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료방송 M&A 허가 기준 바뀌게 되는 걸까

공정위가 꼰 실타래 '권역'…폐지 논란 다시 커져

방송/통신입력 :2016/11/08 17:06    수정: 2016/11/08 17:07

케이블TV가 지난 20년간 유지해온 78개 권역 체계가 존폐기로에 섰다. 미래창조과학부가 12월 초 발표할 유료방송발전방안에 케이블 권역 폐지를 검토하고 있어서다.

권역 폐지는 사실상 공정거래위원회를 의식해 추진되는 정책이다. 지난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인수합병 심사 때, 공정위가 권역별 시장지배력 상승을 근거로 불허 결정을 내리면서 정작 주무부처인 미래부는 이 합병 심사에 손도 대지 못했다. 권역 제한을 폐지하면 공정위는 지난번 같은 논리로 M&A를 불허하지 못하게 된다.

권역 폐지가 향후 유료방송 M&A 판도를 바꿀 수 있는 문제다 보니 케이블TV업계와 KT, SK텔레콤, LG유플러스가 각기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유료방송발전방안이 확정될 때까지 남은 한달간 치열한 공방전이 예상된다.

유료방송발전방안 1차토론회가 27일 목동 방송회관에서 열렸다.

권역 폐지 논의 수면위로…"케이블TV 자극 필요”

미래부가 지난 8월부터 운영중인 유료방송발전연구반은 케이블TV 사업자들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권역폐지를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IPTV 사업자의 등장으로 이미 유료방송 시장 경쟁은 전국적으로 이뤄지고 있는데, 케이블TV 사업자들만 20년전 만들어진 78개 권역안에 갇혀 있다고 연구반은 봤다. 권역 제한을 풀어 원하는 권역 어디에서든 사업할 수 있게 하면 자발적인 M&A가 이뤄지고 규모의 경제를 갖춘 사업자가 등장할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단기적(1단계)으로 어떻게 권역 폐지를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한지는 연구반 내에서도 이견이 첨예하다. 이에 연구반은 3가지 안을 제시했다. 1안은 현행 제도를 유지하되 정책연구를 통해 개편하는 방법이다. 2안은 현행 유지를 하되 전국 SO사업자를 신규 허가함으로써 타 권역에서 서비스가 가능하도록 하는 방법이다. 3안은 권역제한을 폐지하는 방법이다.

연구반은 지난주 회의에서도 이문제에 대해 공통적인 의견을 내지 못했다. 연구반에 참여한 권남훈 건국대학교 교수는 “(장기적으로) 권역폐지 방향으로 나아가는 게 맞다고 보는데 중간단계에는 이견이 있다”며 "연구반 내에서 권역 폐지에 부장적인 입장을 보이는 분들이 있고 그 의견 차이가 논의를 계속한다고 좁혀질 수 있는 게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연구반에서 확정된 의견을 제시하지 못하면서 이제 공은 미래부로 넘어간 상황이다.

공정위M&A 불허결정 신경 안쓸 수 없는 미래부

지난 8월 공정위는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합병이 특정 권역에서 시장지배력을 상승시켜 소비자 편익을 침해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M&A를 불허했다. 당시 권역별 시장점유율 규제는 이미 IPTV 등 전국사업자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는 유료방송 시장 흐름과 배치되는 구시대적 발상이라는 지적이 크게 일었다.

권역별 시장점유율을 따져 시장 지배력을 판단할 경우, 태생부터 지역 독점권을 가지고 탄생한 케이블 사업자 모두의 인수합병이 원천적으로 차단될 수 있다는 점에서 케이블TV업계도 공정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유료방송시장 주무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는 공정위의 불허결정으로 인해 M&A심사를 시작해보지도 못했다. 미래부는 지난해부터 유료방송 시장을 점유율을 합산규제(전국 가입자 점유율 33% 제한)로 일원화하고 있는 정책 기조를 보여왔는데, 공정위 결정으로 정부의 정책 일관성이 훼손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공정위는 방송통신위원회가 발표한 ‘방송시장 경쟁상황평가 보고서’를 근거로 시장을 권역별로 획정했다.

따라서 이번 미래부의 권역 폐지는 추진은 다분히 공정위를 의식한 정책이란 해석이 나온다.

권남훈 교수는 "이미 굉장히 유력한 전국사업자가 존재하고 사실상 전국 경쟁이 이뤄지고 있는데도 공정위가 권역별로 시장을 획정을 한 것은 제도가 현실을 못따라간 측면이 있다고 봤다”며 공정위 불허 결정이 권역폐지 논의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해득실따라 갈리는 업계 반응

당사자인 케이블TV 업계는 권역 폐지 반대에 사활을 걸고 있다. 케이블TV 정체성인 지역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게 가장 주된 반대 근거다.

케이블TV방송협회 김정수 총장은 “지역성 균형성장은 헌법에 규정되어 있고 이를 방송법에서 이어 받아 케이블TV가 지역성을 구현하고 있는 것"이라며 "권역을 없애고 지역성을 함부로 다룰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더 실질적인 이유는 케이블TV 권역 폐지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가입자 가치 하락이다. 권역별로 독점적인 영업을 보장받지 못하면 향후 M&A에서 가입자당 가치가 떨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케이블TV 업계는 권역 폐지를 막기 위해 총력을 다하는 모습이다. 최근 케이블TV방송협회 배석규 회장은 케이블TV 권역 폐지 법안 발의를 준비중인 신경민 의원에게 찾아가 설득작업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M&A를 통해 가입자 확보가 시급한 SK텔레콤은 케이블 권역 폐지에 찬성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SK브로드밴드의 IPTV 가입자는 올해 3분기 387명을 기록했다. 케이블TV를 인수하면 단숨에 1위 사업자인 KT를 턱 밑까지 추격할 수 있는 상황이다.

한 유료방송업계 관계자는 “SK텔레콤은 특히 권역폐지에 적극적인 분위기라며 국회나 미래부 등을 통해 권역 폐지 추진을 찬성한다는 입장을 전달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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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유플러스도 M&A를 희망하고 있는 만큼, 권역 폐지에 찬성하는 입장이다.

다만 지난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M&A 때 ‘지역성 악화’ 등의 이유로 강하게 반대해 적극적으로 권역폐지를 주장하지는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