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 내에 쓰이는 사물인터넷(IoT) 기기가 살인범을 잡는 결정적인 증거로 활용될 수 있을까?
27일(현지시간) 디인포메이션, 엔가젯, 씨넷 등 외신은 미국에서 일급 살인용의자로 지목된 제임스 앤드류 베이츠가 지난해 11월21일~22일 사이 자신의 집에서 빅터 콜린스를 살해한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미국 아칸소주 벤턴빌 소재 경찰은 아마존에 협조를 요청하는 수색영장을 발부했다.
아마존 에코는 음성명령을 인식해 집 안에서 음악을 틀거나 조명, 보일러를 작동시키는 IoT기기다. 이 기기는 사용자가 '알렉사(Alexa)'라는 말을 했을 경우에만 작동해 각종 음성명령을 수행한다.
예를 들어 '알렉사, 음악을 틀어줘' 같은 식이다. 음성명령을 내리면 아마존 에코의 위쪽이 파란색으로 표시되며 주변 음성이나 소리를 녹음 중이라는 사실을 알린다. 녹음된 내용은 아마존 에코와 연동된 클라우드 서버에 저장되며 사용자가 개별적으로 혹은 한번에 이러한 내역을 영구삭제할 수 있다. 또한 아마존 에코에 내장된 마이크로폰은 언제나 수동으로 끌 수 있다.
디인포메이션에 따르면 살인용의자인 베이츠는 집 안에 여러 대의 IoT기기를 보유하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중 아마존 에코에 녹음된 용의자의 음성이나 주변 소리에서 수사에 필요한 증거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경찰은 살인사건이 발생했던 당일 녹음 내역에 대해 아마존에 조회를 요청했다.
그러나 아마존은 경찰에 아마존 에코가 서버와 연동해 저장한 음성정보 등에 대해서는 제공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대신 베이츠가 사용한 계정의 상세내역이나 구매내역 등을 경찰에 제출했다.
외신에 따르면 경찰은 살인용의자가 사용한 아마존 스피커에서 데이터를 뽑아낼 수는 있지만 어떤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확인하지 못했다.
그러나 베이츠의 집에 설치된 아마존 에코 외에 여러 대 IoT 기기들은 그가 범인이라는 사실을 입증할 여러가지 단서들을 제공하고 있다. 그 중에는 수도계량기도 포함된다. 경찰은 베이츠의 집 안 온수욕조에서 콜린스의 사체가 발견되기 전 새벽 1시~3시 사이에 140갤런(약530리터)의 물이 사용된 사실을 확인했다.
엔가젯은 이 같은 사실이 프라이버시 보호와 관련해 중요한 의문을 제기한다고 보도했다. 가정 내 여러 대의 IoT 기기가 활용될수록 이를 통해 내가 어떤 습관이나 행동패턴을 가졌는지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베이츠의 변호인은 "가정 내에서 프라이버시를 보호받아야 하고,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이러한 기술들이 사법당국에 활용되는 것은 큰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관련기사
- 아마존 에코, 어디에 가장 많이 둘까2016.12.28
- 아마존 에코, 금융 서비스로까지 영역 확장2016.12.28
- 아마존 에코, 음성명령으로 실내 온도조절한다2016.12.28
- 책 읽어주는 아마존 에코, 무료로 서비스2016.12.28
아직까지 IoT기기를 통해 수집된 정보가 얼마나 정확한지, 믿을 수 있는지가 의문인 상황이지만 적어도 살인용의자에 대한 음성녹음 내역은 결정적인 증거가 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아마존의 공식입장은 "우리가 준수하는 법적인 요구사항이 적절히 요구되지 않는 한 고객 정보를 제공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아마존은 광범위하게 혹은 부적절한 요청에 따라 정보를 요청하는 것에 반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