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RCE 효과 놀랍네"…네이버 'AI 퍼스트' 탄력

'생활환경지능' R&D 속도…자율차 연구도 박차

인터넷입력 :2017/08/07 15:55    수정: 2017/08/08 09:56

손경호 기자

제록스유럽리서치센터유럽(XRCE)를 손에 넣은 네이버가 인공지능(AI) 분야에서 의미 있는 성과들을 내놓고 있다.

네이버는 최근 세계적인 컴퓨터 비전 및 패턴인식 학회 'CVPR 2017'에서 의미 있는 연구 결과를 연이어 발표하면서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상위 8%에게만 기회가 주어지는 '스포트라이트' 논문 두 편을 비롯한 다섯 편이 한꺼번에 이 자리에서 발표됐기 때문이다.

프랑스 그르노블에 위치한 XRCE. 네이버는 이 회사를 인수하면서 AI 분야 기술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6월27일 XRCE를 인수한 지 한 달 여만에 기존 조직과의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그런가 하면 최근엔 인공신경망 기계번역(NMT) 기술이 적용된 파파고도 '베타' 딱지를 뗐다. 네이버는 지난 달 27일 파파고에 적용됐던 200자 글자수 제한을 5천자까지 확대하면서 본격적인 'AI 번역'시대를 열었다.

XRCE 인수한지 40여 일…AI 강풍, 네이버를 휘감다

물론 네이버의 AI 행보는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AI로 주요 서비스를 아우르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차근 차근 진행하고 있다.

이미 검색 서비스엔 이미 딥러닝 기술을 응용한 에어스(AiRS) 추천 시스템을 적용했다.

네이버와 일본 라인주식회사가 공동으로 구상한 AI 플랫폼 클로바는 음성인식 스피커 웨이브는 물론 스마트폰용 AI 비서인 클로바 모바일앱, 클로바 내 추천 기술만 떼내 맞춤형 콘텐츠를 추천해주는 모바일앱 디스코 등으로 뻗어가고 있다.

베타서비스 중인 스마트렌즈는 이미지를 스마트폰으로 촬영하면 비슷한 이미지를 검색해서 추천해준다.

XRCE 인수건은 네이버의 이런 행보에 '의미 있는 점'을 찍은 상징적인 사건이다. 네이버로는 지난 6월27일 XRCE를 인수한 뒤 네이버랩스유럽으로 재탄생시켰다.

XRCE 인수는 국내는 물론 글로벌 AI 업계에서도 네이버를 주목하는 계기가 됐다. 이 연구개발회사는 자율주행차, 초정밀 3차원 실내 지도 제작 로봇 등을 개발하며 일상에 AI가 녹아드는 '생활환경지능'을 구현하기 위해 필요한 기술을 차곡차곡 쌓는 중이다.

기술연구 방향성이 일치한다는 점에 더해 자율과 몰입을 강조하는 네이버랩스의 기업문화도 XRCE가 네이버행을 선택한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유럽을 대표하는 기술연구소로 알려진 XRCE는 그동안 머신러닝, 컴퓨터 비전, 자연어 처리 등 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술력을 확보해왔다. 80명으로 구성된 이 연구소에서 발표된 논문들은 2015년 이후 세계적인 컨퍼런스, 학술지, 학회 등에서 약 9천800여개 외부 논문에 인용될 정도로 성과를 인정 받았다.

네이버 최고기술책임자(CTO)를 겸직하고 있는 네이버랩스 송창현 대표는 "XRCE는 네이버의 미래기술 연구 방향과 동일한 방향성을 가지고 있어 향후 연구 개발에 있어 상호 연계와 시너지 효과가 크게 기대된다"며 "특히 컴퓨터 비전, 머신러닝, 자연어 처리 등 AI 기술에 대한 XRCE의 높은 연구 성과들이 네이버랩스가 주력하는 AI/딥러닝, 3D 매핑, 로보틱스 등 생활환경지능 기술 연구들에 더해져 글로벌 무대에서 더 큰 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했다.

네이버랩스가 XRCE를 인수하면서 유럽 AI DNA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

네이버랩스와 XRCE 간 시너지는 최근 개최된 세계적인 컴퓨터 비전 및 패턴인식 학회 'CVPR 2017'에서 빛을 발했다.

네이버와 라인주식회사는 올해 처음으로 플래티넘 스폰서로 이 학회에 참여했다. 이 자리에서 네이버랩스와 네이버랩스유럽은 총 5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이 중 두 개 논문은 전체 컨퍼런스 발표 논문 중 상위 8%에 들어야 자격이 주어지는 '스포트라이트 세션'에서 다뤄졌다.

한국 연구진들은 이미지와 텍스트 간 관계를 긴밀하게 파악하는 방법에 대한 논문을, 네이버랩스 유럽에서는 주위 사물이나 다른 사람들에게 가려진 사람의 동작까지 정확히 인식하고, 추론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논문을 각각 이 세션에서 공개했다.

