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프로야구, 애플워치로 '사인 훔치기' 파문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가 때 아닌 ‘애플워치 파문’으로 떠들썩하다. 전통 명문 구단인 보스턴 레드삭스 팀이 라이벌인 뉴욕 양키스와 경기에서 애플워치를 이용해 사인을 훔친 정황이 포착된 때문이다.

뉴욕타임스는 5일(현지시간) 보스턴 팀이 뉴욕 양키스, 토론토 블루제이스 등과 경기에서 애플워치를 이용해 상대팀의 사인을 훔친 사실을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프로야구 경기에서 상대팀 사인을 훔치는 행위는 불법은 아니다. 2루 주자가 상대 포수의 사인을 훔친 뒤 타자에게 전달해주는 상황은 심심찮게 벌어지고 있다.

다만 이런 행위는 야구의 신사도에 어긋나는 행위로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 사인을 훔쳤다는 정황이 포착될 경우 상대팀은 빈볼 등으로 강하게 응징하는 선에서 마무리하곤 한다.

■ 영상분석관이 상대팀 사인본 뒤 코치 애플워치로 전달

이번에 문제가 된 것은 보스턴 팀이 전자 기기를 사용해 상대팀 사인을 훔친 때문이다. 현재 미국 메이저리그는 경기 중 전자기기를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브라이언 캐시먼 뉴욕 양키스 단장이 메이저리그 사무국에 직접 제보하면서 시작됐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뉴욕 양키스 팀이 제출한 영상 자료 등을 토대로 보스턴 팀이 경기 중 애플 워치를 이용해 사인을 훔치는 장면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방법은 간단했다. 영상 분석관이 상대팀 사인을 확인한 뒤 보스턴 팀 덕아웃에 있는 코치들에게 알려준다.

애플워치는 이 과정에서 사용됐다. 멀리 떨어져 있는 코치들이 차고 있는 애플워치로 상대팀 사인을 알려준 것이다. 이렇게 입수한 사인을 타석에 있는 타자에게 전달해줬다고 뉴욕타임스가 전했다.

구체적인 정황도 공개됐다.

뉴욕 양키스가 문제 삼은 장면 중 하나는 지난 주 열린 보스턴과 3연전 첫 경기 2회말 장면이었다.

당시 주자 2루에 둔 상황에서 라파엘 데버스가 홈런을 치면서 2대 0으로 리드했다. 이 때 상대 투수 사인이 타자에게 전달됐을 가능성이 적지 않았다는 것이 뉴욕 양키스 측 주장이다.

특히 보스턴은 첫 경기에서 주자 2루에 있는 상황에서 8타수 5안타라는 놀라운 기록을 세웠다.

■ 전자기기 활용한 사인훔치기는 불법…파장 클듯

현재 미국 프로야구에선 경기 중 전자기기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지난 해 덕아웃에서 아이패드 사용을 허락하긴 했지만, 인터넷 접속은 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유일하게 허용된 것이 애플워치다. 이번에 보스턴 구단이 애플워치를 이용해 상대팀 사인을 훔친 것은 이런 빈 틈을 이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보스턴이 전자기기를 이용해 상대팀 사인을 훔친 정황이 드러나면서 징계 수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보스턴 측은 팀 단장이나 감독 같은 고위직들은 이번 행위에 연루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아직까지 어떤 징계를 내릴 지 확정된 부분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자 기기를 활용해 상대팀 사인을 훔친 행위가 몰고올 파장이 적지 않은 만큼 강력한 징계가 가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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