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노트7 생존보다 소비자 우선한 극약 처방

美 CPSC 조사결과에 실낱같은 판매 재개 기대

홈&모바일입력 :2016/10/11 11:26    수정: 2016/10/11 12:31

삼성전자가 10일 갤럭시노트7 생산 중단에 이어 11일 판매 및 교환 중단까지 전격 선언한 것은 최악의 경우 갤럭시노트7을 버리더라도 소비자 신뢰 상실을 최소화해 삼성전자 브랜드를 기반으로 한 후속 사업에 충격을 덜기 위한 고육책으로 풀이된다.

또 소비자 안전과 직결되는 사안이라는 점도 감안된 것으로 해석된다.

삼성전자는 이날 "소비자 안전을 가장 우선 사항으로 조사가 진행 중인 동안 모든 통신사와 유통 파트너에 글로벌 판매와 교환 중단을 요청했다"면서 "조사에 성실히 임할 것이며 문제가 개선될 때까지 오리지널 갤럭시노트7과 신형 갤럭시노트7 사용 중인 소비자들은 즉각 전원을 끄고 사용을 중단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는 오리지널 갤럭시노트7에서 발화사건이 이어질 때 신속하게 모든 제품 리콜을 전격적으로 결정한 것과 궤를 같이 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프리미엄 스마트폰 사업은 워낙 규모가 크기 때문에 리콜로 인한 피해가 막대하지만 이 과정에서 자칫 소탐(小貪)한 결정을 할 경우 그로 인한 추가 피해는 상상을 초월한 규모로 확대될 수 있어 전격적인 판단이 불가피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삼성이 이처럼 전격적인 결정을 내린 데는 미국 시장의 움직임이 결정적이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업계 또 다른 전문가는 "삼성전자로서는 아직까지 발화 사고가 보고된 제품을 직접 보지 못했고 그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상태여서 최소한 원인이 드러날 때까지 후속 조치를 늦추는 실리적인 선택을 할 수도 있었겠지만, 지난 주말을 기점으로 월요일까지 미국에서 AT&T를 비롯한 주요 이동통신회사들이 자체적으로 교환 및 판매 중단 조치를 취하자 더 이상 시간을 늦출 수 있는 방법이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 '갤럭시노트7' 코랄블루 색상 (사진=삼성전자)

새로운 발화 원인이 제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 소비자 안전을 위한 선제적인 조치가 더 옳은 판단일 수밖에 없었다는 뜻이다.

무엇보다 한 번 사고가 났던 제품이 다시 사고가 났다는 점에서 후속조치를 서두를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의미 있다.

발화 원인에 대한 정확한 조사 결과가 나와야 하겠지만 한 번 사고 난 제품을 수정 조치한 뒤 다시 사고가 났다는 점에서 어떤 형태로든 삼성전자의 제조 기술력에 흠집이 난 것이고 그 제품 자체가 생기를 갖고 팔리기는 힘들다는 게 일반적 분석이다.

따라서 현실적인 손실은 감수할 수밖에 없고 이제 후속 대책에 나설 수 밖에 없는 수순이라는 것이다.

과거에 삼성전자에서 휴대폰 사업을 담당했던 한 전임 고위 임원은 "잠정적이기는 하지만 생산 및 판매 중단 조치는 현실적으로 불가피했을 것"이라며 "이 조치로 소비자 안전 문제를 해결할 수는 있겠지만 품질 경영 신뢰 문제까지 해결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건희 회장이 1990년대에 프랑크푸르트에서 '질(質) 경영'을 선언한 뒤 완성도가 떨어진 휴대폰 수십만대를 불태우는 화형식을 선언한 적이 있는데 삼성전자는 앞으로 품질에 대한 신뢰도를 회복하기 위한 비상한 조치가 필요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무엇보다 2차 발화의 원인을 정확히 짚어내야 하고, 1차 발화 때 원인 파악이 제대로 됐는지 또한 정밀하게 다시 조사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삼성전자는 1차 발화사건 때 그 원인을 '배터리 셀'의 문제라고 파악했지만 2차 발화 때는 그 외 다른 원인이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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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번 사건의 중요한 변수가 될 미국 소비자제품안전위원회(CPSC)의 조사결과는 11일 중에 나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현재까지 갤럭시노트7 교환품에 대한 발화 사례는 미국 5건, 한국·중국·대만 각 1건 씩 모두 8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