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TV 권역 폐지가 유료방송 시장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미래창조과학부가 현재 78개로 쪼개져 있는 케이블TV 권역을 향후 2~3년 안에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하자, 당사자인 케이블TV 사업자(SO)들이 발끈하고 나섰다.
미래부는 20년전에 만들어진 권역별 독점 체계가 현재 미디어 시장 상황과 맞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특히 공정거래위원회가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인수합병(M&A) 불허 근거로 권역별 시장 지배력을 문제 삼으며 큰 논란이 된 만큼, 향후 유료방송 시장의 M&A 걸림돌을 제거한다는 차원에서도 폐지 해야 한다는 복안이다.
반면 케이블TV업계는 권역이 폐지되면 지역을 기반으로 한 케이블TV 산업의 정체성이 흐려질 우려가 있고, 케이블 업체간 불필요한 경쟁만 유발할 수 있다며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27일 미래창조과학부가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개최한 '유료방송 발전방안 제1차 공개토론회’에서는 케이블TV 권역 폐지를 둘러싼 찬반 공방으로 뜨거운 공방이 벌어졌다.
먼저 미래창조과학부가 운영중인 유료방송발전 연구반이 현재 78개로 나눠져 있는 권역제한을 2~3년내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며 공방이 시작됐다.
현재 케이블TV 권역 체계는 20년전 정립된 것이다. 당초에는 110개로 쪼개져 있었지만, 규모의 경제를 갖추고 사업성을 개선할 수 있도록 권역을 통합해 현재 78개 권역 체계를 갖춘 것이다.
연구반은 20년전 굳어진 78개 칸막이 권역이 현재 시장 상황과 동떨어져 있다고 보고, 사업자가 원하면 어느 권역에서나 사업을 할 수 있게 권역 제한을 풀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향후, 유료방송 허가권 단일화와 100% 디지털전환이 이뤄지면, 더더욱 전국사업자와 지역사업자를 구분하는 것이 의미가 없어질 것이라는 게 연구반에 참여했던 대다수 교수진들의 의견이다. 연구반은 그 시점을 2018년 말에서 2019년 초로 예상하고 있다.
연구반에 참여중인 권남훈 건국대 교수는 "이미 IPTV 라는 유력한 전국사업자가 존재하고 사실상 전국적으로 경쟁이 이뤄지고 있는데 제도가 현실을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면서 "디지털전환이 완료되는 시점에선 지역분할이 완전히 의미가 없어질 것으로 예측해 이런(권역 폐지) 결과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이성엽 서강대 교수도 “권역 규제를 족쇄로 보는 복수SO(MSO)가 있으면 풀어주자는 차원에서 얘기가 나온 것"이라며 "원하는 사업자는 대형화 할 수 있게 하자는 취지"라고 부연설명 했다.
전문가들은 케이블TV 권역 폐지가 유료방송 시장의 M&A를 활성화 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8월 공정위는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합병이 특정 권역 에서 시장지배력을 상승시켜 소비자 편익을 침해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M&A를 불허했다. 따라서 권역이 폐지되면 앞으로 유료방송 사업자간 M&A가 활발하게 전개될 것이란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그러나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케이블TV 업계는 권역 폐지 주장을 정면으로 반대했다.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김정수 사무총장은 “케이블TV사업자들은 기존 방송법이 정한 프랜차이즈(권역)을 유지해야 한다"고 입장을 분명히 했다.
케이블TV 정체성인 지역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있다는 게 가장 주된 반대 근거다. 김 총장은 “지역성 균형성장은 헌법에 규정되어 있고 이를 방송법에서 이어 받아 케이블TV가 지역성을 구현하고 있는 것"이라며 "권역을 없애고 지역성을 함부로 다룰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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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총장은 또 권역폐지 논리가 나온 배경이 공정위의 M&A 불허 결정을 해소시켜 주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 “공정위의 이번 판단 자체가 견강부회식”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공정위는 M&A를 불허하며 CJ헬로비전 23개 권역에서 지배력이 발생하고 가격인상 우려가 있다고 했는데 2년전 합산규제 논의 때는 (가입자 시장점유율) 33% 규제도 필요 없다고 했었다”며 공정위의 이중잣대를 지적했다.
패널로 참석한 이상우 연세대 교수도 권역 폐지에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이 교수는 “지금상황에서 (권역폐지가) 필요할지는 잘 모르겠다”며 "M&A를 통해 SO들 간 자연스럽게 광역화로 나갈 수 있게 맡겨주면 될 일”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