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숙박 O2O 시장은 야놀자와 여기어때의 경쟁이 그 어느때보다 뜨거웠던 해로 기록될 것이다. 점유율 경쟁은 기본이고 서비스 측면에서도 두 회사는 내내 경합을 벌였다. 많은 구경꾼들의 눈에 두 회사는 싸우면서 서로 닮아가는 사이, 가끔씩은 앙숙으로도 비춰졌던 것이 사실이다.
야놀자와 여기어때의 싸움은 앞으로 좀 다른 분위기를 풍길 것 같다. '비슷한거 갖고 어디가 더 좋다' 식이 아니라 '우리는 이게 다르다'를 강조하는 전략에 무게가 실릴 것으로 보인다. 다름으로 승부하기 위한 업체들의 행보는 점점 빨라지는 양상이다.
여기어때도 '마이웨이'를 기치로 내걸고 나섰다. 여기어때가 가고자 하는 방향은 종합 숙박 O2O 플랫폼으로 요약된다. 여기어때의 주특기인 중소 모텔은 물론이고 호텔과 펜션, 콘도까지 아우르는 숙박 정보를 한곳에서 제공하고, 여기에 새로운 기술과 데이터 분석 역량을 접목시켜 숙박 O2O 혁신을 주도해 나간다는 것이다. 여기어때를 운영하는 위드이노베이션 심명섭 대표는 최근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앞으로는 사용자들에게 과거와는 다른 경험을 제공하는데 집중하겠다"면서 차별화를 통해 진검승부를 펼치고 싶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여기어때 중심으로 종합 숙박 O2O로 도약
심명섭 대표가 키워드로 던진 종합 숙박 O2O 전략의 중심은 여기어때다. 위드이노베이션은 중소형 모텔 정보를 제공하는 여기어때와 호텔 예약에 초점을 맞춘 호텔타임 서비스를 따로따로 제공 중이다. 그러나 종합 숙박 O2O라는 큰 그림아래 호텔타임은 여기어때로 통합된다.
심명섭 대표는 "오는 12월에 여기어때와 호텔타임을 통합한다"면서 "이후 여기어때는 모텔, 호텔, 펜션, 게스트하우스 등 숙박의 모든 카테고리를 통합 제공하는 서비스로 변신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른바 숙박O2O 3.0 전략이다. 심 대표는 "모든 숙소 유형을 망라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필요한 제휴 준비 작업을 마쳤다"면서 연말 공세를 예고했다.
여기어때 중심의 변신 전략에 담긴 명분은 사용자층 확대다. 여기어때는 그동안 중소형 모텔을 이용하는 20대들이 타깃이었다. 그러나 사용자들이 남들한테 여기어때 앱을 깔았다고 내놓고 말하기 힘든 것도 사실이었다. 깔았다 지웠다를 반복하는 사용자들도 많았다는 후문이다.
위드이노베이션은 숙박O2O 3.0 전략을 통해 여기어때에 담긴 기존 이미지를 걷어내고 대중성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모습. 심명섭 대표는 "20대와 30대를 넘어 가족 단위에서도 즐겨 쓰는 서비스로 키우겠다"면서 사용자층 확대에 강한 의욕을 보였다.
여기어때앱은 2014년 4월 출시됐다. 지난해말까지는 무료였고 올해부터 숙박 업주들에게 일정 비용을 받는 방식으로 유료화됐다. 수익 모델은 입점 숙박 업체들에게 매달 광고비를 받는 것과 예약 매출에 따른 수수료 부과로 나눠진다.
