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형 그랜저 "준대형 판 흔드는 게임체인저"

[리뷰]당당한 절제美...준자율주행 ADAS

카테크입력 :2016/10/25 15:28    수정: 2016/10/25 17:19

정기수 기자

"신형 그랜저는 '혁신성'을 디자인 키워드로 개발돼 당당함과 절제미를 느낄 수 있는 차다. 기존 시장에 변화를 가져오는 동시에 새로운 준대형 세단의 패러다임을 제시하게 될 것으로 자신한다."

현대·기아차 총괄PM담당 정락 부사장은 25일 서울 양재동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신형 그랜저(프로젝트명 IG)' 사전 미디어 설명회에 참석, 이같이 소개하며 '게임 체인저(Game Changer)'라는 한 마디로 정의했다. 기존 5세대 모델의 헤리티지(유산)를 계승하는 동시에 디자인, 승차감, 안전성 등 모든 성능을 대폭 강화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정 부사장은 "그랜저가 걸어온 30년의 길은 기술독립의 역사이자 자동차 강국을 향한 도전의 역사"라고 운을 뗏다. 그러면서 "그랜저는 과거 위엄과 권위의 상징이었지만 이제는 미래의 리더와 가족을 위한 차로 거듭났다"면서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걸어온 이 시대 모든 리더와 가족에게 신형 그랜저를 선사한다"고 강조했다.

신형 그랜저 전측면 외관 렌더링 이미지(사진=현대차)

그랜저는 1986년 1세대 모델 출시 이후 올해 9월까지 30년간 전 세계에서 총 185만여대가 판매됐다. 신형 그랜저는 지난 2011년 이후 5년 만에 새롭게 선보이는 6세대 풀체인지(완전변경) 모델이다.

이날 현대차는 참석한 기자들에게 신형 그랜저의 실물을 공개했다. 다만 사진 및 동영상 촬영은 엄격히 금지됐다. 짙게 썬팅된 내부 역시 공개되지 않았다. 실내는 향후 신차 출시회에서 공개될 것이라는 게 회사 측 전언이다.

이날 공개된 신형 그랜저의 모습은 2011년 출시된 5세대 모델의 고급스러움은 계승하면서 새로운 현대차의 디자인 언어가 적용돼 강인하고 웅장한 모습으로 탈바꿈 했다. 차량 가림막을 걷어 올리자 기존 세타2 엔진을 개선한 가솔린 2.4ℓ와 람다2 엔진을 개선한 가솔린 3.0ℓ를 비롯해 2.2ℓ 디젤 차량이 자태를 드러냈다.

실물로 본 신형 그랜저는 제네시스 브랜드가 독립된 이후 새로운 현대차의 '기함(旗艦)'에 걸맞는 외관을 갖췄다. 전장과 전폭, 바퀴 크기 등 몸집이 이전 모델에 비해 커졌고 볼륨감도 풍부해졌다. 전면부는 현대차의 새로운 패밀리룩인 대형 캐스캐이딩 라디에이터 그릴이 적용됐다. 범퍼 쪽으로 내려가면서 부드럽게 수렴하는 형태다.

캐스캐이딩 그릴은 지난달 신형 i30에 첫 적용된 현대차의 새로운 디자인 시그니처로 향후 모든 차종에 확대 적용될 예정이다. 용광로에서 녹아내리는 쇳물의 웅장한 흐름과 한국 도자기의 우아한 곡선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다만 5세대 모델의 세로형 그릴이 주는 직선의 남성미를 선호하던 고객들이라면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을 법 하다. 그릴 정중앙에 위치한 'H' 엠블럼 안에는 준자율주행 기능 작동을 위한 각종 센서가 숨겨져 있다.

여기에 날렵한 디자인의 헤드램프를 더해 역동성을 강조했다. 측면부는 헤드램프에서 도어를 거쳐 트렁크까지 이어진 캐릭터 라인으로 풍부한 볼륨감을 살리는 데 주력했고 후면부는 가로로 연결된 양쪽 리어 램프에 LED 조명을 넣어 기존 그랜저의 클래식한 느낌을 살렸다.

전반적으로 기존 그랜저의 전통에 새로운 디자인 아이덴티티를 적절히 조화시킨 모습이다. 이전 세대가 다소 보수적인 취향의 고객에 편향돼 있었다면, 신형 그랜저의 디자인 변화는 패밀리 세단 수요층까지 폭넓게 아우를 수 있는 변곡점을 추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디자인센터 구민철 팀장은 "신형 그랜저의 디자인은 과거에 대한 존중과 미래에 대한 자신감이 조화된 결과물"이라며 "현재의 성공에 머무르지 않고 미래를 창조하는 현대차의 새로운 자신감이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제네시스와 현대차의 디자인 방향성에 대한 질문에는 "제네시스는 더 단단하고 고급스러운 형태의 크레스트 그릴을 채용하고 있다"면서 "현대차와 제네시스 두 브랜드는 각기 두 개의 다른 얼굴로 차별화된 디자인 영역을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신형 그랜저 후측면 외관 렌더링 이미지(사진=현대차)

