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던진 4차산업혁명시대 웹 역할론

박종목 이사 "웹 변화, AI·IoT 변화속도 못 따라"

컴퓨팅입력 :2016/12/07 16:13    수정: 2016/12/07 16:19

네이버가 현행 표준 웹기술 발전 수준과 변화 속도가 인공지능(AI) 기술과 그에 맞물릴 '제4차산업혁명' 흐름을 따라잡기엔 역부족이란 진단을 내놨다. 최근 AI기술 투자를 강화하고 있는 네이버의 기술협력총괄 담당자가 던진 메시지라 주목된다.

박종목 네이버 기술협력총괄 이사 겸 HTML5융합기술포럼 의장은 7일 "웹은 최근 산업계의 많은 변화를 따라가려고 발전하면서 많은 변화를 보여 줬다"면서도 "웹의 표준화 속도나 산업계 확산 속도는 상당히 떨어지고, 산업 변화에 비해 웹의 변화가 너무 느리다"고 지적했다.

2016년 12월 7일 서울 코엑스 'W3C HTML5 컨퍼런스 2016' 현장에서 기조연설을 진행한 박종목 네이버 기술협력총괄 이사(왼쪽).

박 이사는 이날 서울 삼성동 코엑스 'W3C HTML5 컨퍼런스 2016'에서 '4차산업혁명, 인공지능, 그리고 웹'이란 주제로 첫 기조연설을 진행했다. AI기술이 대중의 관심을 받게 된 과정과 네이버 제품 및 서비스에 활용되는 현황을 소개했다. 마무리 발언을 통해 변화가 느린 웹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지금은 3번째 AI 붐업"

박 이사는 AI기술이 대중의 관심을 끈 과정을 소개하면서, 용어가 제안된 이래 3차례 세계적인 유행을 일으켰고 지금이 그 3번째 유행에 해당한다는 점을 설명했다. 각 차수마다 조금씩 다른 성격을 띤다는 설명에 무게를 뒀다.

"AI란 단어는 50년전 한 컨퍼런스 논의에서 나왔다. 미로찾기나 체스게임 등의 과제에서 디시전트리 탐색 알고리즘을 통해 최적 해법을 찾는 형태의 연구가 많았다. 이걸로 뭔가 (가치창출) 될 것 같다 싶은 분위기 속에 1차 붐이 일었다가 (1970년대초) 사그러졌다. 이후 (1980년대) 지식을 표현하는 어휘처럼 컴퓨터가 '심볼(기호)'과 심볼간의 관계를 인식해 답을 추론하도록 만드는 시스템 연구가 (1995년 무렵까지) 진행된 게 2차 붐이었다. 당시 기준으로 필요한 컴퓨팅 파워가 엄청났고, 세상 모슨 지식을 담을 수 없다는 현실적 한계가 있어 붐이 다시 사그러졌다. 최근 (2010년대)의 세번째 붐은 이미지와 같은 정보를 인식하는 기술의 성과로 재조명된 것. 그간 기계학습 방식으로 85% 정도가 한계였던 이미지 인식 정확도가 딥러닝 기법을 통햐 90% 이상, 사람보다 나은 수준까지 도달했다."

인공지능 기술 붐업 시기와 웹 및 모바일 서비스 발전 트렌드 연대표. 네이버 박종목 이사의 W3C HTML5 컨퍼런스 2016 기조연설 발표자료 일부.

그는 이어 AI기술과 별개였던 웹의 발달 과정도 간략히 짚었다. 이쪽도 웹1.0, 2.0, 3.0으로 3단계의 발전을 해 왔다는 분석이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3단계로의 발전이 현실적으로 이뤄졌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웹은 1980년대 등장해 1990년대 많이 확산됐다. (웹의 창시자) 팀 버너스 리의 정의를 따르면 1세대 웹(web1.0)은 정적인 HTML 형태로 사용되는 '리드온리(읽기 전용) 웹'이었다. 2세대 웹(web2.0)은 사용자 참여를 통해 내용이 바뀌고 발전할 수 있는 '리드라이트(읽고 쓰는) 웹'이었다. 웹2.0이란 용어는 개념이 모호하다. 기술적으로 에이잭스(AJAX)나 다이내믹HTML같은 기술이 있어 실현된 것이다. 다음은 '리드라이트익스큐트(읽고 쓰고 실행하는) 웹'이다. 사람과 웹의 상호작용을 넘어 기계간 상호작용으로 발전한다는 방향을 함축한다. 웹을 DB처럼 구축해 정보가 어디에 있든 검색, 연동, 상호운용할 수 있게 만들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웹3.0이다. 이게 현실화했느냐 묻는다면, 아니라 생각한다. 산업계에 웹2.0이 미친만큼 큰 영향을 웹3.0이 줬느냐는 관점에서. (웹3.0 기저의) '시맨틱웹'이 보편화했다 볼 수 없다. 한편 '스마트폰 혁명'이 있었다. 사용자 친화적인 단말기와 앱스토어를 둘러싼 거대한 산업이 발생, 웹 이상의 변혁이 있었다. 웹은 이걸 뒤쫓는 형국이다."

