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미디어 법규제, 4차 산업혁명 시대 준비됐나

구태언 변호사, 전통산업시대 머무른 국내 미디어 법규제

방송/통신입력 :2016/12/14 17:14    수정: 2016/12/14 17:28

4차 산업혁명의 도래를 논하고 있는 가운데, 기존 미디어의 판이 변화하고 있지만 국내 법과 제도는 미래 준비 부족은 물론 당장의 현실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미디어미래연구소가 14일 서울 반포JW 매리어트 호텔에서 개최한 11회 미미어리더스포럼 주제 발표자로 나선 구태언 테크앤로 대표 변호사는 “미디어 플랫폼의 세대교체가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는데 기존 진입 규제를 통해 고유 산업을 형성했던 미디어 법제 규제는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구태언 변호사는 이어 “국내 미디어 시장에서도 4차 산업혁명이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해 혁신적 산업을 육성할 수 있는 정책 환경이 먼저 조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신문과 방송 등 전통적 미디어는 거의 소비되지 않고 있다. 반면 미디어 콘텐츠는 SNS를 통해서 소비되고 재생산되며 공유되고 있다.

이를테면 최근 최순실 국정농단 국정조사 청문회도 방송 뉴스나 신문 기사로 정보를 접하는 것이 아니라 유튜브에 편집돼 올라온 클립 영상을 시청하는 식으로 미디어 콘텐츠 습득 방식이 빠른 속도로 변했다는 설명이다.

구 변호사는 “콘텐츠 소비 습관의 변화로 SNS와 같은 지배적 플랫폼 사업자가 미디어 역할을 대신하고 있고, 콘텐츠 생산자는 플랫폼이라는 유통망에 종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기존 법제도가 새로운 미디어 변화상을 담아내지 못해 규제의 실효성마저 약화된다는 것이다.

■ 넷플릭스는 합법, IPTV는 불법?

국내 미디어 규제는 크게 보면 진입규제, 소유규제, 점유율규제 등이 있다. 진입규제를 보면 전통미디어의 지위를 지키면서 고유 산업을 형성하고 유지시킨 측면이 있다. 규제가 오히려 기존 미디어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신규 미디어 콘텐츠 유통 축을 맡는 새 플랫폼, 특히 SNS들을 보면 글로벌 사업자가 대부분이다.

즉, 법의 관할권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관할권은 미디어 관련 규제 뿐만 아니라 다른 규제와 중첩되기도 한다. 국내 미디어가 역차별로 4차 산업혁명 대비도 못한 체 현 상황에서 도태될 수도 있다.

이를테면 넷플릭스는 이용자 맞춤형 콘텐츠 추천 서비스가 강점인데, 통신사의 IPTV와 같은 국내 미디어 사업자는 쉽지 않다고 고충을 토로한다.

맞춤형 서비스가 온라인에서 수집된 개인정보를 바탕으로 추천 알고리즘이 만들어져야 하는데 방송 규제가 아니라 개인정보보호 관련 규제로 쉽지 않다. 비식별 정보에 동의 절차를 거친다고 하더라도 쉽지 않다는 것이다.

구 변호사는 “이 경우는 국내 개인정보 관련 법이 유럽의 제도를 따오면서 무차별, 묻지마 보호에 가깝고 미국의 경우 FTC가 관할하는 소비자 관점의 개인정보를 다루면서 나오는 차이점”이라고 분석했다.

각 법체계와 논리의 장단이 있을 수 있지만 국내 법제도가 디지털 시대에 맞지 않기 때문에 일어나는 사례로 볼 수 있다.

구 변호사는 이에 “디지털 마켓에 적합한 법체계를 만들어야 하는데 국내 법 제도는 아직 전통산업시대에 머물러 있어서 나오는 문제 중 하나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 페이크 뉴스 시대는 받아들일 수 있을까

새로운 미디어 변화상이 기술 발전에 발 맞춰 꼭 긍정적인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최근 미국 대통령 선거까지 영향을 끼쳤다는 ‘가짜뉴스’의 무분별한 유통이 심각한 문제로 떠올랐다.

새로운 미디어 역할을 하는 플랫폼 가운데 페이스북 이야기다.

전통 미디어라면 관할권을 차치하고, 국내의 기존 법 규제로 제재 혹은 재허가 감점 요소 등으로 다룰 수 있다. 하지만 페이스북과는 거리가 먼 규제다.

브랜드 이미지 유지와 그에 따른 광고 수익 때문에 페이스북은 스스로 가짜뉴스 추방 작전을 펼치고 있지만, 합리적인 견제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거듭 제기될 수 있다.

특히 제도권 언론의 미디어 장악력 감소와 이같은 신규 미디어의 영향력 확대는 불보듯 뻔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구 변호사는 이 점에 대해 “신생 미디어 역할을 맡는 점을 규제로 다스린다는 것은 부정적인 효과가 더 커보인다”며 “국경 없는 정보 유통 시대에 더불어 말 그대로 구름 위에서 노는 클라우드 사업자들을 법으로 다스리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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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당장 대안을 만들기보다 법 제도 역할 변화 논의를 시작하면서 어떻게 다룰지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멀리는 4차 산업혁명, 가깝게는 현재 빠르게 부상하는 미디어 플랫폼 역할과 그에 맞는 법 제도 혁신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야 한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