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메일 65만 건을 8일만에 다 검토했다고?”
미국 대통령 선거를 불과 열흘 앞두고 돌발 변수로 떠올랐던 ‘이메일 스캔들’은 힐러리 클린턴 측의 해피엔딩으로 끝났다.
민주당 측으로부터 ‘선거개입’ 비판을 받던 제임스 코미 연방수사국(FBI) 국장이 지난 6일(현지 시각) “7월 결정을 뒤집을 증거가 없다”면서 클린턴에 무혐의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그러자 이번엔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발끈했다. 트럼프는 코미 FBI 국장이 클린턴에 면죄부를 준 직후 미시건에서 유세 연설을 하는 도중 “8일만에 이메일 65만건을 검토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FBI가 제대로 조사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클린턴에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는 것이다.
과연 트럼프 주장대로 FBI가 클린턴 이메일 사건을 서둘러 봉합한 걸까? 이에 대해 미국 디지털 문화 전문 매체인 와이어드는 “8일이면 이메일 65만건을 검토하기도 충분한 시간”이라고 주장했다.
근거는 간단하다. 트럼프는 FBI가 일일이 수작업으로 이메일을 조사할 것이란 가정 하에 한 말이라는 것. 하지만 요즘엔 자동 검색과 필터링 도구들을 활용하기 때문에 압수한 이메일은 굉장히 빠른 속도로 걸러낼 수 있다는 것이다.
전직 FBI 포렌식 전문가는 와이어드와 인터뷰에서 “이런 류의 데이터는 훨씬 더 빠른 시간 내에 검토할 수 있다”면서 “일반적으로 한번 검색하면 테라바이트 분량의 데이터를 수집하곤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번 건 같은 경우엔 검토 작업이 더 수월했을 것이란 게 와이어드 주장이다.
FBI가 지난 달 28일 추가로 발견한 이메일은 힐러리 클린턴의 오랜 비서인 후마 아베딘의 전 남편 앤서니 와이너 전 의원 컴퓨터에 들어 있던 것들이다. FBI는 와이너 전 의원의 ‘섹스팅’ 수사를 하다가 클린턴의 이메일을 추가로 발견했다.
이 경우 FBI 수사관들은 ‘보낸 사람(from)’과 ‘받는 사람(to)’을 걸러내는 방법만으로도 엄청나게 많은 이메일을 골라낼 수 있다.
그런 다음 올초 이미 수사했던 것과 같은 이메일은 조사 대상에서 제외하면 된다. 실제로 FBI가 지난 주말 와이너 전 의원 PC에서 조사한 이메일 중 상당수는 올초에 수사했던 것과 동일한 내용이었다고 와이어드가 전했다.
이 과정을 통해 조사 대상을 대폭 줄일 수 있다. 그런 다음엔 같은 맥락으로 연결되는 이메일을 또 골라내는 등의 방식을 통해 계속 압축해 들어가게 된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65만건 중 정밀 검토 대상은 극소수로 줄어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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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FBI가 클린턴 이메일 65만 건을 추가로 발견했다고 발표한 지 8일 만에 검토 작업을 끝내고 “혐의를 찾을 수 없었다”고 결론내린 것은 결코 부실 수사가 아니었다고 와이어드가 지적했다.
미국 국토안보국(NSA) 사찰을 폭로했던 에드워드 스노든도 같은 생각이었다. 스노든은 인터넷 전문가인 제프 자비스의 질문에 대해 "그 정도면 몇 시간에서 며칠이면 충분히 검토할 수 있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