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는 핀테크 초보다. 기존 금융권 은행과 카드 앱, 삼성페이를 제외하면 정작 핀테크 전문업체가 개발한 앱은 써본 일이 없다.
산업을 이해하려면 직접 서비스를 체험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이제 핀테크 분야를 맡은지 6개월. 체험을 해보기로 했다.
시대에 동떨어졌다는 압박감도 기자를 초조하게 만들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그룹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모바일 결제 시장 규모는 800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지난해 690조원 대비 15%, 2015년 510조원과 비교하면 59% 성장한 수치다. 전 세계가 빠르게 모바일 결제로 시장이 옮겨가고 있다.
핀테크 초보지만 시대에 발맞추고 산업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더 이상 기죽지 않고 도전해보기로 했다. 금융산업 변화에 적응해보자! 현금없는 사회를 체험해 보자. 오늘은 지값 없이 출근하는 날로 정했다. 티머니 카드와 스마트폰만 챙겼다.
기자는 삼성페이가 지원되는 단말기를 갖고 있어 티머니 카드도 필요 없었지만 도전하기로 마음먹은만큼 새로운 앱을 써보기로 했다.
#핀테크 초보 1단계 - 나에게 맞는 앱을 검색하자
지하철에 서서 적당한 앱을 찾기 위해 먼저 구글플레이스토어를 검색했다. 검색창에 ‘결제’를 키워드로 입력했다. 결제 앱 뿐만 아니라 게임 앱도 검색됐다. 이렇게 찾기는 어려울 것 같았다.
키워드를 바꿨다. ‘간편결제’. 검색결과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시 ‘전자지갑’으로 검색어를 바꿨다. 드디어 핀테크 앱들이 검색됐다. 일단 대형사는 제외하고 결제와 핀테크를 전문으로 하는 업체 앱 중에 고르기로 했다.
핀테크 앱이 이렇게 많았던가. 자신감이 사라졌다. 잘 쓸 수 있을까? 핀테크 초보라 업체에게 도움을 받아야 기능을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최근 만난 업체 몇 군데를 검색했다. 다운로드 수, 후기도 읽어봤지만 감이 오지 않았다. 찾기를 포기하고 가장 최근에 만났던 업체인 갤럭시아컴즈의 머니트리를 이용해보기로 했다. 일단 사용자 인터페이스가 쉬워보였다.
머니트리는 ‘잠자는 쿠폰을 깨우다’라는 슬로건을 갖고 개발된 전자지갑 기능의 앱이다. 상품권, 쿠폰, 캐시를 발행하는 유통점과의 제휴를 기반으로 백화점 상품권, 모바일 쿠폰, 편의점 캐시 등을 머니트리 캐시로 바꿔 사용할 수 있다. 쿠폰, 상품권 제휴만 60여개에 달한다. 월 평균 2억원이 사용되고 가입자도 10만명을 넘어섰다.
#핀테크 초보 2단계 - “가입, 별거 아닌데”
마침 최근 시동생에게 결혼기념일 선물로 받은 신세계 백화점 모바일 상품권이 있었다. 상품권을 캐시로 전환할 수 있으니 머니트리가 좋겠다고 생각했다. 앱을 내려 받고 가입을 시작했다.
이름과 생년월일 등 간략한 정보를 입력하고 핀번호를 설정하는데 1~2분 정도 걸렸다. “간단하군.” 만족스러웠다. 자신감도 붙었다.
#핀테크 초보 3단계 - 가상화폐 전환부터 송금까지
머니트리 앱을 실행시키니 백화점 상품권이 쿠폰함에 등록됐다. 백화점 상품권을 클릭해 머니트리 캐시로 바꿨다. 기자는 백화점 상품권이 생기면 주로 마트에서 사용한다. 집 가까운 곳에 신세계 백화점 상품권을 쓸 수 있는 이마트가 없어서다.
백화점 상품권을 클릭하자 전환버튼이 나타났다. 이 버튼을 누르니 머니트리 캐시가 생겼다. 가입부터 상품권을 캐시로 전환하는 것까지 쉽게 해냈다.
상품권을 머니트리캐시로 전환하니 얼마 전에 서점에서 신랑에게 빌린 도서상품권 5만원이 떠올랐다. 갚기로 했었는데.
머니트리 캐시 5만원을 신랑에게 보냈다. 난 핀테크 좀 아는 여자라고.
