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DMB, 위성DMB 꼴 나지 않으려면...

방송/통신입력 :2016/08/15 13:05    수정: 2016/08/15 13:26

유사 방송 기술인 지상파DMB 고화질(HD)방송과 지상파 초고화질(UHD) 방송이 제 각자 발전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의 뉴미디어 정책이 제때 수립되지 않아 소비자들만 기술 발전의 혜택을 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상파DMB가 8월부터 고화질(HD) 방송을 시작했지만, KBS, MBC, SBS가 동참하지 않으면서 반쪽짜리에 그치게 됐다.

누적된 적자 상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상파DMB사들은 HD전환을 통해 위기를 타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 왔다. 그간 화질 문제가 소비자와 광고주의 외면을 받은 주요 원인으로 지적되어 왔기 때문이다. 기존 QVGA(320*240) 화질에선 야구 중계의 경우 선수의 얼굴, 공의 움직임, 스코어를 구분하기도 어려웠다. 지상파DMB사들은 HD전환으로 기존보다 화질이 12배 더 개선됨에 따라 시청자들이 다시 모이고, 광고 매출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지상파 방송 3사는 이번 HD전환에 동참하지 않았다. 내년 2월부터 도입할 지상파UHD 방송을 통해 DMB와 사실상 동일한 서비스인 '이동형UHD 방송'이 가능하기 때문에 기술적, 사업적인 기회를 놓고 지상파 DMB와 저울질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UHD 방송이 시작되면 한 개의 주파수로 고정형뿐만 아니라 이동형 방송도 가능하다. 이동형 방송은 모바일에서 HD화질까지 지원해 사실상 지상파 DMB HD방송과 같은 서비스로 볼 수 있다. 지상파 방송3사는 투자 중복을 우려해 지상파DMB HD전환을 보류한 상황이다.

한 방송업계관계자는 "UHD이동형 방송을 시작한다고 해도 지상DMB와 서비스적으로 차별화될 것이 별로 없기 때문에 마찬가지로 수익 모델을 창출할 뾰족한 방법이 없고, 이동형 UHD 방송을 하려면 기술 개발과 인프라 구축 등 비용이 많이 들어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기술 변화 못 쫓아가는 행정 처리 속도에 소비자만 답답

지상파DMB와 이동형UHD 방송에 대한 정부의 정책 부제도 지상파 방송사들이 DMB HD전환을 손 놓고 구경하게 만든 원인으로 지적된다. 현재로썬 내년 2월부터 이동형UHD방송을 바로 시작할지, 이동형UHD방송을 허가제로 할지 신고제로 할지 등 정해진 정책이 하나도 없다.

결국 유사한 기술이 등장해 각자 발전해 가는데, 정부와 사업자들이 제때 의사결정을 내리지 못해 소비자들이 기술 발전의 혜택을 보지 못하는 상황이다.

출범 이래 850억원 이상의 누적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지상파DMB에 대한 근본적인 정책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얘기는 지난 수년간 계속되어 왔던 것이다. 또 지상파UHD방송을 2017년 2월부터 시작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것도 지난해 말 일이다.

지상파 방송사와 뉴미디어 정책을 책임지는 방송통신위원회가 지상파DMB와 이동형UHD 방송 각각에 대한 역할과 위상을 제 때 정의하지 않으면서 애먼 시청자만 불편을 겪는 상황이 됐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이런 상황을 두고 2012년 위성DMB 실패사례가 겹처보인다는 미디어 전문가들이 많다. 당시 정보통신부는 2005년 유로 서비스인 위성DMB를 허가해 놓고, 같은해 무료로 지상파DMB를 추가 허용해 줬다. 이후 스마트폰의 대중화가 이뤄지면서 위성DMB의 가입자 이탈이 더욱 가속화 됐고 결국 서비스 7년만에 종지부를 찍고 말았다. 당시 국회 입법조사관실은 위성DMB 실패의 이유를 놓고 "일관성없는 정부 정책때문”이라고 지적하는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한 미디어 분야 전문가는 최근 지상파DMB과 이동형UHD 방송이 대체재 관계에 놓이게 된 상황을 놓고 "또 다시 정책결정과 행정절차가 시청자들의 눈높이와 기술 발전을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늦은 감이 있지만 방통위는 지난 7월부터 지상파 주파수를 이용한 이동방송에 대한 정책방향을 수립하기 위한 작업에 들어갔다. 관련 사업자들과 테스크포스(TF)팀을 꾸려 매달 회의를 개최하고 논의를 통해 연말 께 지상파DMB와 이동형UHD 모바일 각각의 방향을 정의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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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별개로 무료 보편적 방송 서비스를 해야할 지상파 방송3사들이 언제 시작할지 모르는 지상파UHD 방송 때문에 지상파DMB의 HD전환을 미루는 것은 문제이며 이에 대한 정부와 사업자들의 대책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최근 국회입법조사처는 방통위를 통해서 KBS 측에 지상파DMB HD전환을 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명확한 소명을 요청하는 질의서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KBS 측은 내부적으로 지상파DMB HD 전환에 대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게 실무진에서 보고서 작성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