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업체들이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순위에 연이어 이름을 올리며 덩치를 키우고 있다. 최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개막한 세계 최대 모바일 박람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도 메인 전시관을 점유하는 등 존재감을 드러내면서 눈길을 끌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세계 탑10 스마트폰 제조사는 삼성전자(20.1%), 애플(12.1%), 화웨이(9%), 오포(5.8%), 비보(4.9%), 샤오미(3.9%), ZTE(3.8%), 레노버(3.7%), LG전자(3.6%), TCL(2.4)로 중국 업체는 7곳에 이른다.
특히 이들 업체 중 플러스 성장률을 보인 곳은 화웨이(25.8%), 오포(140%), 비보(86.7%) 세 곳뿐이다.
글로벌 시장 1위 삼성전자와 2위 애플은 같은 기간 각각 10.1%, 5.2%의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했다.
중국 시장 내에서도 이러한 양상은 두드러진다. 불과 4년 전만해도 중국 스마트폰 시장 1위를 차지했던 삼성전자는 같은 기간 점유율 4.6%로 8위로 하락했으며, 애플은 6.2%의 점유율로 5위를 간신히 지키고 있다.
■거대 내수시장 발판 삼아 성장 가속화
이들은 우선 내수 시장을 잡기 위해 도시별로 전략적으로 공략했다. 각 도시의 경제 규모와 인구수, 정치 능력 등 영향력을 기준으로 ‘선(線)’으로 등급을 정해 분류한다. 예컨대 1선 도시가 가장 높은 등급이며 대표적으로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선전 등이 있다.
화웨이는 출범 이후 중저가 시장을 공략해 벌어들인 수익으로 매년 매출액의 10%를 연구개발(R&D)에 투자했다. 그 결과 프리미엄 제품을 출시하며 1선 도시를 장악했다. 2015년 4분기부터는 1천 개 현급 도시에 오프라인 매장을 열겠다는 ‘천현(千玄)’ 계획을 실시해왔다. 시나 등 현지 외신들은 이 목표가 올해 안에 달성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회사는 앞으로 중고가 시장을 모두 선도한다는 전략이다. 위청둥 화웨이 CEO는 지난해 7월 중궈징잉바오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판매전략은 3천~4천 위안대 제품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지만 이후에는 주력 제품이 5천~6천 위안대가 될 것이며 2천~3천 위안 시장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한 바 있다.
오포(OPPO)는 지난해 4분기 아시아 태평양에서 점유율 12.3%로 1위를 차지하며 신흥강자로 들어섰다. 오포는 중국 MP3 제조업체 부부가오(BBK)의 자회사로 젊은층을 겨냥해 카메라 성능과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트렌드를 반영한 ‘R9’ 시리즈로 돌풍을 일으켰다.
유통 전략도 치밀했다. 회사는 많은 중국인들이 직접 매장에서 스마트폰을 사용해보고 구매한다는 점에 착안해 쾌적한 시설과 친절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오프라인 유통매장 확대에 나섰으며 2~4선 중소도시를 집중 공략했다. 근래 중국은 1선 도시가 포화 상태에 이르면서 2~3선 도시에서 소비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으며 인건비, 임대료 등 마케팅 비용도 상대적으로 저렴해 수익 확보에 유리하다.
샤오미는 전자상거래 시장을 주목했다. 온라인을 통해 홍보한 뒤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하는 전략으로 2014년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5위권에 진입, 2015년에는 중국 스마트폰 시장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에는 중화권 스마트폰 업체들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4위로 추락했지만 오프라인 유통망을 확대해 재기를 노리고 있다.
레이쥔 샤오미 회장은 지난 1월 신년회에서 샤오미 매장 ‘샤오미즈자(샤오미의 집)’를 올해 200곳, 3년 내 1천 곳을 새로 설립하겠다고 밝혔다. 떠오르는 신흥 인도 시장도 집중 공략한다. 지난해 4분기 샤오미는 인도 스마트폰 시장 2위를 차지하며 강세를 보였다.
■스마트폰에 소비자 트렌드 적극 반영…성능도↑
화웨이는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을 공략해 애플을 제치고 세계 2위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다. 회사는 지난달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 8가지 색상의 프리미엄 스마트폰 ‘P10’ 시리즈를 선보였다. 제품 후면에 독일 라이카 카메라와 공동 개발한 1천200만 화소 듀얼 카메라를, 전면에 800만 화소 카메라를 탑재하며 촬영 품질에 강점을 뒀다.
인공지능(AI) 스마트폰 개발에도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P10 시리즈에는 탑재되지 않았지만 현재 아마존, 구글과 협력관계를 맺고 AI 기술 개발을 확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리차드 유 화웨이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월 개최된 세계 최대 가전 전시회 ‘CES 2017’에서 “지능형 폰은 주변을 보고 이해하는 컴퓨팅 시각 능력과 서로 다른 소리를 구별하는 마이크, 대량 정보를 처리하는 전력과 배터리 수명이 요구된다”며 “현재 센서 기술, 머신 러닝, 데이터 관리, 칩셋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포 역시 고성능 카메라 기능에 집중한 신제품으로 셀피(셀프 카메라)족이 늘어나는 시장 트렌드를 적극 반영했다. 회사는 5배 광학 줌 기술 ‘5X’를 공개했다. 이 카메라 모듈은 두께가 5.7mm에 불과하며 기기 내 망원렌즈를 내장해 안정적으로 사용 가능하다. 잠망경처럼 빛을 90도 방향으로 반사해 촬영한다. 회사는 이 기술을 차기폰 ‘파인드(Find)9’에 적용할 예정이다.
회사는 이달 내 파인드9을 출시한다. 최신 칩셋인 스냅드래곤 835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를 탑재할 전망이며 가격은 3천999위안(약 66만4천 원)으로 알려졌다.
샤오미는 자체 개발한 독자 칩셋을 차기 스마트폰에 적용해 장기적으로 스마트폰 가격 경쟁력과 성능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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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는 자체 개발한 ‘서지(Surge)S1’ 칩셋을 적용한 보급형 스마트폰 ‘미(Mi)5C’를 오는 3일 공개한다. 샤오미는 가격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해 2014년 10월 베이징 파인콘 일렉트로닉스란 자회사를 설립하고 칩셋을 개발해왔다. 앞으로 이 프로세서를 중가형부터 고가형 스마트폰까지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미5C 가격은 218달러(약 24만6천 원)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거대 내수시장에서 벌어들인 수익으로 기술력을 강화해 중국뿐 아니라 해외 시장 진출에도 탄력이 붙고 있다”며 “이제는 가성비를 넘어서 높은 화소의 카메라, 인공지능(AI) 등 스마트폰 시장 트렌드를 적극 반영한 프리미엄 제품으로 삼성, 애플 등 선두 기업들을 위협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