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바를 만든 썬은 늘 개방과 공짜 정책을 유지했다.”
“구글은 지름길로 가기 위해 자바를 무단 도용했다.”
2주간 열띤 공방을 벌인 구글과 오라클이 자바 전쟁 마지막 승부를 펼쳤다. 두 회사는 23일(현지 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 지역법원에서 속개된 공판에서 최후 변론을 했다.
양측은 최후 변론에서도 기존 주장을 되풀이하면서 배심원 설득에 총력을 기울였다고 아스테크니카가 전했다.
2010년 이후 6년 째 계속되고 있는 이번 소송의 핵심 쟁점은 구글이 자바 API 37개를 이용한 것이 저작권법상 공정 이용에 해당되느냐는 부분이다. 항소법원이 구글이 오라클 특허 침해한 것으로 판결하면서 “공정이용에 대해선 다시 논의해보라”고 파기환송한 데 따른 것이다.
■ 구글 "안드로이드가 오히려 자바에 도움줬다"
먼저 무대에 오른 것은 구글이었다. 구글 측 로버트 밴 네스트 변호사는 이날 배심원들에게 “안드로이드 저작권 침해 주장을 공정 이용으로 처리해달라”고 호소했다.
밴 네스트 판사는 “이번 사안은 구글 뿐 아니라 혁신과 기술 전반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재판이다”면서 “구글 엔지니어들은 구글 기술을 사용하고 오픈소스를 적용하면서 바닥에서 새롭게 안드로이드를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오라클의 소송을 빗대 “썬은 자바에 대해 늘 개방과 공짜 정책을 견지해왔다”고 꼬집었다. 또 “안드로이드는 자바 API를 완전히 새롭게 활용했다”면서 “이는 다른 어떤 회사도 하지 못했던 일”이라고 덧붙였다.
밴 네스트는 “안드로이드에 어떤 투자도 하지 않고 어떤 위험도 지지 않았던 오라클이 이젠 모든 명성과 함께 많은 돈을 원하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은 공정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미국 저작권법 107조에 규정된 공정 이용이다. 특히 그 중에서도 기존 제품에 부가가치를 더한 ‘변형적 이용’이란 부분이 중요한 쟁점이다. 안드로이드가 자바 API를 ‘변형적 이용’했다는 점을 부각시키는 것이 중요한 상황인 셈이다.
밴 네스트 변호사는 “구글 엔지니어들은 자바SE의 API를 사용했다”면서 “자바SE API는 그 이전에는 스마트폰에 사용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자신들이 API를 변형적으로 활용했다는 점을 은근히 부각한 셈이다.
그는 또 “프로그래머들은 새로운 언어를 배우지 않고도 안드로이드 프로그램을 짤 수 있게 됐다”면서 “안드로이드가 자바에 도움을 줬다”고 말했다.
■ 오라클 "자바SE, 안드로이드 전에도 스마트폰에 사용"
구글에 이어 오라클 측에선 피터 빅스 변호사가 최후 변론을 했다. 빅스 변호사는 “이번 소송은 매우 간단한 규칙에 관한 것”이라면서 “다른 사람의 자산을 허락 없이 맘대로 쓰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구글은 지름길을 택하기 위해 오라클에 피해를 안겼다”고 덧붙였다.
빅스는 “구글은 1만1천500 코드 라인을 베꼈다”면서 “이건 다툼의 여지가 없다”고 강조했다. 자바 코드를 가져다가 베낀 뒤 그대로 안드로이드에 집어넣었다는 주장이다.
빅스 변호사는 자바 SE를 스마트폰에 쓴 적 없다는 구글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초기 블랙베리 폰이나 데인저 같은 스마트폰에 자바 SE가 활용됐다는 것이다.
오라클 측은 또 자바를 만든 썬은 개방과 공짜 정책을 고수했다는 구글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공개된 여러 문건을 보면 전혀 다른 상황이 담겨 있다는 것.
빅스는 이날 앤디 루빈이 (안드로이드 완성에 대한) 시간 압박을 받고 있던 정황이 담겨 있는 이메일을 다시 환기시켰다. 썬의 전 최고경영자(CEO)였던 조나단 슈워츠가 “구글이 저작권법에 대해 신경도 쓰지 않는다”고 불평하는 내용이 담긴 이메일도 다시 보여줬다.
그는 이런 증거 자료를 제시한 뒤 “오라클은 치열한 경쟁자이다. 하지만 경쟁을 할 때는 규칙을 지킬 필요가 있다”면서 “그런데 구글은 지름길을 택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빅스 변호사는 “java.lang API들에 저작권이 있다”고 거론하는 앤디 루빈의 이메일을 공개했다. 이와 함께 “어쨌든 자바를 쓸 수 있다. 아마도 많은 경쟁자들이 같은 길을 택할 것”이란 내용이 담겨 있는 다른 구글 내부 이메일도 함께 배심원들에게 보여줬다.
그런 다음 빅스는 “이것이 혁신적인 회사가 할 일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구글은 썬이 자바 저작권을 인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베끼기로 결정했다”면서 “이런 행동은 옳지도 않고, 공정하지도 않다”고 강조했다.
■ 오라클 승소 땐 배상액 산정 별도 절차 돌입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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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과 오라클의 최후 변론은 이날 오전 11시에 모두 종료됐다고 아스테크니카가 전했다.
6년을 끌어온 자바 전쟁은 이제 모든 공방 과정을 마무리한 채 배심원 평결만 남겨 놓게 됐다. 배심원들이 구글의 ‘공정 이용’ 주장을 인정하지 않을 경우 배상액 산정을 위한 별도 절차에 돌입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