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독일 모두 4차산업혁명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소통과 협력이 중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또 시행 초기에는 다양한 실험을 해보는 것이 중요하며 규제는 마지막 수단으로 생각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독일 인더스트리4.0을 이끈 헤닝 카거만 독일 공학한림원(acatech) 회장과 국회 4차산업혁명포럼을 이끌고 있는 송희경 자유한국당 의원, 그리고 주영섭 중소기업청장이 29일 서울 코엑스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린 ‘독일 인더스트리4.0을 통해본 한국형 4차 산업혁명 미래 모델’ 컨퍼런스 무대에 함께 올라 열띤 토론을 벌였다.
지디넷코리아와 국회 4차산업혁명포럼이 공동 주최한 이날 행사는 독일 인더스트리4.0의 성과와 시사점을 통해 한국형 4차산업혁명 모델을 모색해 보는 자리로 마련됐다. 서울 코엑스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린 이날 행사에는 800여명 가량의 참관객들이 몰리면서 근래 보기드문 뜨거운 열기를 자랑했다.
특히 국회 4차산업혁명포럼을 이끌고 있는 송희경 의원은 이날 라운드테이블 토론 말미에 "한국과 독일이 4차산업혁명과 관련해 서로 교류하고 협력해서 표준화 문제를 논의하는 오픈 워킹 그룹을 만들자"고 제안해 많은 호응을 얻었다.
■ 대중소기업 협력-국제협력 모두 중요
김은 한국ICT 융합네트워크 부회장 사회로 진행된 이날 라운드테이블은 예정된 시간을 훨씬 넘기면서 열띤 토론을 벌였다.
이날 토론에서 한국과 독일을 대표하는 세 전문가는 4차산업혁명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선 소통과 협력이 중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특히 헤닝 카거만 회장은 독일이 인더스트리4.0 추진 초기부터 노조를 비롯한 이해 관계자들과 적극적인 대화를 한 것이 성공 요인 중 하나라고 밝혀 관심을 모았다.
카거만 회장은 ''2011년 처음 인더스트리4.0을 채택할 때는 저항감이 많았을 뿐 아니라 부정적 피드백이 적지 않았다"면서 "그래서 초기에 노조를 참여시키게 됐는데, 덕분에 협력을 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4차산업혁명 시대에 요구되는 협력은 크게 두 가지 차원이 있다. 하나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협력’이고, 다른 하나는 ‘국가 간의 협력’이다.
이와 관련 헤닝 카거만 회장은 4차산업혁명이 제대로 완성되기 위해선 글로벌 생태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카거만 회장은 “글로벌 생태계가 필요하다. 고객의 수요가 발생하면 또 다른 기업이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어야 하고, 기술적인 측면에서도 민첩하고 유연해야 한다"면서 "이런 생태계를 조성하는데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의견에 대해 송희경 의원과 주영섭 청장도 동의했다. 세 전문가들은 한국과 독일의 협력 방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한국과 독일은 특히 제조업에 강점이 있다는 공통 분모가 있다. 이런 점에서 양국이 4차산업혁명에 대응하기 위해 돈독한 협력관계를 만들자는 제안도 나왔다.
송희경 의원은 한국과 독일 양국이 4차산업혁명 관련 오픈 워킹 그룹을 만들자는 제안을 했다.
송 의원은 “국가간 협력은 비즈니스 모델이 융합(컨버전스)되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한국과 독일이 협력 문제를 논의해 볼 수 있는 오픈 워킹 그룹을 한번 만들어보는 것도 의미 있을 것 같다. 한국 국회 차원에서 제가 논의 하고 독일에서 카거만 회장님이 노력해 주시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국회 4차산업혁명포럼과 독일 공학한림원 등이 양국을 대표해 힘을 모을 경우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란 구체적인 실행 방안까지 제시했다.
주영섭 중소기업청 청장은 “한국과 독일의 대중소 기업이 이미 서로 협력하고 있다. 한국 자동차 부품 기업이 독일의 BMW에 공급을 하고, 독일의 중소기업이 한국의 삼성 같은 대기업과 협력하고 있다. 이렇게 국제적인 협업이 이뤄져야 중소기업이 대기업에 의존적이지 않은 진정한 동반성장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 "대기업도 협력 없인 살아남기 힘든 세상됐다"
토론 참가자들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협력의 당위에 대해서도 공감대를 나타냈다.
