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M의 인공지능(AI) 왓슨이 한국어 공부를 마치고 공식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로써 SK C&C는 IBM과 왓슨 파트너 협력을 체결한지 1년 4개월만에 본격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됐다.
SK C&C는 자사 AI 브랜드인 에이브릴의 포털 사이트를 통해 왓슨 한국어 API를 제공한다. API는 이미 만들어진 프로그래밍 기능을 불러와 다른 앱이나 서비스에 적용할 수 있게 해준다. 사용자가 앱에서 해당 기능을 이용할 때마다 건당 사용료를 과금한다. 왓슨 한국어 API는 종류에 따라 호출 1회에 1.5원~48원을 내고 쓸 수 있도록 과금 정책을 정했다.
SK C&C는 API 호출로 매출을 올리기 위해 왓슨을 한국에 들여 왔을까?
물론, 호출 당 몇 원 수준이라 해도 사용자가 늘어나면 매출 규모가 커질 수도 있다. 하지만 그동만 API 호출을 비즈니스 모델로 내세워 성공한 사례가 전무하다는 점을 생각하면 그럴 것 같지 않다.
그렇다면 SK C&C가 하려는 비즈니스 모델은 뭘까.
지난 6일 왓슨 한국어 API 출시 기자 간담회에서 만난 SK C&C 이문진 에이브릴 사업본부장은 “궁극적으로 AI 기반 솔루션 개발과 판매가 목적”이라고 말했다. SK C&C가 직접 개발할 수도 있고, 파트너사나 고객사와 전략적으로 협력해 새로운 솔루션 및 서비스를 개발하고 공동으로 판매하는 것이 SK C&C가 왓슨을 데려온 이유라는 설명이다. 왓슨이 SK C&C를 솔루션 기업로 변신 시켜 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 API는 완제품이 아니다
왓슨은 대용량의 지식 정보를 자동으로 구조화하고 사람과 자연어로 소통하며 필요한 전문 지식을 주고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게 돕는 데 특화된 AI다. 왓슨 한국어 API는 총 8가지로 왓슨의 ‘인지컴퓨팅’을 구현해 주는 요소 기능을 제공한다. 자연어 이해, 자연어 분류, 대화, 검색 및 평가 성향 분석 등이 포함된다.
하지만 왓슨 한국어 API는 API일뿐 그 자체로 사용자에게 제공할 수 있는 솔루션이나 서비스가 아니다.
왓슨 한국어 API를 이용해 서비스를 만들 때 가장 중요한 일은 산업에 대한 인사이트를 가지고 어떤 AI 서비스가 고객에 필요한지 찾아내는 것이지만, 이후엔 필요한 데이터를 모으고 관련 용어를 이해할 수 있도록 왓슨을 훈련시키고, 지식을 구조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또 AI 기능이 실제 작동할 수 있는 서비스 개발도 필요하다.
SK C&C가 자신감을 보이는 영역도 AI 기능이 접목된 시스템 개발과 운영 쪽이다. 이문진 본부장은 “API는 완제품이 아니다. SK C&C는 금융, 제조, 유통 등 여러 산업에서 시스템을 개발하고 운영한 경험이 있으니까 API와 결합해서 다양한 적용사례를 만들 수 있다. 이 점이 우리의 강점이다”고 말했다. API 사용 자체보다 이를 활용한 솔루션이 많이 개발될 수 있도록 돕겠다는 것이다.
SK C&C는 왓슨API를 활용한 자체 솔루션 개발에도 나설 전망이다. 왓슨 한국어 API와 함께 자체 개발한 챗봇 프레임워크를 공개한 것이 시작이다.
챗봇 프레임워크는 챗봇 서비스를 쉽게 구현할 수 있게 돕는 일종의 개발 도구로, 에이브릴 사업본부에서 첫번째로 선보인 솔루션이다. 왓슨에선 제공하지 않는 것으로 인삿말이나 가벼운 일상대화, 위키피디아 검색 등 공동적으로 쓸 수 있는 대화도 사전 탑재돼 있다.
SK C&C는 에이브릴에 왓슨 한국어 AI와 함께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솔루션을 지속적으로 추가할 계획이다. 이문진 본부장은 “왓슨 API를 지원하는 빅데이터, 딥러닝 영역 솔루션과, 기업들이 이용할 수 있는 프레임워크를 에이브릴 플랫폼에서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 SK C&C, AI 솔루션 사업 펼친다
SK C&C는 궁극적으로 자체 AI 브랜드인 에이브릴을 플랫폼화해, 그 안에서 다양한 AI 기반 솔루션이 개발되고, 사용자와 거래되는 생태계를 주도하고 싶어 하는 눈치다. 왓슨 한국어 API 공개는 그 첫걸음일 뿐이다.
SK C&C가 왓슨 한국어 API 공개 행사를 열면서 파트너 생태계를 강조하는 것도 이런 이유로 풀이된다. 회사는 지난 3월 스타트업 및 중견기업 종사자 200명을 대상으로 '에이브릴 블루밍 데이'를 개최했고, 지난 6일에도 왓슨 한국어 API를 제공하는 에이브릴 플랫폼 공개행사에서도 다양한 개발자 세션을 마련했다.
이런 노력을 통해 이미 회사는 100 개의 고객 및 파트너사를 확보했다. 부산의 강소기업 수상ST는 왓슨 한국어 API를 활용해 아동과 노인을 위한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감성 대와화 교육 콘텐츠 제공이 가능하다. 콜센터 솔루션 업체 한솔인티큐브는 AI를 활용해 컨텍센터를 혁신하고 있고, 두산정보통신은 챗봇을 통한 사내 IT문의 헬프데스크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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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C&C 정철우 에이브릴 플랫폼 수석은 앞으로 회사가 추구하는 AI 사업 방향에 대해 “앞으로 왓슨뿐 아니라 (자체 개발과 국내 파트너사를 통해) 다른 AI 기술 요소도 추가해 마켓플레이스로 진화해 나갈 것”이며 “솔루션 제공자와 사용자가 거래할 수 있는 마켓플레이스로 진화해 나가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문진 본부장도 ” 에이브릴 사업 궁극적인 목표는 자체 개발한 솔루션과 전략적 협력을 맺은 고객 및 파트너사와 함께 개발한 솔루션을 공동 판매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