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말기 지원금 대신 통신비를 할인해주는 선택약정할인율을 현행 20%에서 30% 수준까지 상향하는 방안을 놓고 정부와 국회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국회의원 들의 경우, 이동통신사들이 부담할 수 있는 여력이 아직 충분해 소비자들의 가계통신비 부담을 낮춰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정부는 가입자 쏠림 등의 이유로 신중론을 펼치고 있다. 특히 이통사 입장에서는 할인 부담을 모두 떠안아야 하는 만큼, 경영상의 큰 부담이 될 전망이다.
지난 6, 7일 국회에서 진행된 미래창조과학부, 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선택약정할인율 개편을 놓고 국회와 정부의 줄다리기가 이어졌다.
선택약정할인제는 통신사의 단말기 공시지원금을 받지 않은 이동통신 사용자가 통신요금의 20%를 할인 받는 제도다. 특히 단통법 시행 이후 지원금을 받는 것 보다, 20% 요금할인을 받는 것이 더 경제적이라는 평가가 나오면서 최근 1천만 가입자를 돌파했다.
■최성준 방통위원장 “제도 취지 어긋나고 쏠림현상 우려”
6일 국민의당 신용현 의원은 선택약정할인율을 현행 20%에서 최대 30%까지 올려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방송통신위원회는 공시 지원금과의 차이와 가입자 쏠림 현상을 우려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신용현 의원은 지난 달 초 선택약정할인을 20%에서 30%까지 확대하는 단통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바 있다.
미래부 고시에 따르면 선택약정할인율 산정 시 미래부 장관이 5% 범위내에서 조정이 가능한데, 이를 15%까지 확대해 선택할인율을 30%까지 상향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자는 것이다.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은 이같은 주장에 난색을 표했다.
최 위원장은 “선택약정할인제도는 지원금에 상응하는 요금할인이라 이와 너무 차이가 나면 제도 취지에도 어긋나고 쏠림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지금도 선택약정할인 제도가 공시 지원금 보다 유리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더 올리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그러자 신용현 의원은 “무조건 30%로 올리라는 것이 아니라 미래창조과학부와 함께 재량에 따라 하라는 것”이라며 다시 한 번 선택약정할인율 상향에 대해 검토해볼 것을 주문했다.■최양희 미래부 장관 “의견 수렴한 뒤 논의”
선택약정할인율 상향 요구는 다음 날 미래부 국감에서도 이어졌다. 신 의원은 최양희 미래부 장관에 자신이 입법발의한 단통법 개정안을 적극 검토해줄 것을 요구했다.
이에 최 장관은 “가계통신비 경감 취지에서 개정안이 발의된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면서도 “파급효과가 상당히 있는 만큼 여러 의견을 수렴해서 법 개정 논의를 해보겠다”고 답했다.
최성준 위원장이 제도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딱 잘라 반대 입장을 밝힌 반면, 최양희 장관은 논의의 가능성을 열어둔 발언이다.
■"12%→20 상향한지 일년만에"...정부도-사업자도 '부담'
하지만 국내 이동통신 업계의 요구와 미래부, 방통위 등 기존의 입장 등을 고려해 보면 선택약정할인율 상향 조정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공시지원금의 경우 제조사와 이통사가 나눠 부담하는 반면, 선택약정할인은 100% 통신사 부담이다. 공시지원금 대신 선택약정할인 가입자가 늘면 늘수록 통신사 부담이 더 커지는 구조다.
물론 고가 요금제 가입이 늘고, 약정 기간 동안 자사 고객을 묶어두는 '락인효과'(Lock-in)는 크지만 더 이상의 할인율 상승은 불가하다는 것이 이통사 입장이다. 또 이미 지난해 4월, 선택약정할인율이 12%에서 20%로 상향되면서 사업자 입장에서도 큰 부담이 되고 있다는 반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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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역시, 기존 할인율을 20%로 높인지 얼마 안돼 다시 선택약정할인율 상향을 강제하기에는 부담이 큰 상황이다. 가계통신비 절감이라는 명목이라 하더라도, 정부가 또 통신사에 일방적으로 할인율 상향을 강제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앞으로 선택약정할인율 상향에 대한 국회와 정부, 사업자간 줄다리기는 계속될 전망이다. 당장 오는 13, 14일 예정돼 있는 확인국감에서 또 한 번의 기싸움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