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미국 대통령 선거는 ‘해킹 위협’을 무사히 이겨낼 수 있을까?
오는 8일(이하 현지 시각) 실시될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해킹이 또 다른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러시아의 지원을 받는 것으로 알려진 ‘구시퍼(Guccifer) 2.0’이란 해커그룹이 트위터를 통해 “시스템 내부에서 미국 대통령 선거를 지켜보겠다”고 주장하면서 두려움이 커지고 있다.
이런 우려 때문에 미국 내 50개 주 중에서 46개 주와 35개 카운티 및 지방 정부가 국토안보부에 도움을 요청했을 정도다.
이와 관련 NBC방송은 미국 국방부 해커들이 러시아 군 지휘체계에 침투했다고 보도해 관심을 끌었다. 만에 하나 러시아 측이 미국 대통령 선거를 방해할 경우 곧바로 보복할 수도 있다는 경고 메시지인 셈이다.
■ "투표 결과 바꿔놓을 정도 침투는 사실상 불가능"
과연 해커들이 대통령 선거를 방해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답을 하기 위해선 미국 선거 방식을 조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미국 선거 때는 전자 투표를 하더라도 종이 기록을 별도로 남기게 된다. 종이 투표 용지로 할 경우 광학 리더기로 스캔해놓게 되며 터치스크린 방식으로 투표할 경우엔 종이로 출력을 해 준다. 따라서 이상한 부분이 발견될 경우엔 바로 확인해볼 수 있다.
물론 종이 기록을 남기지 않는 직접기록전자장치(DPE)를 통한 투표 방식을 사용할 경우엔 얘기가 달라질 수도 있다.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DPE 방식을 사용하는 것은 플로리다 주를 비롯해 전체 유권자의 약 20%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점을 감안하더라도 투표 시스템 자체에 대한 해킹은 쉽지 않다고 IT 전문 매체인 더버지가 6일 보도했다.
하지만 더버지는 “투표 시스템 자체에 대한 해킹 보다는 그런 의혹 자체가 선거 결과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릴 수도 있다는 점이 더 문제”라고 지적했다.더버지가 투표 시스템 자체를 대규모로 해킹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주장하는 근거는 간단하다. 투표기기는 네트워크로 선로 연결돼 있지 않기 때문에 전국적인 규모로 해킹을 하기 위해선 개별 기기를 모두 공격해야 하는 데, 이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물론 예외는 있다. 조지아 주에서 사용되고 있는 디볼드의 애큐보트(AccuVote) 기계는 투표 인증 시스템을 통해 원격 공격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방법 역시 굉장히 복잡할 뿐 아니라 애큐보트 투표 기기 자체가 많지 않기 때문에 투표 결과를 바꿔놓을 정도는 아니라고 더버지가 주장했다.
국토안보부를 비롯한 미국 정보 기관들 역시 이런 점을 들어 대통령 선거 때 러시아 해커들이 시스템에 침투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 해킹 주장→ 끝없는 공방이 더 큰 우려
그렇다고 약한 고리가 없는 건 아니다. 현재 대통령 선고 과정에서 가장 취약한 것은 투표 과정보다는 ‘유권자 명부’라고 더버지가 지적했다. 유권자들의 등록 편의를 위해 ‘명부’는 네트워크로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8월 일리노이주와 애리조나 주 선관위가 해킹 공격을 받은 적 있다. 당시 공격으로 유권자 정보가 노출되면서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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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더 큰 우려는 오히려 선거 이후가 될 수도 있다고 외신들이 지적했다. 예상과 다른 결과가 나올 경우 해킹 등으로 결과가 조작됐다는 주장이 고개를 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후보의 ‘막말 파문’과 클린턴 후보의 ‘이메일 스캔들’로 진흙탕 싸움 양상마저 보이고 있는 미국 대통령 선거. 결전의 날이 이틀 앞으로 다가오면서 이번엔 ‘해킹’이란 새로운 변수 때문에 또 다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