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의 역설!…스마트폰 보조금 유명무실?

대부분의 가입자에게 선택약정할인이 더 유리

방송/통신입력 :2017/09/15 11:12    수정: 2017/09/15 11:23

이동통신 3사가 15일부터 선택약정할인율을 25%로 상향하면서 스마트폰 보조금이 사실상 유명무실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보조금 대신 선택약정으로 가입자가 쏠릴 것이라는 분석과 궤를 같이 한다.

선택약정할인은 단말유통구조개선법(이하 단통법) 조항에 근거한 제도다. 단말 보조금을 받지 않는 소비자에 대한 차별을 줄이기 위해 ‘지원금(보조금)에 상응하는 요금할인’을 해주도록 한 것이며 지난 2014년부터 시행돼 왔다.

그런데 선택약정할인율이 두 차례에 걸쳐 25%까지 상향되면서 다수의 사용자가 보조금보다 이를 선택하는 게 더 유리한 상황으로 변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저가 제품이나 구형 떨이 제품을 제외하면 보조금보다 선택약정할인율을 선택하는 게 더 유리한 상황이 됐다"고 설명했다.

당초 여러 이유로 보조금을 받지 않아 차별받는 소비자를 없애기 위해 만든 제도인데 이제 보조금을 받는 게 되레 더 불리한 상황이 된 것이다.

실제로 15일부터 이통 3사가 선택약정할인율을 25%로 올려 사실상 넉 달 요금 중 한 달은 공짜가 됐지만 거기에 맞게 보조금이 인상된 것은 거의 드물다. 대부분의 가입자에게 보조금보다 선택약정이 훨씬 더 유리해지고 있는 것.

■선택약정이 보조금보다 더 유리한 환경

공시 지원금과 약정할인은 가입자가 선택할 수 있다. 가입할 때 둘 중 하나를 골라야 하기 때문에 당연히 뭐가 더 유리한 지 비교하게 마련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경우 보조금보다 선택약정이 소비자한테 더 낫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약정할인율 상향 조치가 시행되더라도 제조사가 판매 장려금을 더 줄 이유가 없고, 이통사의 마케팅 재원도 제한 돼 있어 모든 소비자에게 다 지급해야 하는 보조금을 무한히 늘릴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다른 관계자도 “선택약정할인율 25%에 맞먹을 정도의 지원금은 제한된 숫자의 구형폰 재고처리 상황에서나 가능할 수 있다"고 덧붙여 설명했다.

이처럼 선택약정과 보조금의 상황이 뒤바뀐 까닭은 간단하다.

선택약정할인은 정부 정책에 따라 이통사가 원치 않아도 의무적으로 해야하는 데 반해 보조금의 경우 이통사와 제조사가 영업이익과 점유율 그리고 재고소진 등 다양한 마케팅 요소를 고려해 자발적으로 제공한다는 점이 다르다.

문제는 선택약정할이율이 이통사 입장에서 지나치게 높기 때문에 영업이익 방어를 위해서는 자발적 마케팅을 최소화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제조사가 이같은 상황을 고려하여 손해를 보면서까지 보조금을 늘릴 리도 없다.

그동안 아이폰 구매자 90% 이상이 보조금보다 약정할인을 택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결국 국내 아이폰 시장에서 지원금 규모가 약정할인을 쫓아가지 못했던 것처럼 25% 할인율 제도에서는 가입 유형이 이처럼 변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월 제공 LTE 데이터가 6GB 이상인 요금제부터는 2년 약정 가입을 맺을 때 받을 수 있는 요금할인 총액이 현재 법이 정하고 있는 지원금 상한액인 33만원을 넘는다. 소비자는 불법 보조금을 받지 않은 이상 지원금을 선택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10월부터 지원금 상한제가 폐지된다고 하더라도 지금까지 상한 수준의 지원금이 지급되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황은 변하지 않는다.

■ 유명무실해진 보조금, 고가 요금제 되레 부추기나

그렇다 하더라도 저가나 떨이 스마트폰 그리고 저가 요금제를 사용하는 소비자의 경우 여전히 보조금을 받는 게 더 유리할 수 있다.

저가 요금의 경우 25% 할인을 받아도 그 총액이 크지 않고 이 경우 대부분 보조금이 큰 저가나 구형 떨이 스마트폰을 쓰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유형의 경우 알뜰폰 시장과 겹치는 부분이 많다는 점이다.

이런 유형의 이용자는 머리 아프게 이것저것 계사하는 것보다 처음부터 알뜰폰을 고르는 게 현명한 소비라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분명한 것은 일정 수준 이상의 요금제에서는 약정할인으로 쏠릴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점이다. 비싼 요금제일수록 약정할인 가입 비중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고가 요금제 가입자 비중도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다. 일정한 약정할인율에서 고가 요금제의 요금할인 총액이 더 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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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이 제도가 고가 요금제 가입을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월정액 6만원대 요금제에 약정할인 가입자 수가 상대적으로 많았는데 지원금보다 약정할인이 유리한 상황이 지속되면 신규 가입자는 고가 요금제를 선택하려는 경우가 이전보다 훨씬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