네이버 관계자에 따르면 CVPR 2017 현장에 차려진 네이버-네이버랩스 부스에는 전 세계에서 참여한 많은 연구자들이 방문해 관심을 표시했다. 실제로 채용단계까지 오간 사례도 있었다. 그만큼 XRCE의 후광효과가 적지 않았던 셈이다.

송창현 네이버 CTO 겸 네이버랩스 대표.

■ 서울모터쇼서 베일 드러낸 네이버랩스 기술력

네이버의 'AI 퍼스트' 행보는 XRCE 인수 전부터 활발하게 전개됐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 3월 말 열린 서울모터쇼다. 인터넷 기업의 기술개발 자회사가 모터쇼에 참석하는 것 자체가 이례적인 이벤트였다.

이 자리에서 네이버랩스는 지난해 네이버 개발자 컨퍼런스인 데뷰2016에서 공개했던 자율주행차와 차량 인포테인먼트(IVI), 초정밀 3차원 실내지도 제작로봇 M1의 연구성과를 공유했다.

3가지 연구성과를 관통하는 메시지는 생활환경지능이다. 당시 기자들과 간담회 자리에서 송창현 대표는 "네이버로부터 분사한 뒤부터는 어떤 부분에 집중해야한다고 생각했다"며 "생활환경지능을 구현하기 위한 공간, 이동성과 관련된 기술 확보에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네이버랩스는 자율주행차 분야 중에서도 특히 딥러닝 기반 이미지 인식에 집중한다. 사물을 몇 개 클래스로 분류해 위치를 추정하고, 경로를 계획한다. IVI는 자율주행차 시대가 되면 사람들이 차 안에서 각종 유용한 정보를 얻고 싶어하는 수요가 늘어날 것을 대비했다.

내비게이션 기능 뿐만 아니라 네이버 포털을 이용하듯이 자동차 내에서 여러가지 유용한 기능들을 쓸 수 있게 하겠다는 전략이 반영됐다. M1은 GPS나 통신환경에 장애를 받는 환경에서도 자율주행차 혹은 로봇이 실내 환경을 정밀하게 분석해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마련됐다.

딥러닝을 활용한 네이버랩스 자율주행차가 주변의 보행자, 화물차, 승용차, 이륜차 등을 구분하는 모습(위)과 후측방에 자동차가 오고 있는지 아닌지를 확인해 차선을 변경할 수 있게 하는 모습(아래).
네이버랩스 자율주행차가 도로 위 사물을 인식하는 장면.
초정밀 3차원 실내 지도 제작로봇 M1.

■ 네이버-라인 관통하는 AI 키워드 '클로바' 어떻게 진화하나

지난 3월2일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2017에서 이데자와 다케시 라인주식회사 대표는 라인-네이버를 아우르는 AI 플랫폼 '클로바(Clova)'를 처음 선보였다.

클로바가 가진 장기 비전은 음성 뿐만 아니라 인간의 오감을 인식하는 한 차원 진화된 AI를 선보이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비전 아래 클로바는 외부 개발자들을 끌어 모으기 위해 사물인터넷(IoT) 기기 제조사들을 위한 '클로바 인터페이스 커넥트', 외부 콘텐츠 개발자들이 개발한 앱에 손쉽게 클로바를 적용할 수 있는 '클로바 익스텐션 키트'로 구성됐다.

아직 초기 단계인 클로바는 더 다양한 사용자들의 관심을 반영해 적절한 대응방안을 제시하기 위해 학습 단계를 거치는 중이다.

이데자와 다케시 라인주식회사 대표가 라인과 네이버를 아우르는 AI 플랫폼 '클로바'를 공개했다.(사진=MWC2017)

다른 AI 플랫폼과 마찬가지로 클로바 역시 많은 사용자들의 데이터를 받아들여 분석을 거칠수록 더욱 똑똑하고 정교해서 궁극적으로 사람들의 일상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AI로서 기능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학습 과정을 거치기 위해 네이버는 국내서 스마트폰용 클로바앱을 베타 서비스하기 시작했다.

클로바에서 추천 기능만을 뽑아내 만든 콘텐츠 추천 앱 디스코에 등장하는 콘텐츠에 대한 '좋아', '싫어'는 네이버가 수많은 사용자들의 서로 다른 선호도를 충분히 학습하는 과정을 거치며 더 정교하게 추천 서비스를 제공할 것으로 전망된다.

클로바는 인간의 오감을 인식하는 '클로바 인터페이스', 두뇌에 해당하는 '클로바 브레인'을 핵심으로 각종 외부 기기 및 애플리케이션을 연결하기 위해 클로바 인터페이스 커넥트, 클로바 익스텐션 키트를 제공한다.

