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고 탈도 많은 구글과 오라클 간 자바 소송이 새로운 재판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
지난 2010년 오라클 제소로 시작된 두 회사 간 자바 저작권 침해 소송은 지난 5월 구글의 승리로 일단락됐다. 항소심에서 저작권 침해 판결을 받고 상고 신청이 기각된 구글은 캘리포니아 북부지역법원에서 열린 파기환송심에서 ‘공정 이용’ 판결을 받아내면서 배상금 지급 의무를 면제받았다.
두 회사는 17일(현지 시각) 파기환송심이 열렸던 캘리포니아북부지역법원 샌프란시스코 지원에서 평결불복심리를 시작했다. 평결불복심리는 배심원 평결을 토대로 1심 판사가 최종 판결을 하기 위해 조율하는 절차다.
이 자리에서 오라클 측은 구글이 관련 증거를 축소 제출한 정황이 있는 만큼 재판을 다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라클 측이 이 같은 주장의 근거로 제시한 것은 구글이 재판 도중 선보인 크롬OS용 구글 플레이다. 크롬OS용 구글 플레이는 구글이 자바SE를 스마트폰 뿐 아니라 데스크톱 시장까지 활용하려는 의도를 보여준 것이란 게 오라클 측 주장이다.
■ "크롬OS용 구글 플레이 새 쟁점" vs "재판 때 이슈 삼았어야"
미국 IT 전문매체 아스테크니카에 따르면 오라클 측 안네 허스트 변호사는 “크롬OS용 구글 플레이 출시로 오라클의 시장 피해 규모가 엄청나게 달라졌다”면서 “이 증거는 배심원들에게도 공유됐어야만 했다”고 주장했다.
물론 구글 생각은 다르다. 구글은 자바 API를 쓴 것이 공정이용에 해당된다는 근거 중 하나로 스마트폰이 자바SE와 경쟁하지 않는다는 점을 꼽았다. 하지만 자바SE는 데스크톱과 노트북 등 PC에는 사용되고 있다.
오라클이 문제삼고 있는 것은 바로 이 부분이다. 구글이 안드로이드를 지렛대 삼아 자바 SE 시장 전체를 삼키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는 주장이다.
구글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다. 구글은 오라클 측 요구로 크롬용 앱 런타임(ARC) 관련 정보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ARC는 크롬에서 안드로이드 앱을 실행할 수 있도록 해주는 소프트웨어다.
따라서 오라클은 자바 소송 당시 이미 구글이 노트북PC 등에서 안드로이드 앱을 쓸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란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게 구글 반박이다.
구글 측 변호인은 “오라클이 원했다면 재판 중에 그 주장을 할 수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다 알고 있던 사실을 재판이 끝난 뒤에 다시 거론하고 있다는 주장인 셈이다.
구글은 또 “어떤 쪽도 재판 범위를 넘어선 문제에 대해 추가 발견된 사실을 제출할 의무는 없다”면서 “우리 답변은 정당하고 완벽했다”고 강조했다.
재판을 주재하고 있는 윌리엄 앨섭 판사는 오라클 측에 크롬 데스크톱 저작권 침해를 이유로 별도 소송을 제기하는 건 어떠냐고 질문했다.
이에 대해 오라클 측은 “그렇게 할 수도 있다”고 전제한 뒤 “그렇더라도 이번 이슈 때문에 막 끝난 재판이 오염된 사실은 변함이 없다”고 답했다고 아스테크니카가 전했다.
■ 6년 공방 끝에 '공정이용' 판결로 구글 승리
이번 소송은 구글이 안드로이드를 만들면서 자바 API 37개를 무단 도용한 것이 핵심 쟁점이었다. 오라클은 2010년 소송을 제기하면서 특허권과 저작권 침해 혐의를 함께 적용해달라고 요청했다.
1심 재판에선 구글이 승소했다. 안드로이드에 자바 API를 쓴 것이 저작권 침해가 아니라고 판결했다.
이 재판은 항소심에서 뒤집혔다. 오라클은 특허권 부분을 빼고 저작권만 갖고 항소를 제기한 끝에 구글이 무단도용했다는 판결을 받아내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구글의 자바 API 사용이 저작권법상 공정이용에 해당되는지 여부는 다시 논의해보라면서 1심으로 돌려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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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구글의 상고신청이 기각되면서 다시 1심 재판부로 돌아와 공정이용 여부만 놓고 또 다시 재판을 벌였다.
결국 캘리포니아북부지역법원 배심원들이 지난 5월 “구글의 자바 API 이용은 저작권법상 공정이용에 해당된다”는 평결을 내놓으면서 구글은 한시름 돌릴 수 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