네이버 검색기술에 적용된 문서랭킹 알고리즘 개념도. 네이버 박종목 이사의 W3C HTML5 컨퍼런스 2016 기조연설 발표자료 일부.

■"AI기술, 네이버는 이렇게 쓰고 있다"

스마트폰 등장과 앱스토어 생태계 형성을 주도하지 못하고 그 흐름을 뒤쫓고 있다는 웹이, 새롭게 3차 붐을 맞고 있는 AI기술과 어떻게 맞물릴 수 있을까. 그가 열거한, 한국에서 웹과 인터넷 비즈니스로 크게 성장해 온 네이버의 AI활용 사례가 힌트가 될 듯하다.

"웹과 AI의 관계 이해를 돕는 차원에서 AI기술 변화가 네이버같은 회사에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지 설명드린다. 네이버에 검색기술을 연구하는 팀, AI를 연구하는 팀 있다. 다양한 AI기술을 (웹서비스에) 적용 중이다. 네이버 지식백과 사례가 있다. 디스크립션 헤더 영역에 HTML5 시맨틱 태그를 적용했다. 검색쪽 사례로, 문서를 수집해 검색노출 랭킹을 매기는 알고리즘도. 머신러닝으로 사용자 검색 패턴을 학습시켜 어떤 키워드를 받았을 때 사용자에게 얼마나 알맞은 결과 줄지 학습케 한다. 지식쇼핑서비스 사례로, 자체 구축하는 상품DB에도 쓴다. 40억개 상품을 4천여개 카테고리로 나눈다. 수작업이 어렵기 때문에 딥러닝 알고리즘으로 자동분류한다. 상품설명을 기반으로 찾는 사람 의도에 맞게 추천 상품을 보여준다든지. 위치기반검색 사례. 특정 장소 검색시, 사용자가 해당 장소 방문기나 참관기 남긴 블로그 있으면 거기 입력된 글에서 해당지역 특성을 '추출'한다. 맥락인식(context-awareness)기법으로. 이미지검색시 특정 키워드에 해당하는 이미지를 시각적으로 요약해주고 있기도."

머신러닝을 적용한 네이버 지식쇼핑서비스 상품DB 검색기술 개념도. 네이버 박종목 이사의 W3C HTML5 컨퍼런스 2016 기조연설 발표자료 일부.

네이버는 키워드 및 이미지 검색과 같은 기존 웹서비스뿐아니라 음성인식, 음성합성, 클라우드서비스, 챗봇, 외국어 번역 서비스에도 AI를 적용하고 있다. 대부분 컴퓨터의 '인지(cognitive)' 능력을 끌어올린 딥러닝 알고리즘에 기반한다. 박 이사의 사례 소개가 이어진다.

"앞서 언급한 2차 AI붐의 테마가 '심볼릭AI'였다면 현재 3차 AI붐은 '코그니티브AI'라 할 수 있다. 기계가 사람처럼 사물을 보고 자동 인식하는 기술에 가장 효과적인 딥러닝이 발전한 세대다. 네이버 서비스선 이를 모바일앱 음성인식에 적용해, 85%에 그쳤던 음성인식률을 95% 이상 달성하고 있다. 텍스트를 읽어 음성을 만들어내는 '음성합성(TTS)' 기술도 제공한다. 네이버 사전, 뉴스 읽기, 라인메신저 내장사전 등에 들어갔다. 다른 사례로 딥러닝 기반 번역. 기존 통계기반 번역기술 대비 2배가량 품질이 높아져 사전, 라인메신저 번역봇 등의 외국어 번역기능에 쓰인다. AI 많이 연구하는 '네이버랩스'에서 자체론칭한 번역 앱 '파파고'도 있다. 음성인식, 합성, 번역 기술을 모두 탑재했다. 비공개 시범서비스 '아미카닷에이아이(AMICA.ai)'도 AI기술 기반이다. 사용자와 자연어로 대화하게 하고, 앱 역할에 특화 학습을 시켜 적절한 대화를 이끄는 챗봇을 만들 수 있는 API를 제공한다."

머신러닝을 적용한 네이버 이미지검색 서비스와 시각화 기능 예시. 네이버 박종목 이사의 W3C HTML5 컨퍼런스 2016 기조연설 발표자료 일부.

