간 자연스러운 교류를 유도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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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들이 일하고 있을까. KINX는 공식적인 '인재상'을 제시한지 얼마 안 됐다. 작은 회사가 규모를 키워 성장해가면서 비로소 어떤 사람이 필요한가를 깊이 고민한 결과를 담아냈다고 한다. 회사는 '전체를 보는 사람', '함께 일하는 사람', '역할에 최선을 다 하는 사람', '깊이 생각하는 사람', 4가지 덕목을 요구했다. 거칠게 요약하면, 똑똑한지보다는 인성을 갖췄는지를 더 중시한다는 얘기다.
이 대표는 "우리 직원들이 뭔가 부족한 사람이란 뜻은 아니지만, 사실 아주 똑똑하고 탁월한 인재를 영입해야겠다는 생각은 없다"며 "물론 자질이 떨어져 일을 같이 못 할 사람이라면 곤란하겠지만, 협업으로 어떤 성과를 내기에 적합한 인성을 가진 사람을 뽑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