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용 대비 편익으로 연구개발(R&D) 투자를 따질 수는 없다.”
안준모 서강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18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민경욱 의원이 개최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R&D 예산권 부여 토론회에 발제자로 나서 이같이 말했다.
현재까지 이어져 온 재정당국의 R&D 예산권에 문제를 삼은 것이다. 기존 정부 예산을 따지는 경제성 논리인 비용편익(B/C) 분석과 계층분석법(AHP) 모델 개선 등으로 R&D 투자의 ‘만능 방정식’은 나올 수 없다는 뜻이다.
안준모 교수는 “과학기술혁신본부를 도입한 취지가 R&D 예산 편성 방식을 혁신하자는 것 아니었냐”며 꼬집었다.
■ R&D 예산권 이관, 왜 논란인가
새 정부 들어 정부조직법 개정을 통해 과기정통부 내에 신설된 과학기술혁신본부는 당초 국가 R&D를 주도하는 임무를 받았지만, 아직 R&D 예산권이 기획재정부에 남아있는 상황이다.
기재부는 R&D 예비타당성조사 권한 이관을 두고 과기정통부의 경험역량이 부족하고 전체적인 국가재정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반면 과기정통부는 사전타당성 조사 운영 경험이 있고 예산 한도는 공동으로 설정할 경우 재정 운영의 큰 틀을 지킬 수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R&D 지출한도를 과기정통부와 기재부가 공동으로 설정하는 점에도 중장기 중점투자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견과 R&D만 상향식으로 설정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입장이 부딪히고 있다.
■ R&D 특수성 고려해야
이같은 쟁점에 따라 논란이 지속되고 있지만, R&D 분야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에 힘이 실린다.
안준모 교수는 “결국 R&D의 복잡성과 불확실성, 미래변화를 인정할 것인가를 따져야 하는 이슈가 중요하다”며 “R&D는 우연한 기회에 성과를 창출할 수 있는 ‘우연성’과 어떤 통계적 검증도 오류를 내포하고 있다는 ‘검정의 오류’를 따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가 예산권과 같은 재정문제는 비용편익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기지만, R&D의 특성은 다르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고혈압 치료제 개발 중에 나온 비아그라의 경우 발기부전 치료제로 상용화가 됐다. 강력한 액상 접착제를 개발에 실패했지만 3M 포스트잇이란 메가히트 상품이 나왔다.
즉, R&D는 기본적으로 리스크를 내포하고 있고 실패의 가능성도 높지만 향후 R&D의 결과물은 예단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비용 편익 분석의 잣대로 볼 수 없다는 뜻이다.
또 안준모 교수는 R&D 예산 규모의 문제는 과기정통부와 기재부가 함께 논의할 수 있는 문제로 봤다.
안준모 교수는 “공동 지출한도 설정은 기존의 프레임을 최대한 흔들지 않으면서 미래 먹거리 분야에 대한 전략적 투자를 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며 “전체 재정총량은 재정당국이 결정하고 R&D 분야 지출한도 결정만 관여하면 전체 국가재정에 대한 균형 유지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 과기정통부, 선수 심판론 넘어서야
안 교수는 선수 심판론이란 공정성 문제는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로 꼽았다. 과기정통부가 R&D 예산을 쓰면서 자체적으로 예산을 심판하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를 위해 “과학기술혁신본부는 분야별 전문가 풀을 구축하고 최대한 활용해 더욱 신뢰를 구축해야 한다”며 “또 국회의 본연 기능에 따라 정부 기능을 감시하는 것이 매우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과기정통부 역시 이같은 우려를 불식시키겠다는 뜻을 확실히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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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민 과기정통부 자오간은 토론회 축사를 통해 “R&D는 선제적으로 전략과 전술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데 (기재부가) 전문성이 없다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현 상황은 문제가 있다”면서도 “하지만 기재부의 우려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내부적으로 뼈 아프게 들여다보고 있고 과학기술계도 명확히 알고 있는 문제인 만큼 예상되는 문제점은 모두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유영민 장관은 또 “당위성 측면에서 왜 과기정통부가 R&D 예산권을 가져야 하는지 힘을 실어달라”며 “예비타당성조사만 2~3년이 걸리고 기술과 시장의 흐름을 같이 봐야하는데 시장이 빠르게 변해가는 것을 따라잡지 못하면 기술의 도입-확산-조정-재배치의 순환을 이어갈 수가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