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사드(THAAD) 한반도 배치 결정으로 국내 ICT 업계가 중국 정부의 규제 강화를 우려하는 분위기다.
중국과의 교류가 당장 중단됐거나 사업에 큰 차질이 빚어진 것은 아니지만, 현재와 같이 사드로 인한 양국 갈등이 장기화될 경우 실제 피해가 나타날 수 있다는 반응이다. 이는 국내 스타트업, 소프트웨어, 게임 업계의 공통된 목소리다.
정부는 중국의 동향을 계속 예의주시하면서, ICT 협회들을 모아 해결 방안에 대한 논의와 고민을 나누겠다는 계획이다.
■ICT 스타트업 “직접 피해는 없지만 한류 콘텐츠 판매 줄어”
7일 국내 ICT 업계에 따르면 아직 사드 한반도 설치를 반대해온 중국 정부의 경제 보복이 가시적으로 드러난 것은 없다.
다만 한류를 중심으로 한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피해 사례가 보도되고, 상용 복수 비자 발급이 까다로워지면서 다음 단계로 ICT 기업들도 직간접적인 피해가 우려되는 실정이다.
이처럼 국내 ICT 기업들이 중국의 반응을 민감하게 지켜보는 이유는 중국 수출 의존도가 높고, 해외 진출에 있어 가장 큰 시장으로 보고 있어서다. 미래창조과학부 통계에 따르면 전체 ICT 수출에서 홍콩을 포함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50% 이상을 차지한다.
중국이 주력 시장인 국내 한 ICT 스타트업 관계자는 “사드로 인한 직접적인 영향은 없다”면서도 “전체 서비스 자체의 다운로드 수가 줄지는 않았지만, 여름 마케팅 차원에서 준비한 한류 연예인 콘텐츠들의 판매가 줄었다”고 말했다.
또 “중국의 상용 복수 비자 발급이 실제 까다로워질 경우 국내 스타트업들의 영향은 분명 있다”며 “중국 웨이보만 확인해도 한국 얘기들이 종종 눈에 띌 만큼 사드에 대한 우려 분위기가 있는 건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국내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는 판교 스타트업 캠퍼스의 김종갑 본투글로벌센터장은 사드로 인한 중국과의 교류가 중단되거나 차질이 빚어진 상태가 아니라는 설명이다.
또 중국이 창업 생태계를 적극 육성하는 중이고, 국내 기업과의 협력도 활발히 추진하는 만큼 당장 이와 관련된 제재를 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했다. 다만 상용 복수 비자 발급이 어려워질 경우 중국에서 사업하는 기업인들의 불편과 피해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했다.
김종갑 센터장은 “중국이 어떻게 나올지 몰라 관련자와 계속 연락하면서 눈치는 보고 있지만 큰 문제가 없다는 답변을 듣고 있다”면서 “다만 상용 복수 비자 발급이 어려워지면 홍콩으로 돌아가거나, 단기 비자로 중국을 방문해야 하는 만큼 이로 인한 기업들의 불편과 피해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또 “최근 언론을 통해 보도되는 사드 관련 보복 소식들은 대기업 중심의 얘기”라며 “이는 사드 이슈 전부터 중국 정부가 한국 기업들을 전략적으로 퇴출시키는 과정에서 나온 결과이지, 사드가 빌미를 됐을지 몰라도 직접적인 이유는 아닐 것”이라고 추정했다.
■소프트웨어 “갈등 장기화될 경우 성장 전략 수포 우려”
소프트웨어 업계도 단기적으로는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면서도 중장기 중국사업에 대한 우려를 하는 분위기다.
중국 매출 비중이 큰 회사가 극소수이기는 하지만 한국을 향한 중국의 불편한 심기가 장기화된다면 그동안 공들여왔던 성장 전략이 수포로 돌아갈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지난 2월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가 322개 업체를 표본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소프트웨어 업계는 단일 응답 기준 46.4%가 중국을 수출 주력시장으로 꼽았다. 동남아시아는 17.6%, 일본은 15.2%로 동남아시아와 일본을 합한 것보다 중국 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더 크다.
