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AI, 왓슨 따라잡으려면…"생태계가 답"

빠른 속도로 학습 중…함께 하면 충분히 가능

컴퓨팅입력 :2016/11/24 16:56

“오바마 아버지가 태어난 나라의 수도는 어디야?”

“나이로비 입니다.”

한국말을 배운지 10개월된 인공지능(AI) 서비스 아담의 대답이다. 물론 별 것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검색 몇 번이면 쉽게 알 수 있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올해 초 이세돌 9단을 이긴 알파고 충격 이후 인공지능에 대한 기대치가 한껏 높아진 탓에 아담의 능력이 시시해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구글과 함께 AI분야 강자로 꼽히는 IBM 왓슨의 능력과 비교하면 더더욱 초라해 보인다. 왓슨은 의료진이 찾지 못한 치료법을 발견해 암환자를 치료하고 변호사로 변신해 유명 로펌에서 파산 사건을 전문으로 맡고 있다.

솔트룩스 이경일 대표

하지만 천하의 왓슨도 시작은 미약했다. 지금 아담이 보여주는 수준과 비슷했다. 초기 왓슨이 갖고 있는 능력은 단 3가지였다. 스스로 지식을 생성하고, 인간 언어를 이해하고, 답을 추론하는 능력이다.

왓슨은 이 능력을 바탕으로 빠른 속도로 변신했다. 아담도 앞으로 어떤 지식을 가르치느냐에 따라 그 활용이 무궁무진해 질 수 있단 얘기다.

아담을 만든 국내 소프트웨어(SW) 기업 솔트룩스는 앞으로 2년내에 법률이나 특허 같이 전문분야의 지식 서비스가 가능한 수준으로 성장시킬 계획이다.

이 야심찬 계획은 성공할 수 있을까?

지식 서비스 가능한 한국형AI 등장

아담은 인공지능 기반 지식서비스다. 사람 언어로 질문하면 미리 학습해 놓은 지식 창고에서 답을 찾아 알려준다. 아담에게 “미국 대통령은 누가 있어?”라고 물어보면 “버락 오바마, 조지W 부시, 빌클린턴, 조지 부시, 로널드 레이건…입니다”라는 답을 내놓는 식이다.

한국어 질문을 이해하고 추론을 통해 적절한 답을 내놓는다는 점에서 단순 검색과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보자. “심청가는 이것이 가장 잘 어울리는 노래로 꼽힌다… 이것을 소재로 한 영화가 한국 영화 최초로 1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이것은 무엇인가?”란 질문을 던졌다고 해보자. 다소 복잡한 추론이 필요한 이 질문에 대해 아담은 “서편제 아닐까요”란 답을 내놓을 수 있다.

현재 한국어로 복잡한 수준의 지식 질의응답을 할 수 있는 서비스는 아담과, 그 친척뻘되는 엑소브레인이 유일하다. 최근 장학퀴즈에서 퀴즈왕들을 큰 점수차로 이긴 엑소브레인은 정부 연구기괸인 전자통신연구원(ETRI)이 1차 개발을 완료했고 솔트룩스가 2차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아담은 지난 10개월간 60만 권의 분량의 문서를 학습해 지금까지 2천만 종의 사실관계질문에 답할 수 있는 지식을 구축했다. 매일 매일 500만 건 이상의 새로운 문서를 보며 공부하고 있다.

사람과 질의응답이 가능해야 하므로 사람 말을 알아듣는 능력도 필수적이다. 솔트룩스는 3년전부터 기계학습(머신러닝)을 통해 데이터를 수집해 지식으로 만드는 ‘온톨로지’와 자연어 처리를 위한 언어를 분석 성능을 동시에 향상시켰다. 이로인해 아담은 언어분석 성능 면에선 한글 형태소의 99%, 개체명의 94%를 정확하게 인식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생기는 복잡한 연산은 1천200개의 CPU를 통해 쉴 틈 없이 처리된다.

솔트룩스 컨퍼런스에 참여한 파트너스들 제품을 관람객들이 체험하고 있다

한국형 왓슨 아직 어린이 단계…IBM 왓슨만큼 성장하려면?

아담과 엑소브레인은 한국말을 깨우친지 1년이 채 안됐다. 사람으로 치면 어린아이 수준이다. 산업 현장에서 쓸모가 있으려면 금융, 법률, 특허 분야 같이 전문 분야 지식을 습득해야 한다.

IBM 왓슨은 2011년 유명 퀴즈쇼 제퍼디쇼에서 쟁쟁한 퀴즈왕들을 꺾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야 실제 산업현장에서 제 몫을 하기 시작했다. 지난 3월 힐튼 호텔은 왓슨이 탑재된 코니라는 로봇을 호텔리어로 영입했다. 지난 5월엔 미국 대형 로펌 대형로펌 베이커&호스테틀러는 왓슨을 법률 서비스에 최적화해 발전시킨 인공지능 변호사 로스(Ross)를 채용했다.

지니 로메티 IBM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0월 26일 월스트리트저널이 주최한 기술 콘퍼런스에서 "왓슨의 기술이 제 궤도에 올랐다"면서 “내년이면 전 세계에서 10억 명 가량이 '왓슨'을 이용하게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현재 IBM은 SK주식회사 C&C와 함께 왓슨에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왓슨 한국어 서비스가 시작되면 온라인 쇼핑몰에서 소비자들에게 최적의 상품을 골라주는 등 다방면에 활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담과 엑소브레인 같이 이제 첫걸음을 뗀 한국형 왓슨은 언제쯤 진짜 왓슨만큼 성장할 수 있을까. 솔트룩스 이경일 대표는 “2018년에는 우선적으로 금융, 법률, 특허 분야에서 전문 지식 서비스를 선보이고 2019년에는 5개국언어로 질의 응답이 가능하고 5개 전문 분야 지식을 갖춘 서비스로 성장시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솔트룩스도 이 과정이 작은 회사 혼자 힘으로는 쉽지 않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택한 전략이 개방과 협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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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는 오는 12월1일부터 파트너사들에 아담 서비스를 공개할 예정이다. 이미 음성합성 기술, 로봇 기술 등을 가진 20여개 회사와 파트너 관계를 체결했다. 내년 3월부터는 파트너가 아닌 경우에도 기술을 활용해 신규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게 애플리케이션프로그래밍인터페이스(API)를 공개할 계획이다. 라즈베리파이같은 작은 보드에 아담을 담아 스마트 곰인형이나 스마트 스피커 같은 것을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

이경일 대표는 “다양한 협력을 통해 새로운 서비스와 산업군을 만들어지는 생태계를 가꾸고자 한다”며 “파트너들과 이 생태계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국내 인공지능 기술이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