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선 '가짜뉴스' 파문…구글-페북 책임론

"전통매체보다 영향력 막강…여론왜곡" 비판도

인터넷입력 :2016/11/16 16:23    수정: 2016/11/17 09:30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대통령 선거 여운이 채 가시지 않은 미국에서 때 아닌 ‘가짜 뉴스 사이트’ 공방이 뜨겁게 일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에게 유리한 자료나 기사를 게재한 엉터리 사이트들이 대선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이 제기된 때문이다.

집중 타깃이 된 것은 페이스북과 구글이다. 페이스북 뉴스피드나 구글 검색 사이트에서 가짜 뉴스가 집중 노출된 게 표심에까지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언뜻 보면 근거 없는 트집처럼 들린다. 하지만 보도되는 내용을 보면 생각보다는 조금 심각해 보인다.

버즈피드는 이달 초 월드폴리티커스닷컴(WorldPoliticus.com)에 실린 뉴스를 소개했다. 힐러리 클린턴이 이메일 스캔들 때문에 2017년 기소될 것이란 내용이었다. 연방수사국(FBI) 익명 소식통을 인용한 기사였다. 이 기사는 페이스북에서 14만회 이상의 공유, 댓글 등을 유발했다.

힐러리 클린턴이 내년 FBI에 기소될 것이란 가짜 기사를 페이스북을 통해 엄청나게 유포했던 월드폴리티커스.

하지만 월드폴리티커스닷컴은 마케도니아에 사는 한 청년이 운영하는 가짜 정치뉴스 사이트였다. 이 뉴스는 페이스북에서 엄청나게 유포되면서 '트럼프 지지' 여론에 일조했다고 버즈피드가 전했다.

버즈피드는 미국 대통령 선거 기간 동안 마케도니아의 작은 도시 벨레스에서만 친 트럼프를 표방하는 가짜 정치 사이트 140개가 운영됐다고 전했다. 가짜 뉴스 운영자들은 이런 방식으로 적잖은 수익을 올렸다.

■ 구글-페북, 연이어 '가짜 뉴스 추방' 선언

구글 검색도 가짜 사이트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AP통신은 14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가 대선에서 힐러리 클린턴보다 득표수에서도 앞섰다는 가짜 뉴스가 구글 검색 상위 순번에 노출됐다고 보도했다.

이 기사를 보도한 ‘70뉴스’는 친트럼프계 인터넷 뉴스 사이트다. 물론 보도 내용은 선거 결과와는 다르다. 지난 주 미국 대선에서 클린턴은 총득표수에선 트럼프에 70만표 가량 앞섰지만 선거인단 확보에서 밀렸다. 승자독식이란 독특한 선거 방식 때문이었다.

구글은 관련 사실을 인지한 뒤 곧바로 ‘70뉴스’로 연결되는 링크를 제거했다. 하지만 틀린 내용에 검색 상위 순번에 노출되면서 잘못된 정보가 급속 확산되는 부작용까지 막지는 못했다.

그러자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나섰다. 저커버그는 “페이스북에 올라오는 뉴스 중 99%는 사실”이란 글을 직접 자신의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렸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 (사진=씨넷)

구글도 ‘가짜 뉴스와의 전쟁’은 선포했다. 발행인 등 핵심 정보를 감추거나 엉터리 정보를 제공하는 사이트에는 광고를 제한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페이스북 역시 엉터리나 불법 콘텐츠를 게재하는 사이트에 있는 광고는 제한하는 쪽으로 알고리즘을 수정했다.

이런 조치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태가 페이스북이나 구글 같은 거대 플랫폼의 무책임한 정보 유통에 대해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됐다고 주요 언론들이 지적했다.

포천은 “구글과 페이스북은 왜 자신들이 미디어 회사라고 불리는 것에 저항하는지 모르겠다”는 기사를 게재했다. 이 기사에서 포천은 데이비드 핼버스탬이 ‘언론권력(The Powers That Be)’란 고전적 저술을 내놓던 1979년과 비교했다. 핼버스탬은 이 책에서 당대 최고 미디어 기업인 CBS, 뉴욕타임스, 타임, 워싱턴포스트, LA타임스 등을 정밀 분석했다.

■ "영향력 큰 데 미디어 아니다는 건 어불성설" 비판도

이게 왜 문제가 될까? 현재 미국에서 가장 강력한 미디어 플랫폼은 페이스북과 구글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뉴욕타임스, CNN 등 유력 매체보다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퓨리서치센터 조사에 따르면 미국 성인의 약 44%는 페이스북을 통해 뉴스를 습득한다. 유튜브(10%), 트위터 등이 그 뒤를 잇고 있지만 격차는 꽤 큰 편이다.

포천은 이 같은 조사 결과를 소개해주면서 “핼버스탬의 책이 출간되던 1979년엔 CBS를 제외한 어떤 미디어 권력도 오늘날 페이스북의 도달 범위에 미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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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조사 결과도 소개했다. 2012년 페이스북 조사에 따르면 2010년 중간선거 당시 ‘투표했다(I voted)’란 포스트 덕분에 28만명 가량이 더 투표에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페이스북과 구글은 현재 미국 온라인 광고의 75% 이상을 싹쓸이하고 있다.

이처럼 영향력과 수익 면에서 미국 최고인 두 회사가 정작 “우린 미디어가 아니다”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포천이 지적했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