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7년만에 시가총액 1조 기업 됐다

[강소기업이 미래다⑤]펄어비스, 해외매출 75%

디지털경제입력 :2017/09/15 08:29    수정: 2019/01/10 14:02

4차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강소(强小)기업'이 국가 경제 혁신의 주역이자 좋은 일자리 창출의 모범으로 주목되고 있습니다. 지디넷코리아는 강소기업의 성공 노하우를 공유하고자 이들 기업에 대한 현장 탐방 시리즈를 시작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주]

⑤PC 온라인 게임 '검은사막' 개발사 펄어비스

게임 개발사가 성공하려면 꼭 필요한 조건은 무엇일까.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 수 있는 사람, 즉 실력 있는 개발자가 필요하다는 건 업계 종사자라면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개발자만으로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아니다. 게임을 잘 서비스하고 운영해줄 사람 또는 파트너사를 만나야만 자식처럼 아끼고 키운 게임이 성장해 제몫을 한다.

평촌에 위치한 펄어비스(사진=지디넷코리아)

최근 이를 잘 보여준 게임개발사가 있다. 해외 서비스 능력까지 보여주며 팔방미인으로 거듭난 펄어비스 얘기다. 중소게임개발사였던 펄어비스는 설립 7년 만에 임직원 수 300여명(한국 및 해외법인)으로 규모를 키웠다. 검은사막 국내 출시 전 90여명, 2016년 120여명과 비교하면 인력창출에 큰 기여를 했다. 개발자 비중은 80%다. 게임 개발로 시작해 해외 서비스까지 사업 다변화를 꾀한 영향이다.

펄어비스가 꾸준한 성장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첫 작품인 PC 게임 검은사막이 한국, 북미, 유럽, 러시아, 일본, 대만 등에 잇따라 진출해 흥행했기 때문이다.

게임이 인기를 얻자 자연스럽게 매출도 올랐다. 2016년 매출은 622억 원, 영업이익은 455억 원이었다. 전년동기대비 매출과 영업이익 각각 3배, 4배 증가한 수치다. 영업이익율은 70%가 넘어간다.

■ 핵심 기술과 제품: 게임 및 서버 엔진 개발력 으뜸

검은사막은 액션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장르로, 중세 유럽 분위기에 신화와 마법 요소를 담아낸 게 특징이다.

또 이 게임은 고퀄리티 그래픽으로 ‘심리스 오픈월드’(로딩 없이 캐릭터 이동)를 구현했으며 현실감 넘치는 액션성과 낚시, 농사, 무역, 요리 등 풍부한 생활 콘텐츠를 강조해 기존 인기작과 차별화를 꾀했다.

검은사막.

검은사막은 지난 2014년 12월 카카오게임즈(구 다음게임)를 통해 국내에 선보였을 때 실사풍 캐릭터의 전투 액션과 실제 말을 타는 느낌을 살린 마상 전투, 무역 및 하우징(주택) 등 생활 콘텐츠가 호평을 얻었다. 이러한 호평은 국내서 끝나지 않았다. 100여개 국가에 진출해 인기작으로 자리매김했다. 이 게임을 즐기는 글로벌 가입자 수는 누적 730여만 명을 넘어섰다. 총 판매액은 3천400억 원을 돌파했다. 출시 이후 3년 만에 이룬 성과다.

매출 성장도 눈에 띈다. 2015년 매출 217억 원에서 2016년 3배 증가한 622억 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2015년 120억 원에서 2016년 455억으로 1년만에 4배 가까이 급등했다.

2017년 1분기에는 매출 318억 원, 영업이익 209억 원을 기록하며 계단식 매출 증가 흐름을 보이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펄어비스가 2017년 매출 1천500억 원, 영업이익 900억 원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검은사막 매출 75% 이상(2016년 7월~2017년 3월)은 해외에서 발생했다. 북미와 유럽(31.3%)이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으며 뒤이어 대만(28.3%), 한국(25.7%), 일본(10.3%), 러시아(4.3%) 순이다.

