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조치]
페이스북은 지난 해 4월 알고리즘을 일부 바꿨다. 친한 친구가 올린 포스트를 더 많이 보여준다는 것이 골자였다. 반면 ‘친구의 친구’들이 활동한 내역 정보 노출은 제한하기로 했다.
이 조치로 어떻게 달라졌을까? 내 페이스북 친구들이 다른 친구들의 글이나 사진 등에 대해 ‘좋아요’를 누르거나 ‘댓글’을 달 경우 내겐 활동 내역이 잘 나타나지 않게 된다는 의미다.
여기까지만 놓고 보면 ‘소음제거 효과'를 기대해봄직하다. 페이스북의 지나친 친절 때문에 불편해하는 독자들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디어들은 바짝 긴장했다. 일부에선 ‘페이스북 심판의 날(Facebookgeddon)’이 올 수도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됐다.
이유는 간단했다. 어떤 친구가 A란 미디어가 올린 글에 ‘좋아요’를 누르거나 댓글을 달았다고 가정해보자. 알고리즘 변경 전에는 이런 활동 내역이 다른 친구들의 뉴스피드에 그대로 떴다. 이 때문에 직접 팔로잉하지 않는 매체나 이용자의 글들도 간접적으로 볼 수 있었다.
미디어들에겐 이 알고리즘이 메시지를 확산하는 데 큰 힘이 됐다. 하지만 알고리즘이 바뀌면서 이런 ‘우연한 만남’은 싹 사라지게 됐다. 여기까진 선택의 문제였다. 혹자들은 페이스북의 과잉 친절을 소음으로 받아들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달 뒤인 2015년 5월. 페이스북은 뉴스 서비스인 ’인스턴트 아티클’을 시작했다. 인링크 방식인 인스턴트 아티클에는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내로라하는 매체들이 대거 참여했다. 이들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 페이스북은 트래픽 합산에 광고비 지원이란 파격적인 당근까지 준비했다.
인스턴트 아티클 시범 서비스 한 달 전 단행한 알고리즘 변경. ‘페이스북 정원’을 좀 더 깔끔하게 꾸미기 위한 ‘잡초 제거’란 의심을 가짐직도 한 행보였다.
[또 다른 조치]
페이스북이 지난 주말 또 다시 깜짝 소식을 전해왔다. 기업이나 언론사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네이티브 광고 같은 브랜드 콘텐츠(branded content)를 대폭 허용하기로 했다는 소식이었다.
그 동안 페이스북은 유명인 페이지나 기업 페이지에 홍보물을 올리는 것을 극도로 제한해 왔다. 홍보물로 의심될 경우 뉴스피드 내 노출을 제한한 것. 물론 이용자의 페이스북 뉴스피드가 광고로 도배되는 걸 막기 위한 조치였다.
그런데 페이스북이 그 제한을 풀겠다는 소식. 당연히 시선이 쏠릴 수밖에 없다.
정책 변경에 대한 페이스북의 설명은 명확하다. 네이티브 광고 같은 브랜드 콘텐츠가 미디어들에겐 갈수록 중요한 수익원이 되고 있는 점을 감안했다는 설명. 고개가 끄덕여지는 설명이다.
물론 무제한 허용은 아니다. 유튜브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프리롤 광고’는 사용할 수 없다. 프리롤 광고란 일정 시간 이상 광고를 시청해야만 콘텐츠를 볼 수 있는 광고를 의미한다. 또 워터마크가 찍힌 영상도 올리지 못하도록 했다.
또 ‘브랜드 콘텐츠 태그(Branded Content tag)’를 적용하겠다고 선언했다. 페이스북 페이지에 네이티브 광고 같은 브랜드 콘텐츠를 업로드할 때는 반드시 이 태그를 적용해야만 한다. 이 태그를 활용할 경우 광고주들이 실시간으로 효과를 측정할 수도 있다.
[삐딱한 의심]
페이스북은 젊은 기업이다. 인스턴트 아티클 도입 당시 발표한 원칙을 보면 고개가 끄덕여지는 대목도 적지 않다. 언론사와의 상생에 꽤 많은 공을 들인 흔적이 보인다.
네이티브 광고를 대폭 허용한 이번 조치 역시 변화된 환경을 잘 반영한 것 같다. 최근 들어 인터넷 광고의 효과가 갈수록 떨어지면서 ‘콘텐츠=광고’ 역할을 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 대안으로 가장 많은 관심을 모으는 것이 ‘네이티브 광고’ 같은 브랜드 콘텐츠다.
그런데 시점이 참 묘하다. 지난 해 인스턴트 아티클 시범 서비스를 앞두고 알고리즘을 살짝 바꿨다. 눈에 확 띄진 않지만, 페이스북 정원 내에서 활동하려는 결심을 하는 데 중요한 변수가 될 수도 있을 변경이었다.
이번 조치 역시 그런 측면에서 관심을 가질만하다. 잘 아는 것처럼 페이스북은 이번 주 열리는 f8 개발자회의에서 인스턴트 아티클 전면 확대 조치를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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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미디어기업들이 인스턴트 아티클 입점 여부를 놓고 고민을 하고 있다. 특히 페이스북이 플랫폼 내에서 ‘네이티브 광고 제한’을 하고 있는 점은 많은 미디어들에겐 고민거리 중 하나였다. 그걸 화끈하게 풀어주면서 고민을 말끔하게 씻어버렸다.
선의에서 나왔음직한 조치다. 하지만 ‘플랫폼 종속성’이란 또 다른 단어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조치. 자꾸만 이런 의심을 하는 내가 살짝 삐딱한 걸까? 자문해보지만 딱 부러진 해답이 떠오르질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