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식전 대국에 나선 2명의 바둑 프로기사에게 알파고는 인간을 위협하는 기계가 아니라 협업 파트너였다.
26일 중국 저장성 우전 국제인터넷컨벤션센터에서 개최 중인 '바둑의 미래 서밋'에서 치러진 인간-알파고 팀들 간 복식전(Pair Go)에서 백돌을 잡은 롄샤오 8단-알파고B팀이 구리 9단-알파고A팀을 상대로 220수만에 불계승을 거뒀다.
경기는 흑돌을 쥔 구리 9단이 첫 수를 놓고, 롄샤오 8단이 다음 수를 놓으면 구리 9단과 팀을 이룬 알파고A가 다음 수를, 뒤를 이어 알파고B가 백 돌을 놓는 식으로 진행됐다.
현지에서 해설을 맡은 김성룡 9단에 따르면 초반 구리 9단이 흑 81번수를 두고, 의도를 알아챈 알파고A가 83번수를 두면서 흑의 형세를 더 단단하게 만들며 초반 맹공을 폈다.
그러나 롄샤오 8단은 알파고B가 백 144수를 둔 의미를 간파하면서 백 154수에서 승부를 결정지었다.
인간-AI 팀이 서로의 생각을 읽어내면서 한 팀으로 협업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승부였다.
데미스 하사비스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는 복식전 경기가 끝난 뒤 트위터에 올린 글을 통해 두 선수의 소감을 밝혔다.
롄샤오 8단은 "알파고와 팀을 이뤄 치른 복식전은 매우 흥미롭고 재밌었다"며 "진짜로 놀라웠다"고 말했다.
비록 경기에서는 졌지만 구리 9단은 "알파고는 대국 중 많은 놀라운 수를 플레이했다"며 "이런 방식으로 게임을 하는 것은 우리에게 어떻게 경기를 치러야하는지에 대해 새로운 아이디어들을 줬으며 기회가 된다면 이런 것들을 더 많이 해야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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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영어 해설을 맡은 이하진 전 4단은 "이 대국은 당신이 얼마나 좋은 수를 가졌는지 알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만약 당신이 어떤 전략을 갖고 있는데 알파고가 이를 뒷받침해주면 당신의 전략이 옳았던 것이고, 수를 따르지 않는다면 아마도 당신이 좋은 전략을 갖지 못했다는 뜻이라는 설명이다.
이날 오후에는 스웨, 천야오예, 미위팅, 탕웨이싱, 저우루이양 9단이 한 팀을 이뤄 알파고를 상대하는 단체전(Team Go)가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