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분도 채 안 되는 영상물로 시청자를 배꼽잡게 만들었다간, 어느 순간 가슴 뭉클한 감동을 선사한다. 이런 매력을 가진 모모콘의 웹예능 콘텐츠들이 인터넷 공간에서 입소문을 타고 있다.
대표적인 프로그램으로는 ▲연예인 중고나라 체험기:개이득 ▲블랙박스 라이브 ▲간판스타 ▲존잘러/존잘러스 ▲존예보스 ▲더 싸인라이브 등이 있다.
이 중 연예인 중고나라 체험기는 물품을 중고거래로 팔러 나온 팬들 앞에 해당 연예인이 직접 나타난다는 설정이다. 하하, 바다, 임창정, 디제이디오씨 등이 출연했다.
블랙박스 라이브는 사랑하는 가족이나 연인에게 좋아하는 가수를 선물하는 콘셉트다. 차량 블랙박스 앞에서 가수가 노래를 불러주고, 직접 인사도 나누는 일종의 몰래카메라다. 자우림 김윤아, 허각, 세븐틴, 정승환 등이 팬들과 만났다.
존잘러, 존예보스는 신인 아이돌 가수들의 얼굴과 재능을 최대한 밀착해서 화면에 담는 영상물이다. 우상과 같은 오빠, 여동생들을 직접 눈앞에서 보는 것과 같은 감동을 선물한다. 로이킴, 공찬, 차은우, 정채연, 김소희, 크리샤 츄 등이 등장했다.
현재 약 10종류의 프로그램들이 제작된 모모콘 영상 콘텐츠들의 특징은 다양한 분야 연예인들이 출연한다는 점이다. 특별한 각본 없이 최대한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생생함도 매력 포인트다. 아울러 전통 미디어에서는 볼 수 없는 소재와 기획력이 큰 힘이다.
그런데 이런 신선한 작품들은 도대체 누구의 아이디어일까. 궁금증을 풀기 위해 ‘아이디어 뱅크’ 역할을 하고 있는 모모콘 기획본부의 수장, 이재국 본부장을 찾아 그의 얘기를 들어봤다.
■ “방송과 다르게 만드는 게 핵심”
이재국 기획본부장은 MBC와 tvN, 뮤지컬과 라디오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작가로도 활동했지만, 영화 등에서는 직접 배우 역할도 했다. 그러다 모모콘 창업 멤버로 참여해 지금은 웹과 모바일에 최적화된 동영상 콘텐츠 제작자로 활동 중이다.
기존 미디어 환경에 익숙해진 탓에 새로운 모바일 환경 적응이 쉽지 않았을까 싶었는데, 오히려 기존 방송에서 쌓은 다양한 경험이 도움이 됐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또 주류 매체에 몸담고 있다가 아직 비주류인 웹예능 콘텐츠 시장으로 옮겨오는 결단도 여러 고민과 어려움이 따랐을 거란 생각이 들었지만, 이 역시 예상과 빗나갔다. 변화된 시장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읽고, 자신의 재능을 펼칠 수 있는 곳에서 평소 하고 싶던 콘텐츠를 만들 뿐이었다.
“방송 작가 하면서 TV가 재미없다고 느껴졌는데, 10살 된 딸도 TV를 안 보더라고요. 이 세대는 무한도전을 유튜브에서 검색하면 된다고 생각하지, 토요일 6시를 기다렸다 보는 걸 이해 못해요. SNS에 개인적으로 만들어 올린 콘텐츠가 있는데 사람들이 좋아하고, 재미있으면 공유도 하고 댓글도 달더라고요. 그 때 이런 걸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매일 아이디어 내고 새로운 걸 해보고 싶었죠.”
궁금했던 신선한 기획력에 대한 비결도 비교적 단순했다. “(기존) 방송 같지 않아야 한다”가 하나의 중요한 철칙이었다.
“처음 기획 회의 할 때에는 기존 방송과 유사한 아이디어들이 나왔어요. 괜찮을 것 같다가도, 어느 순간 보면 기존 방송스럽지 않나 하는 경우도 많았죠. 뉴미디어 환경에 잘 맞는가, 새로운가, 출연자들이 서로 하고 싶어할까를 우선순위에 뒀어요. 이런 노력이 출연료를 많이 줄 수 없는 저희가 연예인들이 서로 하고 싶어 하는 콘텐츠를 만들 수 있었던 비결이죠.”
■ “날 것 그대로가 매력…독자적인 길 가겠다”
최대한 생생하고 꾸밈없는 스타들의 모습을 보여주려다 보니 여러 에피소드도 많았다. 중고나라 체험기 같은 경우 일반 출연자가 놀라 도망간 경우도 있고, 깜짝 놀라야 할 출연자가 너무나 침착한 반응을 보여 난감한 상황도 벌어졌다. 재촬영할까 했지만, 이 자체가 ‘리얼’이란 판단에 그대로 내보냈다.
