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쇼크’는 미국 IT 기업들을 계속 옥죌까? 아니면 일시적인 현상에 불과할까?
지난 8일(이하 현지 시각) 실시된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되면서 IT 시장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트럼프 당선 직후 며칠 동안 애플을 비롯한 주요 기업들의 주가는 연쇄 하락했다.
IT 전문 매체 리코드에 따르면 대선을 전후한 닷새 사이에 애플 주가는 110.03달러에서 108.43달러로 떨어졌다. 795달러였던 구글 주가는 771.56달러까지 하락했으며, 페이스북 역시 123.21달러에서 119.04달러로 떨어졌다.
넷플릭스, 아마존 등 다른 주요 IT 기업 주가도 예외는 아니었다. 대부분의 월가 애널리스트들도 주요 IT 기업주 하락의 첫 번째 요인으로 ‘트럼프 당선’을 꼽았다.
■ 트럼프 "미국서 생산" 주장…'반인터넷 성향'도 뚜렷
실제로 트럼프는 선거 운동 기간 내내 IT 기업들에게 노골적인 적대감을 내비쳤다.
지난 3월엔 연방수사국(FBI)의 잠금해제 요구에 거부한 애플 제품을 보이콧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애플이 아이폰을 비롯한 주요 제품을 중국에서 생산하는 것에 대해서도 강하게 압박했다. 관세를 높이는 등의 방식으로 미국 안으로 생산 기지를 옮기도록 하겠다는 주장도 서슴지 않았다.
아마존도 미운 털이 박힌 것으로 꼽히고 있다. 특히 아마존은 세금 문제 뿐 아니라 사주인 제프 베조스가 갖고 있는 워싱턴포스트도 트럼프의 심기를 건드렸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특히 트럼프는 정책 면에선 ‘망중립성’에 대해 강한 반대 입장을 견지해 왔다. 망중립성은 대표적인 ‘친인터넷, 반통신’ 성향의 정책으로 꼽히고 있다.
이런 상황을 반영하듯 실리콘밸리 주요 기업들은 대부분 힐러리 클린턴을 지지했다. 선거 자금도 주로 그 쪽으로 몰아줬다. 트럼프 지지 선언을 한 피터 틸이 실리콘밸리 내에선 이단아로 꼽힐 정도였다.
지난 주 주요 기술주들이 연쇄 하락한 것은 이런 정서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까지는 충분히 ‘수긍할만한 시장의 반응’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기술주 하락 현상은 앞으로도 계속될까? 또 트럼프는 선거운동 기간 공언했던 대로 집권하자마자 애플을 비롯한 주요 기술 기업들을 압박할 수 있을까?
■ "결국 중요한 건 혁신과 성과…'트럼프 충격' 길지 않을 것"
이 질문에 대해 IT 전문매체 리코드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기술주 연쇄 하락 역시 ‘트럼프 당선’에 따른 단기 충격의 결과일뿐 장기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일단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유세 기간 동안 공언했던 대로 IT 기업들을 압박하긴 힘들 것이란 게 가장 큰 이유다. 집권하자마자 애플이나 아마존을 계속 몰아부치는 건 가능하지도 않을 뿐더러, 트럼프 자신에게도 그다지 이로울 것 없다는 것이다.
당선되기 위해 사용했던 용어와 실제로 정책으로 실현가능한 공약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는 게 리코드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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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한 IT 산업은 정부의 지원에 힘입어 성장해온 게 아니란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대다수 실리콘밸리 기업들은 혁신적인 제품과 서비스를 기반으로 소비자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얻어내면서 성장했다는 것이다.
리코드는 이런 논리를 근거로 “기업들이 월가 투자자들이 좋아하는 방식으로 비즈니스를 향상시키는 한 트럼프 당선은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가 실리콘밸리 기업들을 공격할 경우 오히려 아마존 같은 기업이 아니라 자신에게 해로운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많다고 리코드는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