AI기술이 적용된 네이버 서비스 사례를 열거하며, 박 이사가 일관되게 덧붙인 말이 있다. 바로 "이건 AI기술을 적용한 웹서비스일 뿐, 이 자체가 웹기술은 아니다"라는 첨언이다. 그 자체로 독창적인 역할을 했다기보다, AI기술의 이점을 보여주는 '창구' 역할에 그쳤다는 인식이다.

■"챗봇, 음성비서, 자율차…'웹페이지 없는' 산업변화"

박 이사의 인식을 따르자면 AI기술을 전달하는 역할을 웹이 맡아야 할 필연성이 없다. 웹이 아니라 앱 또는 기존에 없었던 수단이 발굴될 수 있다. 요컨대 웹은 AI기술과 맞물린 4차산업혁명의 흐름에서 핵심기술이 아니라 부수적인 요소에 불과한 상황이다. 설명이 이어진다.

"챗봇을 말씀드린 이유는, 메신저가 또하나의 플랫폼이 됐다는 점을 언급하고 싶어서다. 스마트폰에 앱이 올라갈 수 있게 된 이래 (챗봇이 중요한) 타깃플랫폼 가운데 하나가 됐다. 상대적으로 상당한 일과시간을 스마트폰 메신저에 쓰는 사람이 많은 반면 웹에는 그렇지 않은 경향을 보인다. 산업환경도 이에 맞게 바뀌는 것 같다. 애플의 시리, 구글어시스턴트, 마이크로소프트의 코타나, 아마존의 알렉사같은 '인텔리전트 어시스턴트'가 나왔다. 이게 사용자 기술의 상호작용을 음성 기반으로 바꿔놓는 산업구조적 변화를 초래하고 있다. 여기엔 '웹페이지'가 없다. 내부적으로 (웹기술을 거치는 과정이) 있을 수 있지만, 주 상호작용 매개체가 '음성'이다. 자율주행차량 얘기를 해 보면, 커넥티드카가 일반화한 환경에선 웹이 연결될 수도 있겠다. 다만 차량이 어떻게 지능적으로 사물을 인식해 주행할거냐가 지금 관건이고, 웹과 큰 관계가 없다. 스마트홈, 스마트빌딩, 스마트시티 등 사물인터넷(IoT) 관련 변화도(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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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는 앱에 자연어기반 대화형 인터페이스를 제공하는 API서비스 아미카.ai를 시범 서비스 중이다. 네이버 박종목 이사의 W3C HTML5 컨퍼런스 2016 기조연설 발표자료 일부.

박 이사에 따르면 웹은 '문서'를 디지털화하는 개념에서 출발했고 지금도 그 전제를 고수하고 있다. 이게 세상 모든 걸 디지털화하고 AI의 인지 능력을 통해 처리하는 시대에 걸맞는 구심점으로 적절한지 의문이 든다는 게 그의 메시지다.

"월드와이드웹컨소시엄(W3C)에서 진행되고 있는 표준화 요소들을 찾아보면, 물론 AI 관련된 게 전혀 없지 않다. 보이스 브라우징이라든지, 멀티모달 액세스라든지, 시맨틱 웹은 그나마 AI와 접점이 있다. 개인적 견해를 말하면, 그간 웹이 많은 변화를 일으킨 게 사실이고, 최근의 변화를 따라가기 위해서도 발전하고 있다. 하지만 부정적인 전망을 말하자면, 웹표준화 속도, 산업계 확산속도는 상당히 느리다는 느낌이 든다. 산업 변화에 비해 웹의 변화가 너무 느리다. 그리고 (웹3.0의 화두인) '시맨틱웹'이 특정 영역에 많이 쓰이는 사례가 있긴 하지만 혁명 수준으로 도래하진 않았다. 최근 변화는 코그니티브AI라는 기술에 기반한 변화가 많다. 개방성을 지향하는 W3C가 아니라 '안드로이드'같은 걸로, 클로즈드 플랫폼을 갖고 있는 주체가 산업변화를 주도하는 세력이다. 웹의 HTML는 문서로 시작한 콘셉트고 여전히 그렇다. 상당히 오래됐다. (이를 바탕으로 한) 새로운 시도가 많지만, 세상 모든 걸 다 '문서'로 표현할 수 있느냐는 의문이 든다. …(중략)… 다음 혁명이 일어날 영역은 '사물웹(WoT)'이라 생각하지만, 그게 '왜 꼭 웹이어야 하느냐'는 의문이 있다. 이런 관점에서 웹을 어떻게 발전시킬까하는 고민을 여러분도 함께 해보면 좋겠다."

웹표준 항목 가운데 IoT, AI 기술과 접점이 될만한 요소는 일부분이며, 아직 표준이 확정되지 않았다. 네이버 박종목 이사의 W3C HTML5 컨퍼런스 2016 기조연설 발표자료 일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