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소의 저주’에 시달리던 시카고 컵스가 108년 만에 미국 프로야구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비결은 뭘까? 물론 2011년 야구부문 사장으로 부임한 테오 엡스타인이 팀을 잘 만든 게 1차적 요인으로 꼽힌다.
엡스타인은 주전 1루수 앤소니 리조를 비롯한 신예 선수와 벤 조브리스트 같은 노장급을 적재적소에 영입하면서 최강의 팀을 꾸렸다.
뛰어난 선수들이 있어야 강팀이 될 수 있는 건 스포츠계의 상식 중의 상식이다. 하지만 팀의 전력을 극대화하기 위해선 또 다른 요인이 필요하다.
이런 측면에서 시카고 컵스의 또 다른 강점은 ‘빅데이터 분석 능력’이었다고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 옵저버를 비롯한 주요 외신들이 전했다.
■ 영화 '아바타'에 활용된 모션픽처 한 단계 개선
시카고 컵스 빅데이터 분석의 핵심은 3D 모션 픽처 전문업체인 키나트랙스(KinaTrax)와 인도업체 아이메리트(iMerit)다.
그 중 특히 핵심 역할을 하는 것이 키나트랙스다. 미국 플로리다에 있는 키나트랙스는 2013년 설립된 신생 회사다. 이 회사는 ‘마커리스 모션 픽처’ 기술을 개발하면서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메이저리그 구단 중에선 탬파베이 레이스가 첫 고객이다. 시카고 컵스는 지난 해부터 키나트랙스의 기술을 본격적으로 활용했다.
키나트랙스의 가장 큰 경쟁력은 ‘마커리스 모션 픽처’다. 이 기술은 영화에서 흔히 사용되는 모션 픽처 기술에 스포츠 생체공학을 결합한 것이다.
영화 ‘아바타’등에 사용된 모션픽처는 배우들에게 부착한 표시장치(marker)를 통해 동작을 기록하는 방식이다.
키나트랙스 기술의 특징은 ‘표시장치 없이(markerless)’ 선수들의 동작을 촬영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선수들이 경기할 때 정확한 뼈의 위치와 골격 모델을 3D 영상으로 만들게 된다. 이 기술은 특히 투수들에게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
옵저버에 따르면 키나트랙스의 하드웨어는 초동 300프레임까지 촬영할 수 있다. 카메라는 주로 투수 정면 관중석 자리에 설치한 뒤 투수들의 동작을 촬영한다.
선발투수 같은 경우 한 경기에 100개 내외의 공을 던진다. 이 투구 장면들을 전부 촬영한 뒤 골격 구조와 위치들을 분석한다. 그런 다음 각 영상에 주석을 붙인 뒤 태그로 분류해 놓는다.
■ 3D 빅데이터 분석 통해 투수 능력 극대화
이렇게 찍은 영상은 캘리포니아 주에 있는 아이메리트 미국 지사로 보내게 된다. 2012년 인도에서 설립된 아이메리트는 영상 분석 전문 소프트웨업체로 유명한 곳이다.
이 회사는 키나트랙스 영상을 토대로 데이터를 생성한 뒤 각 투수 신체의 핵심 지점을 포착한 뒤 신체구조를 바탕으로 한 다양한 모형으로 분류한다. 현재 아이메리트는 미국 메이저리그 투수 250명 가량을 분석한 데이터를 갖고 있다고 옵저버가 전했다. 이렇게 축적한 자료는 선수의 기량을 끌어올리거나 부상을 방지하는 데 유용하게 활용된다.
이를테면 투수의 성적이 부진할 경우 가장 성적이 좋았던 때와 비교해서 문제점을 찾아낸다. 빅데이터를 토대로 한 이런 분석은 영상을 사람 눈으로 분석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결과를 얻어낼 수 있다는 게 아이메리트의 주장이다.옵저버는 이 같은 소식을 전해주면서 “시카고 컵스가 이 시스템을 상대팀 투수의 약점을 분석하고 자기 팀 선수들의 능력을 극대화하는 데 적극 활용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올해 시카고 컵스가 정규 시즌에서 리그 전체 승률 1위를 기록한 뒤 월드시리즈 우승컵까지 들어올리는 데는 탄탄한 선발진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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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중엔 존 레스터처럼 자유계약(FA)을 통해 영입한 선수들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하지만 이 못지 않게 카일 헨드릭스나 제이크 아리에타처럼 다른 팀에서 별다른 활약을 하지 못했다가 시카고 컵스에서 잠재력을 폭발시킨 선수들이 없었더라면 108년 동안 이어져 온 염소의 저주를 풀어내지 못했을 가능성이 많다.
그 밑거름이 된 것이 바로 ‘마커리스 모션 픽처’ 기술을 바탕으로 한 빅데이터 분석이란 게 외신들의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