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질주 본능 품은 전기차 'BMW i3'

튀는 외모에 기대 이상의 퍼포먼스

카테크입력 :2016/10/13 10:39

정기수 기자

[제주=정기수기자]미래 친환경차의 주도권이 전기차로 넘어갈 것이라는 전망에는 대부분 이견이 없다. 다만 짧은 주행거리와 부족한 충전소 등 요소가 아직은 전기차가 대세로 자리잡기 힘든 현실적 한계로 지적된다.

그런 점에서 제주도 만큼 국내에서 전기차 운행에 적합한 지역은 찾기 힘들다. 섬을 일주하는 거리도 180여km에 불과한 데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49곳의 급속 충전소가 설치돼 있다. 완속 충전이 가능한 곳까지 따지면 91개소에 달한다.

'탄소 제로'를 꿈꾸는 청정섬, 제주도에서 BMW의 친환경 서브 브랜드 i의 첫 번째 순수전기차 'i3'를 시승했다. 시승은 지난달 22일 서귀포 히든클리프 & 네이쳐호텔에서 산방산을 왕복하는 약 24km 코스에서 이뤄졌다. 시승차는 최상위 트림인 비스 모델이다.

BMW i3(사진=지디넷코리아)

i3의 첫 인상은 둥글둥글하다. 공기저항을 최소화 하려는 목적이 담긴 디자인이다. 여기에 짧은 오버행을 갖춰 날렵한 매무새를 갖췄다. 운전석과 뒷좌석을 구분하는 B필러가 없는 것도 이 차의 특징이다. 차량 앞, 뒤 도어가 양쪽으로 열리는 코치 도어 방식이다. 앞문을 열어야 뒷문을 열수 있게 돼 있지만, 타고 내리는데 불편함은 없다. 공간을 넉넉하게 활용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실내는 심플하다. 유칼리툽스 원목이 적용된 대시보드를 비롯해 실내 곳곳에 올리브 잎 추출물로 마감한 브라운 색상의 천연가죽과 박하나무 등 친환경 소재를 채용한 점이 눈에 띈다. 앞좌석 중앙에 자리잡은 5.5인치 디스플레이를 통해 배터리 충전 상태와 주행거리, 주행가능거리 등 정보를 파악할 수 있다. 일반적인 차량과 달리 스티어링휠 오른쪽에 위치한 기어 레버로 운전과 정지 모드를 조작할 수 있다.

스타트 버튼을 누르자 소리없이 시동이 걸린다. 다만 전기차인 i3는 모터의 강력한 제동력 탓에 가속 페달을 밟지 않으면 드라이브나 후진 모드에서도 차가 움직이지 않는다.

주행 중에도 마찬가지다.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는 순간 차는 내연기관 차량에 익숙한 운전자의 예상보다 급격한 감속이 이뤄진다. 이 차에는 '싱글 페달 제어'기능이 탑재돼 운전자가 가속페달을 밟으면 모터가 동력을 공급하고,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면 에너지 재생모드가 활성화돼 모터가 배터리에 전력을 공급해 제동 효과가 난다. 다소 시간이 지난 뒤 익숙해진 뒤에는 신호나 앞차와의 간격 유지를 위해 브레이크를 사용할 일이 상대적으로 적어졌다.

주행성능은 기대 이상이다. 가속 페달을 밟는대로 민첩하게 뛰쳐 나간다. i3는 전기차 특성상 엔진이 없기 때문에 가속 페달을 밟는 순간부터 최대 토크가 발휘된다. i3에 탑재된 모터는 최고출력 170마력, 최대토크 25.5kg·m의 성능을 발휘한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에 도달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7.2초에 불과하다.

당연한 얘기지만 운전 내내 차는 조용했다. 100km 이상의 고속 주행에서도 실내는 여전히 정숙하다. 코너링도 만족스럽다. 고속의 곡선 구간에서도 날카롭게 코스를 빠져나간다. 배터리를 차체 하단에 설치해 무게 중심이 낮춘 탓에 차량이 흔들림 없이 안정적으로 선회한다.

BMW i3 실내(사진=지디넷코리아)

시승을 마친 뒤 확인한 주행가능거리는 70km다. 앞선 운전자와 교체해 출발할 당시 주행가능거리는 91km였다. 이날 시승한 거리가 약 24km인 점을 감안하면 배터리 소모량은 더 적었던 셈이다. 에너지 재생모드를 통해 주행 중 충전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i3는 완전 충전시 132㎞까지 주행이 가능하다. 충전시간은 타입1 방식의 완속 충전으로 100% 충전하는 데 3시간이 소요되며 급속 충전은 타입 1 콤보 방식을 사용하며 80% 충전까지 30분 걸린다. BMW i월박스 가정용 충전기를 사용하면 3시간이면 충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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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3의 가격은 트림별로 룩스 5천710만원, 솔 6천400만원, 비스 6천900만원이다. 정부와 각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받는 전기차 지원금 등을 감안하면 4천만원대에 구입이 가능하다.

한편 BMW는 지난달 말 열린 파리모터쇼에서 2세대 i3를 공개했다. 신형 i3는 주행가능거리가 약 50% 증가됐다. 배터리는 에너지 저장밀도가 높은 리튬이온 셀로 구성돼 33kWh의 용량을 제공하며, 이를 통해 표준 NEDC 사이클 기준 주행거리가 최대 300km로 늘어났다. 특히 에어콘과 히터를 켜놓은 조건에서도 일상 운행시 재충전하지 않고 최대 200km를 달릴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