송금한 머니트리 캐시는 14일안에 상대방이 수락하지 않으면 수신자 머니트리캐시로 환불된다. 남편이 머니트리 캐시가 싫다고 하면 집에 가서 백화점이나 도서상품권, 게임머니로 바꿔주면 될거라고 생각했다.
남편에게 전화가 왔다. “이거 뭐야?” 남편 역시 핀테크 초보다. “머니트리라는건데 상품권 사거나 편의점에서 써. 조만감 ATM 출금도 된다니까 나중에 출금해서 쓰던지. 핀테크 좀 경험해봐. 저번에 빌린 상품권 갚았다!” 이렇게 송금까지 성공했다.
#핀테크 초보 4단계 - 토스 충전 “간단한데”
급한 업무를 처리하고 오후가 되자 시원한 음료수가 마시고 싶었다. 커피숍에서 음료수를 한잔 사기로 했다.
이미 백화점 상품권은 캐시로 전환해 남편에게 보냈다. 남은 캐시가 없다.
커피숍에 가기 전 머니트리 앱 가상화폐를 충전했다 계좌이체, 휴대폰 충전. 토스, 비트코인 충전 등 네가지 방식으로 충전할 수 있었다. 계좌이체를 선택했다.
머니트리는 최근 계좌충전 제휴 은행을 15개로 늘렸다. 그러나 기자의 입출금 계좌가 개설돼 있는 우리은행은 없었다.
휴대폰 충전으로 바꿨다. 5만원 충전하는데 수수료가 4천원이었다. 8%의 수수료가 붙는다고 적혀 있었다. 수수료가 아까웠다. 다른 충전 방식을 택하기로 했다.
비트코인은 없으니 마지막으로 토스 충전을 선택했다. 다시 말하지만 기자는 핀테크 초보다. 송금 앱도 깔려있지 않다. 머니트리는 토스 앱을 깔지 않아도 이름, 성별, 은행, 계좌번호 정보를 입력하면 충전이 가능했다. 5만원을 충전했다. 든든했다.
#핀테크 초보 5단계 - 결제 첫경험 ‘실패’
노트북을 챙겨들고 커피숍으로 향했다. 이 곳은 명동. 서울의 중심가다. 이때까지만 해도 핀테크를 체험해보기에 더 없이 좋은 환경일 것이라고 기대했다.
머니트리는 커피스미스, 카베페네, 오드리헵번카페와 제휴를 맺고 있다. 카페베네를 찾아보기로 했다. 명동역 근처에 카페베네가 있었다. 2층으로 돼 있는 꽤 넓은 쾌적해 보이는 공간이었다. 짐을 풀고 메뉴를 골랐다.
딸기라떼를 골랐다. 그러나 뭘 어떻게 해야 결제가 되는지 몰랐다. 바코드를 대면 결제가 되는 것인가. 딸기라떼를 주문하고 머니트리 앱을 실행시켜 내밀었다.
직원의 대답이 돌아왔다. “저희 매장은 모바일 결제가 안돼요.” “헉!”
계산대 옆에 “모바일 결제를 이용할 수 없다”는 안내문구가 붙어있었다. 주문을 취소하고 다시 기자실로 돌아왔다. 첫 시작은 험난했다.
#핀테크 초보 6단계 - 화장품 10% 할인구매 ‘성공’
오후 미팅은 마포에 있는 카페베네다. 오후 4시까지만 가면 된다. 시간이 좀 남아 가는 길에 화장품을 사기로 했다. 여름용 패디큐어 구매에 도전했다.
파란색 네일칼라를 골라 계산대 앞에 섰다. “이번에는 돼야 할텐데.” 머니트리 앱을 실행시켰다. 바코드를 들이밀었다. 떨렸다.
“이거 계산되는 건가요?” “바코드 결제는 안되고 쿠폰을 구매하셔야 될거에요.” 점원의 대답이 돌아왔다.
“아!” 핀번호를 눌러 앱을 실행하고 기프트샵 항목 중 뷰티를 눌렀다. 상품권은 10% 할인된 가격으로 살 수 있었다. 본인확인 인증번호를 입력하고 1만원짜리 상품권을 9천원에 구입했다. 잠시 후 문자로 모바일 쿠폰이 도착했다. 바코드를 찍어 매니큐어를 결제했다. 생각했던 것보다 간단했다.
“다른 앱도 앱에서 바코드 결제는 안되는건가요?”, “예.” “아, 그렇구나.”