검은사막이 글로벌 시장에서 흥행한 가장 큰 이유는 탄탄한 개발력 때문이다.

펄어비스는 자체게임엔진(Black Desert Engine)을 보유한 보기 드문 게임개발사다. 김 의장이 주도해 만든 해당 엔진은 실사풍 그래픽 리마스터링과 화려한 액션 콘텐츠 등을 빠른 속도로 구현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최근에는 서버 네트워크 전문개발사로 유명한 넷텐션을 인수하며 개발력을 더욱 강화했다. 이에 따라 펄어비스는 게임 엔진 및 그래픽 개발 노하우, 서버 기술력을 동시에 확보하게 됐다.

■ 미래 비전: 검은사막 해외서 통해...IP 확대, 추가 신작 준비

펄어비스는 변신을 시도하며 성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투자전문가 정경인 대표가 합류한지(2016년 7월) 약 1년 사이 대만 직접 서비스, 검은사막 IP 활용 모바일 게임 개발, 투자까지 보폭을 넓혔다.

펄어비스 사무실 모습. (사진=지디넷코리아)

특히 검은사막 국내 론칭 당시 사업을 주도했던 구 다음게임 출신이 해외 사업 진출에 힘을 보태 시너지를 내고 있다. 대표적으로 허진영 COO, 함영철 전략기획실장, 김서윤 전략기획팀장 등이다.검은사막 대만 서비스는 펄어비스 타이완이 직접 담당하고 있다. 지난 1월 대만 사전 서비스를 시작한 검은사막은 현지 웹진 바하무트에서 인기순위 1위에 등극했으며, 반년만에 대만 유료 회원 수 50만 명을 넘겼다. 올해 80만 명이 넘을지 기대가 크다.

이 회사는 터키와 중동 및 아프리카(MENA) 지역에 검은사막 공식 홈페이지를 오픈하고 곧 패키지 사전판매를 시작한다. 정식 출시는 4분기가 목표다. 터키의 경우 1인당 PC게임 이용 시간 세계 3위로, 검은사막 같은 액션 게임을 선호한다고 알려져 흥행에 기대감은 높다.

검은사막은 중국 시장에도 진출한다. 중국은 자체 서비스가 불가능한 만큼 펄어비스와 중국 파트너사인 스네일게임즈와 손을 잡았다. 판호(서비스 허가권) 발급 이후 중국 서비스에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펄어비스는 글로벌 게임 회사로 거듭났다.

펄어비스는 검은사막 IP를 다양한 플랫폼으로 확장한다. 2018년 하반기에 PC와 콘솔 버전으로 출시되는 신작 1종과 모바일 게임 1종을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이후 2019년과 2021년 각각 신작 1종을 소개한다고 밝혔다.

신작 라인업 가운데 모바일 게임 '검은사막M'(가칭)은 원작처럼 실사풍 액션성과 다양한 생활 콘텐츠를 모바일 기기에 최적화한 작품이다. 유튜브에서 플레이 영상을 확인할 수 있다.

■ 기업문화: 최고의 노력, 최고의 보상...코스닥 상장 발돋음

펄어비스가 개발력만으로 회사가 단기간 성장했을까. 직원 중심 기업 문화가 한 몫 했다고 회사 관계자는 설명했다.

이 회사의 기업 문화는 ‘최고의 노력을 추구하고, 최고의 보상을 한다’가 포인트였다.

펄어비스는 포괄임금제를 폐지했다. 야근을 해야할 때는 업계 최고 수당(시급 기준 1.5~2배)을 지급한다. 복지카드(매년 204만 원), 미성년 자녀 양육비(월 50만원), 회사 인근 거주자 지원(월 최대 50만 원), 아침 점심 카페테리아 무료, 사내 헤어샵 및 마사지샵 무료 등 대기업 수준 복지도 눈에 띈다.

복지 혜택을 강화한 것은 개발자들이 업무에 집중하도록 돕는 게 회사 성장을 이끈다는 판단 때문. 결과적으로 보면 기업 성장을 이끈 토양이 됐다.