특히 이들은 4차산업혁명시대엔 대기업과 중소기업 모두 서로 협력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고객별 맞춤 수요에 대응해야하는 4차산업혁명시대에선 어느 한 기업이 모든 상황에 대처하는 것이 구조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카거만 회장은 “(4차산업혁명시대에는)고객 개인 취향에 맞춤화된 제품을 제공하는 게 중요하다. 이런 일은 한 개 기업이 다 할 수 없다. 역동적이고 교류가 많은 생태계가 필요하다"면서 "대기업은 이런 생태계를 관리하고 운영하기 위해 플랫폼을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카거만 회장은 여기에도 중요한 전제 조건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렇게 제공하는 플랫폼은 개방적이고 매력적여야 한다는 것. 그래야 중소기업들이 그 위에서 제품과 서비스를 올리고 서로 윈윈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협력에 대해서 송희경 의원도 “대기업이 압축적으로 성장하는 데는 이제 한계가 있다. 스타트업 중소기업이 나서서 판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중소기업 뿐 아니라 대기업들도 협력을 필수요건으로 생각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주영섭 중기청장은 “이제 대기업이 생존하기 위해 경쟁력을 키우려면 국내는 물론 해외 중소기업도 포함시킨 생태계를 발전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 "어찌될 지 모르는 데 규제논하는 건 어불성설"
이날 토론회에선 4차산업혁명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선 규제 개선과 교육도 중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카거만 회장은 독일 인더스트리4.0 추진과정에서 참여 기업간 데이터를 공유하고 유통하는데 있어서 신뢰관계가 매우 중요하게 작용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송희경 의원은 한국에선 규제 때문에 신뢰만으로 풀기어려운 부분이 있다는 반론을 제기했다.
그러자 카거만 회장은 독일도 ‘신뢰’만으로 이 모든 것이 이뤄진 것은 아니라 규제 도입도 논의 됐다고 답했다. 다만 이 과정에서 독일은 규제는 모든 준비가 다 이뤄진 다음 맨 마지막에 만들어졌다고 강조했다.
카거만 회장은 “독일 정부는 실제 규제를 나중에 도입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제 막 4차산업혁명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미래가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에서 규제를 만드는 게 위험하다고 판단했다. 실험과 학습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보고 규제는 그 이후에 적합성을 따져서 만들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신기술에 대해 여러 부처가 규제를 하는 문제도 중요한 토론 주제였다. 특히 송 의원은 이날 기조발제 때 드론 하나만 해도 서 너 개 부서가 규제 권한을 행사하고 있어 불합리한 부분이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송 의원은 이런 국내 상황을 설명한 뒤 독일은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지 질문했다.
이에 대해 카거만 회장은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관심이 큰 힘이 됐다고 설명했다. 카거만 회장은 “독일은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기술전문가다. 총리가 적극적으로 참여해 줘 굉장히 도움이 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총리가 우리가 선진국으로 인력을 계속 키워야한다는 점을 설파했고, 여러가지 연설, 홍보활동을 했다”고 덧붙였다.
■ SW 교육 놓고는 송의원 vs 카거만 회장 다른 의견
반면 교육 문제에 대해선 송희경 의원과 카거만 회장이 서로 다른 의견을 내놓으면서 팽팽한 토론을 벌이기도 했다.
송희경 의원은 ‘독일은 직업교육이 잘 되어 있지만 우리나라는 대학에서 인턴십을 많이 하려고 해도 생각보다 잘 되고 있지 않다. 인턴십 자율 학기제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송 의원은 4차산업혁명을 대비하기 위해 SW융합인재를 양성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송 의원은 "우리나라가 SW를 가지고 성공한 DNA나 성공모델이 부족하다. 그러다보니 SW를 배워서 어떻게 해야하는지 현장의 목소리가 잘 소통이 안되고 있다. 한국에선 이 문제가 시급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카거만 회장은 “독일에서도 SW교육을 필수교육으로 포함하자는 논의가 시작되고 있다”고 맞받았다.
하지만 카거만 회장은 구체적인 방법론을 놓고는 송 의원과 다른 의견을 냈다. 카거만 회장은 “SW교과를 신설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언어, 수학, 물리학 과목에서 기술을 융합하고 이를 가르치는 것이 더 큰 그림이라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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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이 같이 생각하는 이유는 독일이 전통적이로 제조업에 강점이 있고, 독일의 인더스트리4.0 목표 역시 전통기업들을 새로운 시대에 맞게 경쟁력을 강화하는데 있기 떄문이다.
카거만 회장은 "독일도 SW기업 활성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보쉬같은 제조기업이 SW기업으로 탈바꿈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독일은 제조업이 강점이 큰 만큼 SW만하는 기업을 양성하기 보다 융합하는 기업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