숫자만 놓고보면 여기어때는 단기간에 빠른 상승세를 보였다. 지난해말 기준으로 제휴점 수는 4천개를 넘었고 올해말까지 4천500개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제휴점 수가 증가한다는 것은 매달 거둬들이는 광고비가 늘어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심명섭 대표는 "모텔만 놓고보면 숙박 O2O 시장에서 점유율 1위라고 생각한다"면서 "지난해 12월 오픈한 모텔 예약 서비스도 10개월만에 예약 거래액 규모가 1천억원에 달하는 등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호텔 예약 서비스인 호텔타임의 경우 아직은 선두 업체를 추격하는 입장이다. 호텔 타임 커머스 분야에서 호텔타임은 업계 2위권이라는게 위드이노베이션 내부 평가다. 심명섭 대표는 여기어때와의 통합으로 사용자층이 확대되면 호텔 예약 부문도 성장이 지금보다는 빨라질 것으로 기대했다.
■기술 기반 데이터 중심 비즈니스 전략 가속
위드이노베이션은 올해 중소형 호텔 혁신 프로젝트를 강도높게 펼쳤다. 프로젝트는 기존에 있던 문제를 해결하는데 초점이 맞춰졌다. 그러나 앞으로는 무게중심이 이동한다.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데 실탄이 대거 투입된다.
우선 위드이노베이션은 10월 중 중소형 호텔 프랜차이즈인 호텔 여기어때 1호점을 오픈한다. 호텔 여기어때는 야놀자처럼 위드이노베이션이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 사업에 본격 진출하는 신호탄이다. 위드이노베이션은 3년안에 프랜차이즈 가맹점 수를 200개까지 늘린다는 전략이다.
위드이노베이션은 호텔 여기어때와 관련해 서비스 차별화를 위한 전진기지가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핵심은 빅데이터다. 심명섭 대표는 "2년반 동안 여기어때를 운영하며 대용량 데이터를 확보했고, 이걸 분석해 중소형 호텔에서 고객들이 필요로 하는 것들을 찾아냈다"면서 "호텔 여기어때는 빅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진정한 숙박 O2O 서비스의 서막을 여는 선봉이 될 것이다"고 치켜세웠다. 또 "미국, 중국처럼 한국도 앞으로 많은 모텔들이 브랜드화될 것이다"면서 "이같은 변화에서 표준을 제시하고 싶다"는 포부도 내비쳤다. 이어 "직영 보다는 프랜차이즈 전략을 통해 오프라인 네트워크를 확대해 나가겠다"면서 "리모델링을 고민하는 숙박 업소들이 여기어때와의 협력에 대해 긍정적으로 봐줬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전했다.
심 대표에 따르면 중소형 호텔 혁신을 위해서는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 숙박 현장에서 많은 혁신이 필요한 것이 현실이다.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을 연결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시설 투자도 많이 진행된 터라 차별화 요소로 통하기 어렵다. 혁신을 위해서는 결국 본질적인 것을 건드려야 한다. 정확한 숙박 정보를 제공하고, 스마트폰을 갖고 객실 문을 바로 열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 등이 그 예다.
위드이노베이션이 VR에 적극 투자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심 대표는 "온라인에 올라와 있는 숙박 시설 사진은 실제와 다른 경우가 많다"면서 "VR 기반 서비스를 통해 사용자들은 숙소 선택시 공간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 여기어때·호텔타임, 누적 매출액 1천억원 돌파2016.10.11
- 여기어때, "좋은숙박 선정업체, 매출 상승"2016.10.11
- 여기어때, 빅데이터 이용한 '마케팅센터' 오픈2016.10.11
- 여기어때 "추석에 스테이케이션 뜬다"2016.10.11
위드이노베이션은 인공지능(AI)를 활용한 서비스도 본격 추진한다. 고객 센터에 AI 기반 챗봇을 먼저 도입하고, 향후 숙소 예약 및 추천 서비스에도 AI를 투입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기술 기반 서비스로서의 면모를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조직 내부 역량을 키우는 것도 경쟁력 강화를 위해 심 대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포인트다. 직원들에게 스톡옵션 기회를 늘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심 대표는 "지난해 11월 1차 투자를 받으면서 22명을 대상으로 스톡옵션을 부여했고 지난 7월 200억원을 추가로 투자받는 만큼 오는 12월에서 1월 사이에 2차 스톡옵션을 계획하고 있다"면서 "지난해 말에서 올해 입사한 직원들도 대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