일본 라인주식회사에서 7월14일부터 예약 한정 판매를 시작한 클로바 기반 음성인식스피커 '웨이브(WAVE)' 역시 이 같은 사용자 데이터를 확보해 더 똑똑한 AI를 만들어 나가기 위한 도구로 활용된다.

네이버도 국내서 웨이브 스피커를 판매하며 클로바앱, 디스코앱에서 얻을 수 없는 가정 내 사용자들에 대한 데이터를 얻으며 다양한 실험을 벌인다는 계획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클로바가 가진 가장 큰 강점 중 하나로 '언어'를 꼽았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영어권 국가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아마존 에코는 영어로 된 대화를 이해하고, 처리하는데 최적화 됐다. 반면 한국어나 일본어에 대해서는 제대로 학습이 이뤄지지 않았다.

자연어 처리/이해 능력의 차이가 음성인식스피커와 같은 대화형 AI 기술이 한국, 일본을 포함한 아시아 시장에 진출하는데 언어 장벽으로 작용한다.

한국 대표 검색포털로 자리 잡은 네이버와 일본과 태국 등에서 인기 모바일메신저로 안착한 라인을 보유한 라인 주식회사 등이 아시아 시장에서 유리할 수 있는 이유다.

라인주식회사가 일본에서 먼저 출시한 클로바 기반 음성인식스피커 웨이브(WAVE).

■ AI 기술의 집합체 자율주행차, 네이버의 경쟁력은?

테슬라를 선두로 알파벳 자회사인 웨이모, 우버, BMW, 벤츠, GM, 포드, 토요타는 물론 국내 현대자동차까지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들까지 가세한 가운데 네이버는 자율주행차 분야에서 어떤 경쟁우위를 가져갈 수 있을까.

가장 큰 힌트는 인텔이 15% 지분을 인수한 노키아 지도 사업부문 히어(HERE)와 이스라엘 전장업체로 인텔에 인수된 모빌아이에서 찾아볼 수 있다.

네이버는 자율주행차 관련 기술 중에서도 센서를 활용해 도로 주행 환경을 실시간으로 파악하는데 집중한다.
네이버 자율주행차는 차량 윗쪽에 라이다 센서와 카메라가 탑재됐다. 차량 앞쪽에는 레이더 센서가, 뒷쪽에는 GPS에 장착돼 주변환경을 인식하고 장애물을 피해가며 원하는 목적지까지 이동한다.

독일 BMW, 아우디에 더해 벤츠로 유명한 다임러가 합작한 컨소시엄은 2015년 12월 노키아로부터 히어를 인수했다. 이후 인텔까지 가세하면서 히어는 자율주행차 관련 기술을 연구 중인 여러 기업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이 회사는 오픈 위치 플랫폼(Open Location Platform) 회사를 지향한다. 전 세계 모든 지역의 디지털지도, 위치정보를 실시간으로 최신 상태로 유지하기 위해 'HD 라이브 맵'을 서비스 한다. 이 솔루션은 통신을 통해 서로 연결된 커넥티드카에 탑재된 수많은 센서들을 활용 주행 중인 도로에서 발생하는 모든 상황을 기록해 자율주행차 시대에 맞는 종합적인 지도데이터를 제공한다.

네이버랩스를 통해 개발 중인 자율주행차 기술의 핵심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된다. 하나는 자율주행차 자체를 제작하기 보다는 실시간으로 도로 환경에서 필요한 정보를 반영해 자율주행을 돕겠다는 것이다.

서울모터쇼에서 시연한 네이버 자율주행차 기술은 차량 윗쪽에 라이다 센서와 카메라를 탑재하고, 차량 앞쪽에는 레이더 센서를 달고, 뒤에는 GPS를 장착해 주변환경을 실시간으로 인식해 장애물을 피해가며 원하는 목적지까지 이동할 수 있도록 했다. 이 과정에서 주변 보행자, 화물차, 승용차, 이륜차 등을 구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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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기업 모빌아이는 이 같은 모듈을 자동차 제조사에 공급하는 중이다. 문제는 이 회사는 자율주행차 개발사들에게 이후 데이터 분석에 필요한 과정값을 주는 대신 결과값만 전달해 준다는 점이다. 자율주행차가 언제 멈추고, 언제 움직여야할지는 알려주지만 자율주행차 개발사가 이러한 데이터를 충분히 분석하고 학습해 최적화하기 위해 필수인 과정값은 그들만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계가 따른다.

네이버랩스는 자율주행차가 도로 주변 상황을 이해하는데 필요한 모듈을 자체 개발하는 동시에 실시간 도로 주변 환경을 반영한 지도데이터 업데이트 관련 기술도 개발 중이다. 다시 말하면 히어와 모빌아이가 가진 기술을 자체 개발하려는 시도를 벌이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