수출 주력하는 여러 국가를 선택하는 복수 응답 기준으로도 중국은 응답률 27%로 동남아시아와 동률을 기록했다.
A소프트웨 업체 관계자는 “이미 계약된 중국 수출건은 문제가 없을 것”이라면서도 “기업과 기업간의 거래이기는 하지만 정치적인 문제가 아주 영향이 없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B업체 관계자도 “중국을 차기 시장으로 보고 있지만 아주 활발한 단계는 아니다”라면서도 “일본이랑 동남아시장쪽으로 더 주력해야 할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게임 “판호 발급 더 어려워지면 서비스에 큰 차질”
게임 산업은 방송과 연예계에 진행되는 중국의 압박이 게임까지 이어질지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특히 판호 발급이 더 까다로워질 것을 걱정하고 있다.
판호는 중국에서 게임을 서비스하기 위한 일종의 허가서다. 이를 받기 위해서는 광전총국이 진행하는 심사를 받아야 하며 이 심사는 신청부터 승인까지 6개월에서 1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될 수 있기 때문에 게임 서비스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또한 광전총국은 지난달 1일 온라인게임에만 적용했던 판호를 모바일 게임까지 범위를 넓히는 등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광전총국은 아직 국내 게임사를 제한하기 위한 지침을 내리진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심의를 하는 부서 또는 심의를 요청하는 퍼블리셔 등이 자체적으로 제재를 하는 등 전반적으로 심의를 받기 더욱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광전총국 등 판호를 심사하는 부서는 정부기관인 만큼 여론에 민감한 부분이 있다"며 "최근 사드가 논란이 되는 만큼 군사 관련된 소재나 요소를 빼거나 한국적인 요소를 수정해달라는 요구가 발생할 수 있다. 그러면 게임사는 이를 수정하고 재심사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심의기간은 길어지고 서비스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토로했다.
다른 업계관계자는 “광전총국은 지난달 중국 상하이에서 개최한 게임쇼 차이나조이에서 한 차례 제약이 심해진 판호가 앞으로 더욱 강화될 수 있다는 말을 한 바 있다”고 말했다.
시장조사 업체인 뉴주에 따르면 중국의 게임시장 규모는 약 24조6천500억 원에 달하며 미국을 넘어 1위로 평가 받고 있다. 또한 지속되는 오름세를 통해 오는 2018년에는 약 36조 원 규모로 시장이 커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미래부 “ICT 기업 피해 아직…협회사와 논의 계획"
ICT 산업과 기업을 육성하고 지원하는 미래창조과학부는 아직 사드로 인한 중국 정부의 움직임이나, 이로 인한 국내 기업들의 구체적인 피해 사례가 감지되지 않았다는 반응이다.
다만 이 같은 우려가 커지는 만큼 ICT 협회사들을 모아 중국 동향을 공유하고, 고민을 서로 나누는 자리를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미래부 한형주 미주아시아협력담당관은 “중국 정부와 과학기술 분야에 있어 공동으로 추진 중인 연구과제가 있는데, 문제없이 잘 추진되고 있다”면서 “언론 등을 통해 사드 배치로 영향이 있다는 소식들을 접했지만, 정부 간 교류에 있어서는 별다른 문제가 감지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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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부 서성일 정보통신정책과 과장은 “사드로 인한 국내 ICT 기업들의 구체적인 피해 사례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면서 “혹시 문제가 발생할 것에 대비해 ICT 협회사들과 중국 동향을 공유하고 고민을 나눌 수 있는 자리를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현재 중국의 동향을 수시로 모니터링 하고 있지만 뭐라고 전망하기는 힘든 상황”이라며 “비자 체계에는 변동 사항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어 이에 대한 부분도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