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의 '한 페이지 보고서 지시'가 갖는 의미

유영민 "형식보다 본질 탐구에 시간 할애하자"

방송/통신입력 :2017/07/11 18:23    수정: 2017/07/11 18:28

“앞으로 보고서는 한 페이지로 받겠다. 지시자의 요구사항이 명확하게 담기도록 가장 짧은 글로 쓰자. 장문의 보고서를 쓰는 시간에 상상하고 미래부답게 미래를 준비하고 정책을 토론하고 아이디어 내는 쪽에 시간을 쏟아달라.”

유영민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이 11일 정부과천청사 후생동에서 열린 취임식 자리에서 준비한 원고 외에 개인적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서 부처 직원들에게 이같이 말했다.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격식과 형식을 타파하는데 솔선수범하겠다”는 맺음말로도 자신의 의지 전달이 부족하다는 표정이었다.

유영민 신임 장관은 공식 취임사 이후 “제가 굉장히 놀란 점은 우수한 공무원 집단 속에 있는 분들이 하는 일은 굉장히 비생산적이고 염려스러운 일들이 많다는 것”이라며 “청문 준비 과정 중에 제가 물어보니 사무관(5급 공무원)의 문서작성 작업이 하루의 70~80%라고 하는 걸 듣고 이것부터 바꿔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운을 뗐다.

취임식 직후 미래부 출입기자단을 찾은 유영민 신임 장관.

취임식 이후 미래부 기자단과 만나 한 페이지 보고서의 속뜻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유영민 장관은 과거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 원장 시절을 회고했다. 유 장관은 지난 2006년에 구 방송통신위원회 산하 기관인 SW진흥원장을 역임했다.

유영민 장관은 “예전에 산하기관장을 맡으면서 독자적인 보고서를 만들어 사업을 진행할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 상위 부처에서 내려온 숙제를 하는 것이 대부분의 업무였다”며 “과연 그것이 생산적인가 의문이 들었는데, 장관 인사청문 준비 속에 읽기도 힘든 업무보고를 작성해오는 엘리트 집단 공무원들을 보니 그런 생각이 들었다”고 답했다.

그는 또 기업의 경영자 입장에서 고려해 볼 때도 공무원 조직의 일하는 방식을 새롭게 바라볼 필요를 느꼈다고 밝혔다. 1979년 LG전자 전산실 말단 개발자 사원으로 시작해 LG CNS 부사장과 포스코ICT 사업총괄 사장(COO), 포스코경영연구소 사장 직 경험을 통해 얻은 생각이다.

유 장관은 “기업의 COO라는 직무는 새로운 정보를 기업의 업무나 기존 사업, 개발중인 제품과 서비스에 어떻게 접목하는 것인가를 고려하기 때문에 아침에 일어나면 밤 사이에 나온 새로운 ICT 기술과 신제품부터 확인하는 게 몸에 배어있다”며 “이런 지점에서 새로운 먹거리가 보이고 일자리가 보이고 아이디어가 보이는데 보고서를 쓰는데 시간을 허비하면 그런 시간을 가질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물론 한 페이지의 보고서는 상징적으로 한 표현이지만 최소한 지금보다 획기적으로 일하는 방식을 바꾸길 바란다는 뜻”이라며 “윗사람이 밑에 한마디로 지시하면 그 밑으로 가면서 말이 늘어나고 나중에는 수백페이지의 업무로 돌아올 수도 있기 때문에 이런 일하는 방식을 바꾸자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유영민 장관은 취임 하루만에 장관 임명에 앞서 새 정부에서 차관직을 수행하고 있는 이진규 미래부 1차관, 김용수 2차관과 이같은 업무방식 변화의 뜻을 나눴다고 밝혔다.

물론 하루 아침에 바뀔 문제는 아니지만, 일하는 방식과 문화는 밀접하게 연관돼 있는 만큼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공직 현장의 일하는 방식이 미래부를 넘어 정부 모든 부처에 확산되길 바란다는 희망도 드러냈다.

유 장관은 “미래부가 그간 해왔던 일을 중간 점검을 거쳐 선택과 집중 측면에서 더욱 자원을 배분해 집중할 일은 집중하고 놓을 것은 놓아야 한다”며 “미래부가 이런 변화를 겪게 되면 정부 각 부처와 국가 전체에 변화의 바람이 불어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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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국민적 관심을 받고 있는 통신비 인하 정책과 관련해 주무부처 수장으로서 이해관계자를 고려하겠다는 뜻을 거듭 반복했다.

그는 “통신비 인하 문제는 내가 모든 것을 결정해서 될 일이 아니고 이해관계자가 많다”며 “가장 중요한 점은 법적 바탕이고 기업의 요청과 시민단체의 요구가 있는데, 새 정부가 가장 크게 약속했던 점이기 때문에 책임감을 가지고 가급적 빨리 할 수 있는 문제부터 풀어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