#핀테크 초보 7단계 - 자몽에이드도 가상화폐로
화장품을 산 뒤 약속장소인 마포로 이동했다. 만나기로 한 취재원은 아직 도착 전이었다. 자몽에이드를 한잔 주문하기로 했다. 같은 방법으로 카페베네 쿠폰을 샀다. 1만원짜리 쿠폰을 화장품 가게와 마찬가지로 9천원에 구매했다. 또 한번 성공이다. 전자지갑 앱에 익숙해져가는 것 같다.
쿠폰 구매가 아닌 바코드 결제가 되면 더 편리할 것 같았다. 갤럭시아컴즈는 커피숍도 바코드 결제가 가능하도록 협의중이라고 했다.
취재원과 얘기를 나누고 사무실로 들어가야 한다는 그를 먼저 보내고 남아 업무를 마무리하기로 했다.
이제 곧 퇴근시간이다. 남편에게 전화했다. 집 근처 구로 AK백화점에서 만나 저녁을 먹기로 했다.
#핀테크 초보 8단계 - 사용처 확인은 ‘꼼꼼히’
다시 한 번 머니트리 앱을 켰다. 식당가에 위치한 후쿠오카 함바그는 머니트리 제휴업체다.
머니트리는 OK캐시백, 하나머니, 모바일팝, 북앤라이프캐시, 컬쳐캐쉬, 해피머니 상품권으로도 전환할 수 있다. 이중 OK캐시백과 하나머니는 수수료 없이 교환할 수 있어 선택의 폭을 넓히려면 교환을 하면 됐다. 그러나 함박스테이크도 저녁메뉴로 괜찮았다.
후쿠오카 함바그로 들어갔다. 세트메뉴를 시켰다. 맛있었고 남편도 좋아했다. 이제 마지막 결제만 남았다. 5만원 쿠폰을 4만5천원에 구매해 결제를 시도했다.
아뿔싸, 여기도 안 된단다. 백화점에 입점한 업체들은 모바일 쿠폰을 받지 않는단다. 문자 메시지 아래쪽에 결제가 가능한 가맹점 목록이 있으니 이를 참고하란다.
남편이 대신 결제했고 쓰지 못한 쿠폰은 쿠폰함에서 다시 머니트리 캐시로 전환했다. 전환한 머니트리 캐시로 롯데백화점 상품권을 구매했다. 주말에 장볼 때 써야겠다.
#핀테크 초보 9단계 - 편의점 바코드 결제도 ‘척척’
집에 가는 길에 편의점에 들러 과자를 사기로 했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들이 내일 친구 생일파티에 과자를 가져가야 한다고 했다. 아침부터 신신당부를 했던 참이다.
집 앞 GS25 편의점에 들렀다. 세븐일레븐과 GS25편의점은 앞서 머니트리 제휴업체와 달리 달리 바코드 결제를 할 수 있다. 6월 말까지 GS25에서 3천원 이상을 결제하면 1천원 기프트콘 행사도 진행하고 있다. 과자 몇 개를 골라 계산대로 갔다. 3천원을 훌쩍 넘겼다.
메인 화면 바코드 표시를 눌러 바코드 간편결제를 실행시켰다. 이제는 익숙해져 겁먹지 않아도 된다. 처음 앱을 실행할 때는 잘 사용하지 못할까봐 걱정도 됐지만 써보니 큰 어려움은 없었다.
하루 동안의 핀테크 체험은 이렇게 끝났다.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실물화폐 없이 결제할 수 있다. 돈을 세서 건네거나 거스름돈을 받아 지갑이 무거워지는 불편함도 없었다. 머니트리의 경우 백화점 상품권이나 쿠폰도 사용할 수 있으니 쓰지 않는 모바일 상품권과 쿠폰도 원하는 형태로 사용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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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가맹점은 준비가 덜 된 느낌이었다. 4군데 가맹점에서 결제를 시도했고 50%만 성공했다. 매장 직원들도 간편결제가 썩 익숙해보이지는 않았다. 범용 모바일 단말기 고장까지 결제 업체가 어떻게 할 수는 없겠지만 관리와 교육이 더 필요할 것 같다. 그래야 기자와 같은 핀테크 초보도 도전할 용기가 생기고 저변이 넓어지지 않을까?
다행히 기자는 이번 도전으로 전자지갑 앱에 자신감이 붙었다. 남편에게도 핀테크 앱 사용법을 가르칠 생각이다. 좋은 건 나눠야 하는 법. 변화하는 금융 환경에 새로운 도전을 이어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