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1심 재판 선고가 하루 뒤 25일 진행되는 가운데 총수의 공백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로 삼성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이 부회장의 경영 복귀 여부를 결정짓는 뇌물공여 사건 1심 선고 기일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재판부의 결정을 섣불리 예단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삼성 측은 유죄 선고가 나올 경우 항소가 불가피하다는 판단에 따라 유·무죄 시나리오를 나눠 변호인단을 중심으로 면밀히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개월째 지속된 이 부회장의 공백으로 삼성전자를 필두로하는 계열사들의 굵직한 경영 현안들이 사실상 교착 상태에 빠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 유죄 선고 땐 구속…곧 항소 나설 듯
특검이 지난 7일 구형한 이 부회장의 형량은 징역 12년이다. 이 부회장을 제외한 피고인들 역시 징역 7년에서 10년의 중형을 구형받았다.
만약 재판부가 이 부회장에게 실형을 선고하면 이 부회장은 1심 재판의 구속 만기(오는 27일 자정)를 앞두고 다시금 서울구치소에 수감된다.
이후 박근혜 전 대통령 등의 재판도 남아 있어 이 부회장은 일단 구금 상태로 항소심에 응할 가능성이 크다. 이 부회장과 함께 기소된 삼성 전·현직 임원들 역시 실형을 선고받으면 즉시 구속될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삼성 관계자들은 극한 긴장 속에서 숨죽이며 선고 공판을 지켜볼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의 석방을 간절히 바라고 있는 쪽은 하반기에 굵직한 현안들을 쌓아두고 있는 삼성전자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어느 기업이나 그렇듯 리더의 부재는 당장의 문제가 아닌 향후 수년 뒤의 전략에 상당한 영향을 가져올 것"이라며 "현재 최선은 무죄, 차선은 집행유예"라고 전했다.
■ 경영 '올스톱'…삼성 '빛 좋은 개살구' 될까 우려
삼성전자는 올해 최대 영업이익을 달성하는 등 겉보기엔 '고공행진' 중이다.
공교롭게도 이 부회장의 재판을 하루 앞둔 이날 새벽, 회사는 미국 뉴욕에서 전략폰 '갤럭시노트8'를 공개해 폭발적인 반응을 얻기도 했다.
회사는 또 다음 달 초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는 ‘국제가전전시회(IFA)' 준비에도 한창이다.
그러나 업계에선 삼성전자가 총수의 장기 부재로 사업 전반의 방향성을 잃어가고 있다는 분석을 쏟아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은 현재 결정권자의 부재로 요즘 업계의 최대 관심사인 반도체·디스플레이 사업에 과감한 투자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지난해 미국 전장업체 하만 인수 때 처럼 굵직한 인수합병(M&A)도 생각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그는 "총수의 부재는 곧 ‘어떤 미래 먹거리를 만들면 좋을까’라는 질문에 답을 할 수 없는 것과 같다"면서 "이 때까진 잘 버텨왔지만 실형을 선고받는다면 (삼성전자가) 내부적으로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외신들은 삼성전자가 글로벌 시장에서 ‘뇌물 기업’, ‘총수 구속’이라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생기는 점도 문제점으로 거론하고 있다.
미국 경제지 포브스는 업계 한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뇌물 공여 혐의로 구속된 이재용 부회장은 정치적 음모에 휘둘려 재판을 받고 있다"며 "이는 불리한 상황의 전쟁터에서 장수를 없애는 격"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 한 편으론 '무죄' 나올까 기대감…'여론 재판' 분위기에 신중함도
이 부회장의 1심 선고를 지켜보는 삼성은 조심스럽게 무죄 선고 기대감도 내비치고 있다.
특검이 재판부에 제출한 증거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수첩 등의 간접증거뿐이라는 점에서다.
뇌물 혐의를 입증할 직접적인 증거가 사실상 나오지 않았음에도, 간접 증거만으로 이 부회장이 중형을 선고받는다면 재판부에 '여론재판'이라는 비난이 쏟아질 수도 있다.
수개월 동안의 재판 과정서 특검은 '공소사실을 입증할 증거는 차고 넘친다'고 주장했고, 삼성 측 변호인단은 '특검의 일방적 추측만 난무했다'고 반박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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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재판부가 과연 특검이 공개한 증거를 사실로써 받아들일지도 주목된다.
만약 재판부가 이 부회장에게 무죄나 집행유예를 선고할 경우, 이 부회장은 지난 2월 16일 구속된 후 무려 190일 만에 풀려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