특히 신형 그랜저에는 지능형 안전기술 브랜드 '현대 스마트 센스'가 첫 적용됐다. 현대 스마트 센스는 ▲충돌 위험이 있을 시 제동제어를 통해 충돌 방지를 보조하는 '자동 긴급제동 시스템(AEB)' ▲차로 이탈 시 조향제어를 통해 차로 유지를 돕는 '주행 조향보조 시스템(LKAS)' ▲사각지대의 충돌 위험을 감지해 안전하게 차로 변경을 돕는 '후측방 충돌 회피 지원 시스템(ABSD)' ▲주행중 운전자의 피로·부주의 운전패턴을 단계별로 분석해 휴식을 권유하는 '부주의 운전경보 시스템(DAA)' ▲주행 중 설정된 속도로 차량 속도 유지를 돕는 '어드밴스드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ASCC)' ▲운전자가 안전하게 주차할 수 있도록 차량 주변 상황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어라운드 뷰 모니터(AVM)' 등 준자율주행 수준의 운전자보조장치(ADAS)가 포함됐다. 이밖에 전동식 세이프티 파워 트렁크와 안드로이드 미러링크 및 아이폰 애플 카플레이를 기본 적용하는 등 편의사양도 강화했다.

현대차 ADAS 개발실 양주웅 팀장은 "현대 스마트 센스는 자율주행의 혜택을 많은 소비자들이 널리 체험할 수 있도록 신형 그랜저를 시작으로 향후 현대차의 전 차종에 적용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오는 2030년까지 5단계 자율주행을 목표로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면서 "개발과 검증이 끝난 원격 주차와 자동차선변경, 교차로 긴급제동시스템 등은 2~3년 내 다양한 차량에 적용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신형 그랜저 "K7보다 실가속·연비 강화"

신형 그랜저의 파워트레인은 ▲람다2 2.0 GDI 엔진▲세타2 2.4 GDI 엔진 ▲디젤 R2.2e-VGT 엔진 등 세 가지 라인업으로 구성됐다. 특히 이 중 3.0ℓ 가솔린과 2.2ℓ 디젤 모델에는 앞서 2세대 K7에 적용된 전륜 8단 자동변속기가 탑재된다. 2.4 하이브리드 모델은 내년에 추가 투입될 예정이다.

최근 현대차는 미국에서 세타2 엔진이 적용된 2011~2012년식 쏘나타를 리콜했고, 국내에서는 미국과 동일한 조건으로 보증기간을 연장한 바 있다. 이와 관련, 현대차 박상현 중대형 총괄PM은 "미국에서 리콜한 세타2 엔진은 2011~2012년 미국 공장에서 생산된 엔진"이라면서 "그랜저 IG에도 세타2엔진이 장착됐지만 안전한 신기술이 적용된 엔진으로 전혀 문제가 없다"고 일축했다.

그는 또 "문제가 된 세타2엔진은 미국 공장 청정도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라면서 "그랜저IG에 들어가는 엔진은 국내 아산·화성공장에서 양산되며 공장 청정도 관리나 이물질 관리가 100% 되고 있다. 또 300~500시간의 내부 검증을 거쳤다"고 설명했다.

컬럼 타입의 C-MDPS를 적용한 것과 관련해서는 "내부적으로 R과 C타입에 대한 개발은 완료됐다"면서 "신형 그랜저는 고급 패밀리 세단인 만큼, 가혹한 주행 조건의 스포츠카에 적절한 R타입보다 C타입이 차종의 개발 컨셉트와 부합한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C와 R타입에 대한 사내 블라인드 평가를 진행했는데 구분이 안 될 정도의 완벽한 성능을 제공한다고 자부할 수 있다"며 "두 타입의 스티어링에 가속도계를 달고 측정한 결과 0.02초 정도의 차이가 발생하지 않는 대동소이한 성능을 발휘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신형 그랜저는 형제 계열사인 기아차 K7과 파워트레인을 공유한다. 2.4ℓ 엔진과 2.2ℓ디젤의 경우 K7과 출력은 동일하지만 효율 관련 기술이 많이 탑재됐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박 총괄은 "신형 그랜저 2.4ℓ 엔진과 2.2ℓ디젤은 K7보다 복합연비가 3~4% 개선됐다"며 "신형 그랜저 3.0ℓ의 경우는 최고 270마력을 발휘하는 고성능 엔진의 출력을 다소 조정해 4~5마력 낮춰 실사용영역에서 저중속 토크 를 개선했다. 동력성능과 실가속 측면에서 보면 K7보다 10% 우수할 것으로 예측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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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는 이날 외관 렌더링 이미지 공개를 시작으로 다음달 2일부터 사전계약을 개시하고 고객 대상 이벤트를 진행하는 등 신형 그랜저의 출시 전 다양한 사전 마케팅에 돌입할 계획이다. 가격 역시 내달 공개된다. 기아차의 동급 차종 K7의 가격(3천90만~3천920만원)과 5세대 그랜저의 가격(2천988만~3천920만원)을 감안하면 대략 비슷한 수준에서 책정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정락 부사장은 "국내외 시장 등 경영환경이 녹록치 않다"면서 "신형 그랜저를 통해 선보이는 기술 혁신이 고객 만족과 어우러진다면 난관을 돌파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