“너네는 이런 거 못하지? 우리는 자유롭고 이렇게 열려있어. 이런 느낌이랄까요. 지상파들이 했다면 욕을 먹었겠지만, 뉴미디어에서는 조금 더 자유롭게 콘텐츠를 기획하고 만들 수 있는 거죠. 또 기승전결을 순서대로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기와 결’, 또는 ‘전과 결’만 보여줄 수 있는 게 웹 콘텐츠들의 강점입니다.”
모모콘 웹예능 콘텐츠들이 인기를 끌면서 회사는 넷플릭스나 유튜브와 같은 곳들과 콘텐츠 공급 논의를 진행 중이다. 좋은 기획안을 갖고 제안하는 단계인데, 최소 총 250분 이상의 분량을 요구해 이에 맞는 구성을 생각 중이다. 웹드라마나 웹무비 제작도 검토하고 있다. 아울러 대형 연예 기획사와도 콘텐츠 제작에 대한 얘기를 나누고 있다.
이재국 본부장은 앞으로 독자적인 길을 가는 것이 치열해지는 방송 경쟁 환경 속에서 살아남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사람들이 5분짜리 영상을 좋아하니까 5분짜리 영상을 만드는 게 아니라, 대중들의 기호를 고려한 고유의 콘텐츠를 만들어 이를 좋아하게끔 만든다는 구상이다.
최근 유행인 비디오 커머스를 만들더라도 모모콘의 방식과 색깔로, 돈을 지불해도 아깝지 않은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들어 승부를 보겠다는 계획이다.
“앞으로는 편집을 투 트랙으로 해서 짧은 영상은 무료로 올리고, 전체를 보려면 비용을 내야 하는 모델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비디오 커머스도 우리 방식대로 만들려고 해요. 모모콘이 하니까 기대된다라는 생각을 갖게 말이죠. 처음에는 시장이 빠르게 변할 것 같아 더 빠르게, 더 센 거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이보다는 독자적인 길을 가야 결국 성공하는 것 같아요. 이건 돈을 내도 아깝지 않다고 느껴지는 오리지널 콘텐츠를 많이 만들 생각입니다.”
■ “다양한 경험 큰 도움…상상력 키워야”
이재국 본부장은 “이제야 말로 자신의 시대가 왔다”는 당찬 자신감도 보였다. 넘치는 호기심을 바탕으로 다방면에서 쌓은 경험이 결국 모든 것이 융합되고 서로 콜라보 되는 시대에 더 적합한 재능을 갖게 했다는 설명이었다.
“예전엔 저에게 재주 많은 놈 치고 잘 되는 거 못 봤다는 식들의 말을 했어요. 라디오도 하고, TV도 하고, 뮤지컬에 배우까지 하니까 들었던 말이죠. 어느 하나를 선택하라고들 했어요. 그런데 지금에서야 당시 손가락질 하던 선배들이 제가 옳았다고 평가해줍니다. 다양한 경험이 강점이 되는 시대잖아요. 수학과 나온 사람이 드라마를 쓰면 어떨까, 화학과 나온 사람이 영화감독을 하면 어떤 작품을 만들까 더 궁금하지 않나요?”
이재국 본부장은 과거의 자신을 가리켜 ‘괴물’이라고 말했다. 넘치는 의욕과 높은 눈높이에 직원들을 괴롭혔던 시절에 대한 자기반성의 표현이다. 하지만 지금은 이런 경험을 밑거름 삼아 구성원들과 즐겁게 일한다고 밝혔다. 매일 아침 회사 오는 게 즐겁다고도 했다.
“예전에는 잠을 잘 안 잤어요. 직원들이 담배를 피거나 잠을 자는 게 속상할 정도였죠. 어느 날 보니 내 꿈을 위해 괴물이 돼 있더군요. 나중에 직원들한테 사과를 했어요. 한 사람의 뜻만으로 되는 게 아닌데, 내 꿈을 강요할 수 없다는 걸 깨달았죠. 이제는 선배로서 조언해주고, 제 경험을 얘기하는 정도의 역할만 하고 있습니다. 한 발 떨어져서 본질을 볼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그래서 지금은 아침에 회사가 오고 싶을 만큼 즐겁게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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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으로 500억원의 제작비가 주어진다면 어떤 콘텐츠를 만들고 싶냐는 질문을 던졌다. 제작비 걱정이 없다면 이재국 본부장이 그리고 싶은 그림이 궁금했다. 대형 스타들이 등장하는 블록버스터 드라마나 영화를 한 편 제작하고 싶다고 하지 않았을까. 역시 뜻밖의 답변이 돌아왔다.
“SF를 만들고 싶어요. 학교에서 배울 때 말이죠, 주인공이 바다가 보고 싶다고 쓰면 수십 명의 스태프가 다 바다로 가야된다며 상상력을 가둬버려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상상력이 약해요. 1천억을 줘도 어디에 써야할지 모르고 상상력의 한계에 갇힙니다. 기성세대는 제대로 된 완성체에 익숙해 있지만, 지금 세대는 편집이 거칠어도 개의치 않아요. 꼭 성공을 못하더라도 상상력이 훨씬 더 커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