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자바 API 저작권을 무단 도용했다. 그런데 저작권 침해 행위는 아니다.
26일(현지 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 지역법원 배심원들이 내놓은 평결을 두 문장으로 요약하면 저렇게 된다.
이번 소송은 지난 2014년 항소법원이 구글의 자바 API 저작권 침해 판결과 함께 파기 환송한 재판이었다. 따라서 구글의 저작권 침해는 더 이상 논쟁의 여지가 없는 사안이었다.
그런데 구글은 저작권을 침해하지 않았다는 면죄부를 받아냈다. 어떻게 이런 평결이 가능했을까?
■ 미국 저작권법에선 네 가지로 규정
그 비밀은 미국 저작권법 107조에서 찾을 수 있다. 107조는 저작권 침해 혐의로부터 면제받을 수 있는 네 가지 경우를 규정해 놓고 있다.
이를 저작권법에선 ‘공정이용’이라고 부른다. 사실상 저작권법 107조는 이번 재판의 근거 조항이나 다름 없엇다.
107조에선 공정 이용 판단 기준으로 크게 네 가지를 제시하고 있다.
1. 이용의 목적과 성격 (비영리 목적이나 보도, 학술 인용)
2. 저작물의 특성
3. 이용 분량과 함께 전체 저작물에서 어느 정도로 핵심적인 부분이었냐는 점
4. 저작물 이용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
위 네 가지 경우엔 남의 저작물을 그냥 가져다 쓰더라도 큰 문제가 없다는 의미다. 학술논문이나 문학 평론에 저작물의 일부를 그대로 옮기더라도 침해행위가 성립되지 않는 건 이 조항 때문이다.
물론 이 때도 한계는 있다. 3항에 따라 지나치게 많이 인용할 경우엔 침해 행위가 성립될 수도 있다. 원 저작물을 볼 필요가 없을 정도로 많이 인용하는 건 곤란하다는 취지다.
이번 배심원 평결에선 107조의 네 가지 조건 중 어느 쪽에 방점을 찍었는지는 알 수가 없다. 일반인으로 구성된 배심원들은 구체적인 평결 이유를 공개할 의무는 없다.
따라서 구체적인 법적 논리에 대한 공방은 오라클이 제기할 항소심에서 본격적으로 제기될 가능성이 많다.
■ 항소심 열릴 경우 '변형적 이용' 핵심쟁점 될 듯
앞으로 이어질 재판에선 공정 이용 조항 중 특히 1번 항목이 중요한 쟁점이 될 가능성이 많다. 구글이 자바 API를 이용한 목적이 뭔지, 또 이를 통해 시장에 어느 정도 기여했는지가 핵심 쟁점이란 의미다.
특히 중요한 개념은 ‘변형적(transformative)’ 이용이다. 변형적 이용이란 ‘원 재료를 인용해 획기적으로 새로운 것을 만들어냈느냐’는 부분이 핵심적인 판단 기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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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구글과 오라클은 배심원 재판 때 이 부분을 놓고 열띤 논리 경쟁을 벌였다. 구글은 안드로이드가 자바를 활용한 변형적 제품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오라클은 “모바일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지름길을 택한 데 불과하다”고 맞섰다.
미국 저작권법에선 “좀 더 깊이 있는 목적이나 다른 캐릭터 등으로 새로운 것을 덧붙이거나, 새로운 표현 의미 메시지 등으로 기존 저작물을 변형했을 경우” 변형적 사용을 한 것으로 간주한다. 따라서 구글이 자바 API를 이용해 새로운 것을 만들어냈을 경우 ‘변형적 이용’을 인정받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