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 요소들이 웹브라우저에서 독립을 선언했다. 자바스크립트가 대표적이다. 노드JS, 리액트 같은 자바스크립트 프레임워크, 라이브러리가 자체 생태계를 구축해 성장하고 있다. 자바스크립트의 적용범위가 넓어진 것이 웹 개발자의 역할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IT 평론가인 김국현 에디토이 대표는 HTML5융합기술포럼 주최로 7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W3C HTML5 컨퍼런스 2016’행사에서 "웹이 해체되고 재조합되고 있다"는 말로 이같은 흐름을 설명했다.
그는 "웹이 해체돼 재조합되면서 많은 것이 웹으로 가능한 시대가 펼쳐지고 있다"며 "웹과 웹브라우저를 동의어라고 여겼던 생각이 무너지고, 웹을 구성하는 요소요소가 독립해 새로운 기술 생태계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노드JS·웹어셈블리, 웹 일부였던 자바스크립트의 분리독립 사례"
김 대표는 웹에서 성공적으로 독립한 자바스크립트를 중심으로 주장을 이어갔다. 자바스크립트가 어떻게 전통적인 웹을 벗어나 다방면에서 쓰이는 기술로 자리잡았는지 살펴보면 ‘웹의 해체와 재조합’이란 말이 좀 더 쉽게 이해되리라고 생각한 것이다.
김 대표는 “HTML, 자바스크립트, CSS가 삼위일체로 웹을 이루고 있었는데, 자바스크립트가 분리 독립했다. 독립해 대성공한 대표 사례가 노드JS다.”고 말했다.
그는 분리독립의 다른 사례로 '웹어셈블리'를 꼽았다. 웹어셈블리는 웹을 거의 '네이티브 애플리케이션' 처럼 빠르게 실행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차세대 런타임이자 바이너리 포맷 표준이다. 이걸로 C나 C++로 짠 코드를 asm.js라는 특수한 자바스크립트로 바꿔 실행할 수 있다.
김 대표는 웹어셈블리 등장으로 "자바스크립트가 최종적인 컴파일 타깃이 되는 현상도 벌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자바스크립트가 컴파일 타깃이 되면서, 웹 밖에서 벌어지는 혁신을 수렴할 수 있게 됐다”며 “수많은 라이브러리를 번들해서 하나로 만들고 있고, CSS나 HTML까지 번들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지난 2014년 한국 웹 20주년을 기념한 한국을 찾은 자바스크립트 창시자 브렌던 아이크(Brendan Eich)의 말을 소개했다. 당시 아이크는 한국 웹 개발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얘기가 있느냐는 질문에 “언제나 자바스크립트에 베팅하라”고 말했다. 그는 아이크의 해당 발언을 “자바스크립트로 만들 수 없다고 했던 것들이 결과적으로 자바스크립트로 만들어지고 있어 배워 두면 손해 안 본다는 얘기”라고 해석했다.
■"플랫폼이 진화하길 기다리지 말자…'리액트'를 보라"
김 대표는 이런 기술적 흐름이 웹 개발자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전에 플랫폼이 어떤 기능을 제공해줄 때까지 기다려야했다면 지금은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며 "이제 웹 개발자들이 마음 놓고 해도 되는 시대가 열린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리액트를 예로 들었다. 페이스북이 만든 자바스크립트 라이브러리인 리액트는 "지금 당장 내 서비스를 구현하기 위해서라면 내 방식대로 만들어야한다"는 생각 아래 나왔다. 리액트가 처음 등장했을 때, 많은 웹 개발자들이 ‘전통 웹 철학’에서 벗어난 것이라고 평가했지만 지금은 대세로 자리잡았다.
김 대표는 또 개발자들이 "노동에서 소외"되는 불행한 시절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전까지 큰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선 분업화가 될 수 밖에 없었고 그야말로 시키는 일만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최근엔 자바스크립트의 역할이 넓어지면서 풀스택 개발자란 개념이 등장했다. 프론트엔드부터 백엔드까지 커버할 수 있는 개발자다. 김 대표는 “풀스택 개발자의 등장은 하나의 시스템을 자신의 취사선택에 의해 처음부터 끝까지 만들 수 있다는 선언과 같다”고 말했다. 자바스크립트가 분업화로 인한 노동소외로 부터 자유로워 질 수 있는 한 가지 힌트를 제공한 셈이다.
■브라우저와 웹을 떼어낼 수 있을까?…"웹은 이미 대혼돈 시대"
이날 “웹이 해체돼 재조합되고 있다”는 김국현 대표의 주장에 이어, 웹이란 개념을 다시 정의해야하는가를 놓고 엇갈린 의견이 제기됐다.
삼성전자 박수홍 수석은 “IoT에 자바스크립트를 사용한다고 이것도 웹이라고 해야하는지 궁금하다”고 물었다. 브라우저가 언어를 렌더링해 사용자에게 콘텐츠를 풍부하게 보여주는 것이 웹이라고 생각해 왔는데, 웹의 요소기술을 다 웹이라고 불러도 될지 의문이 든다는 얘기다.
김 대표는 무엇이 웹이라고 정의하기 어려운 시대이며, 무엇이나 웹이 될 수 있는 시대라는 답변을 내놨다. 그는 “모두 웹이라고 봐야 한다. 웹은 이미 대혼돈시대에 빠져들었다. 무엇이든 웹이라고 불러도 되는 시대가 왔다”고 주장했다.
자바스크립트의 영역 확장으로 인해 표준으로 세워진 질서가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관련기사
- 초당60프레임 앱개발, 자바스크립트로 된다고?2016.12.07
- 자바스크립트가 세상을 먹어치우고 있다2016.12.07
- 삼성 "IoT 프로그래밍, 자바스크립트로 OK"2016.12.07
- 자바스크립트엔진, 폴리글랏 엔진으로 진화한다2016.12.07
박종목 HTML5융합기술포럼 의장(네이버 기술협력총괄 이사)은 “기존 자바스크립트가 실제 산업현장의 요구사항을 다 따라가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며 "노드JS나 리액트 같은 프레임워크가 많이 쓰인다면 그걸 표준으로 채택하든지, 잘될 수 있는 걸 살려 표준화하면 된다”고 말했다. 또 “'개발자들이 이렇게 쓰는 게 맞지 않냐'고 주장해 나온 것이 리액트다. 웹이 발전하는 방식이 결국 이런식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종홍 ETRI 책임도 “웹 표준을 써야 웹이라고 하는 것은 맞지 않다”며 “웹은 탐험, 연결에 대한 철학을 가지고 있다. 모든 새로운 것들이 등장하고 연결된다면 그것도 웹 생태계의 일부라고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