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이 언론과 유사한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국가기금 부과 의무 등 공적 책임을 져야한다는 의견을 놓고 뜨거운 공방이 오갔다.
한국언론학회와 자유한국당 박대출 국회의원, 국민의당 김경진 국회의원, 정의당 추혜선 국회의원은 14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미디어 상생 발전을 위한 국가 기금 제도 개선 방안' 토론회를 공동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네이버·카카오 등 국내 포털사업자가 방송통신발전기금 부과 의무를 지는 것이 타당한 지 여부를 놓고 열띤 논쟁을 벌였다.
찬성하는 입장에서는 포털들이 실제 언론 기능을 수행하면서도 규제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점을 꼽았다.
반면 해외 사업자들에겐 동일한 규제를 하기 힘들 뿐 아니라 국내 포털도 공직선거법의 규제 대상이고 편집자문위원회를 자체 운영하는 등 여론 왜곡을 막는 제도가 이미 존재한다는 점 등을 들어 반대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게 제기됐다.
■"포털, 사실상 언론…옛날 규제 개선 필요"
'방송과 포털의 상생을 위한 기금 부과의 가능성과 문제점'이란 주제로 기조 발제를 한 최우정 교수(계명대)는 포털에 기금을 부과할 타당성과 필요성이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최 교수는 "방송·신문사의 광고 수익은 악화되는 반면 포털의 광고 수익은 계속 증대하고 있다"며 "포털은 부가통신사업자로 분류돼 정보를 매개하는 플랫폼으로만 법적으로 인식되고 있는데, 학계에서 많이 논의된 대로 이미 사회적 영향력이나 의제 설정, 의제 증폭 등 언론이 가진 기능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법원에서는 포털을 언론 매체라고 정확히 규정한 경우가 아직 없지만 고등법원 판례를 살펴보면 명예훼손과 관련해 네이버가 언론 매체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며 "현재 방송통신발전기금 부과 대상이 아닌 포털에도 기금 부과 의무를 지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론에 나선 한규섭 교수(서울대)도 포털에 방송통신발전기금을 부과하는 것에 찬성한다고 밝혔다. 한 교수는 "언론사 콘텐츠를 제공받는 포털에 대한 방송통신발전기금을 부과하는 방안의 정당성은 있다"고 언급했다.
다만 방송통신발전기금 부과 방안이 실질적인 문제 해결로 이어질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표시했다.
한규섭 교수는 "기금 부과는 동의하지만 이것이 실제 포털로 인해 야기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며 "방송통신발전기금 부과는 문제 해결을 위한 첫 단추로 삼고, 이후 언론 생태계의 붕괴, 언론사의 난립, 서비스 혁신의 부재 등 나타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적 논의가 추가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 IT법학연구소 부소장 겸 법무법인 주원의 김진욱 변호사는 "포털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에 따라야 할 책임이나 부담을 지지 않는다는 여론이나 공감대가 상당히 형성돼 있는 상황"이라며 "통신사업자도 제로레이팅 등 ICT 생태계에서의 사회적 책임을 지겠다고 밝혔는데 포털사업자는 규제 사각지대에 있다는 점을 이용해 자본을 축적해왔다"고 비판했다.
■"규제에 따른 보상도 있어야" 반대 의견도 팽팽
한편 포털사업자에 방송통신발전기금을 부과하는 방안이 적절하지 못하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았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최성진 사무총장은 "포털은 이미 자율 규제 형식으로 언론 편향을 경계하고 있고, 공직선거법에 책임 규정도 있는 등 실제 입법된 규제 사항이 여럿 있다"며 "지금까지 기금 부과 등 미디어로서의 규제가 이뤄지지 않았던 이유는 많은 헌법학자들이 위헌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지난 대선 당시 여·야당이 준조세 성격을 지닌 기업 부담금을 철폐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놨는데, 현재 시점에서 방송기금 부과 논의가 타당한지도 살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준조세 성격을 지닌 방송통신발전기금을 부과하고 있는 방통사업자의 경우 인허가제를 실시하고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최 사무총장은 "네이버나 카카오에 방송통신발전기금을 부과했을 때 국가에서 역으로 지원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도 고려해야 한다"며 "현재 포털 시장은 방통사업자와 달리 외국 사업자가 마음대로 진입할 수 있는 상황인데, 국가가 이를 차단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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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정보통신부 송상훈 정보통신정책과장은 "네이버나 카카오 등 포털사업자가 나름대로 사회적 기여를 위해 여러 논의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방송통신발전기금 부과와 같이 새로운 규제 논의가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포털 기금 부과 방안에 대해서는 과거 방통사업자에 한정된 자원인 주파수, 전파를 배분함에 따라 시장 진입을 규제하면서 기금을 부과하게 됐다는 점, 또 해외 사업자도 규제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것도 같이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한국방송협회 조성동 연구위원은 "해외 기업을 규제하기 어렵다 해서 포털 규제를 포기하자는 것은 논리가 부족하다"며 "유럽의 경우 해외 포털사업자도 규제 적용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데 '귀찮으니 하지 말자'는 식의 사고방식은 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