펄어비스는 복지 혜택이 다양하다. 양육비, 거주비 지원에 무료로 미용실, 카페테리아 등을 이용할 수 있다. (사진=지디넷코리아)

펄어비스는 이제 더 큰 도전에 나선다. 14일 코스닥 입성에 성공했고 이를 발판삼아 게임 개발사 인수합병, IP 확보 등을 통해 사업 확장을 시도한다. 강소게임사에서 대형 게임사로 도약하려는 행보다.

지난달 30~31일 이틀간 실시한 기관투자자 대상 공모주 수요예측에서 62.40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공모가는 희망공모 밴드 상단인 10만3천원에서 결정됐다. 시가총액은 1조 원이 훌쩍 뛰어넘는다.

지난 5~6일 일반공모주 청약은 0.43대1로 경쟁이 저조했지만, 복수 기관투자자들이 한국증권이 떠안은 실권주 대부분을 받아갔다. 일반 투자자들보다 기관투자자들이 펄어비스가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펄어비스 공식 홈페이지.

펄어비스 최대주주는 설립자인 김 의장(39.04%)이다. 이어 자사주(7.03%)와 설립 멤버인 서용수 이사(4.66%), 윤재민 부사장(3.71%), 지희환 CTO(2.70%) 등 순이다.

투자업계 일각에선 펄어비스 주수입원이 검은사막 하나라며 우려했다. 그러나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월드오브워크래프트), 넥슨(던전앤파이터), 엔씨소프트(리니지 시리즈) 등이 몇몇 PC 게임으로 수년여간 안정적인 매출을 기록한 사례를 보면 우려보다 기대를 해야하는 상황이다. PC 게임은 모바일과 다르게 충성 고객이 두텁다.

■김대일 이사회 의장 "개발은 삶"...경영자 정경인 대표 "세계 최고 게임사"

펄어비스는 ‘열혈개발자’ 김대일 의장과 ‘투자경영전문가’ 정경인 대표가 중심에 서있다.

한양대학교를 중퇴한 김 의장(1980년생)은 2000년 가마소프트로 게임계에 입문해 PC 액션 게임 릴온라인 개발에 참여했다. 이어 2003년 구 NHN, 2007년 구 NHN게임즈(현 웹젠)를 거치면서 기획부터 개발까지 총괄한 R2와 C9을 차례로 탄생시켰다. 2009년에 대한민국 게임대상 우수개발자상을 수상했다.

김 의장은 2010년 9월 펄어비스를 설립해 새 출발을 했다. ‘내가 원하는 게임’, ‘마음 편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원했기에 가능했던 도전이었다. 설립 초반 5명이 손을 잡았다.

어느덧 회사를 설립한지 7년째. 김 의장은 코스닥 상장 회사의 최대주주지만 여전히 게임 개발에 손을 놓지 않고 있다. 그에게는 게임 개발은 일이면서 취미, 더 나아가 삶이었다.

좌에서 우로 함영철 전략기획실장, 김대일 의장, 정경인 대표, 허진영 COO.

김 의장이 개발에 온통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면, 정 대표는 경영 및 투자 전반을 책임지고 있다.

서울대학교 출신인 정 대표는 김 의장과 동갑이다. 그는 태산엘시디, 한국휴렛팩커드를 거쳐 2010년부터 2016년까지 LB인베스트먼트에서 기업 투자를 담당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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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대표는 LB인베스트먼트에서 투자심사역으로 활동하면서 펄어비스, 네시삼십삼분, 카카오게임즈, 팩토리얼게임즈 등에 투자를 진행한 바 있다. 이후 펄어비스 사외이사로도 활동한 게 지금의 인연이 됐다.

정경인 대표는 “펄어비스는 이제 국내를 뛰어 넘어, 세계 최고 게임 개발 및 퍼블리싱 스튜디오가 되기 위해 더욱 노력하고 있다. 이를 위해 개발력을 강화하고 경쟁력 있는 IP 확보와 기술력 강화에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