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결합의 시장획정과 관련된 주된 쟁점은 유료방송서비스의 지리적 시장 획정이었다. 결합당사자는 유료방송시장의 지리적 시장이 전국시장이라고 주장했으나 이론적, 실증적 측면과 국내외 사례를 바탕으로 각 방송권역을 지리적 시장으로 획정했다.”
이는 지난 7월18일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기업결합을 금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주된 논리였다. 이 같은 합병 불허 논거와 결정은 지난 6개월 간 방송통신업계를 뒤흔들었다.
이 논리대로라면 지역독점을 기반으로 성장해 온 케이블업계는 앞으로도 인수합병(M&A)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의미나 다름 없기 때문이다.
27일 미래창조과학부가 발표한 ‘유료방송 발전방안'은 이 같은 공정위의 논리에 방송통신사업자 간 M&A가 가능하도록 사실상의 우회로를 만들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유료방송 구분 사라진다 기사 바로 가기)
이날 미래부는 “통신방송의 융합, 대형 M&A 무산 등으로 시장 불확실성이 높아져 투자와 적극적 경영에 한계가 발생했다”며 “SK텔레콤-CJ헬로비전 간 M&A가 무산됨에 따라 시장의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고 추진배경을 밝혔다.
즉, 유료방송 발전방안은 그동안 추진해 온 케이블-위성-IPTV사업자 간 규제형평성을 맞추고 전국화, 대형화의 정책기조를 실현하기 위해 중장기 정책방향을 제시한 것이지만, 방점은 ‘M&A 실현 등을 위한 시장의 불확실성 해소’에 찍혔다는 의미다.
■ 지역권역 유지됐지만
다만, 미래부는 자산 가치를 떨어뜨린다는 케이블업계의 의견을 수용해 단기적으로는 복수권역에서 사업 중인 MSO 법인 단위로 허가권을 통합하고, 지역권역을 폐지하는 것은 케이블의 디지털전환 완료시점으로 결정했다.
또 케이블-위성-IPTV로 나뉜 허가체계 역시 장기적으로는 ‘유료방송사업’으로 일원화해 동일서비스, 동일규제 원칙을 실현하겠다는 게 미래부의 계획이다.
미래부가 지역권역 폐지 시점을 디지털전환 완료시점으로 늦추긴 했지만 ‘전국시장으로 광역화 하겠다’는 정책의지를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따라서 향후 SK텔레콤-CJ헬로비전과 같은 인수합병 시도가 있을 경우 같은 논리로 공정위가 불허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란 게 업계 안팎의 분석이다.
아울러, 하루 앞선 26일 방송통신위원회가 내놓은 ‘2016 방송시장 경쟁상황평가’ 결과 역시 이러한 분석에 힘이 실린다.
■ ‘아날로그-디지털’ 분리
올해 방송시장 경쟁상황평가에서는 유료방송시장을 여전히 지역 권역으로 획정했지만, 이를 아날로그와 디지털 시장으로 분리했다.
지난 7월 공정위는 SK텔레콤-CJ헬로비전 간 합병을 불허하면서 “기업결합 이후 21개 방송구역 유료방송시장에서 결합회사들의 시장점유율은 46.9%~76.0%에 이르고 2위 사업자와의 격차도 최대 58.8%p에 이르는 등 결합회사들의 시장지배력이 더욱 강화된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당시 CJ헬로비전은 전원회의에 참석해 이 같은 공정위의 논리에 “시장획정에서 아날로그 케이블시장은 제외돼야 한다”며 “아날로그 가입자를 분리할 경우 시장점유율이 현저히 떨어진다”고 소명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공정위가 방통위의 2015년 방송시장 경쟁상황평가 결과 등을 토대로 유료방송시장의 지리적 시장을 아날로그-디지털 구분 없이 지역별 시장으로 획정하는 것을 고집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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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방통위가 올해 방송시장 경쟁상황평가에서 유료방송시장을 아날로그와 디지털로 나누고, 향후 디지털 시장도 전국사업자의 영향력 확대를 고려해 변경 가능하다는 점을 시사하면서 공정위의 이 같은 논리는 이제 설득력을 잃게 됐다.
한 업계 관계자는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인수합병 불허 과정에서 방송통신 주무부처인 미래부와 방통위는 심사는 커녕 의견조차 내지 못하고 공정위의 기업결합 심사를 지켜봐야만 했다”며 “유료방송 발전방안과 방송시장 경쟁상황 평가는 이러한 두 부처의 이해관계가 집약돼 있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