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 6개월...크라우드펀딩으로 투자받아보니

인터넷입력 :2016/07/28 14:32    수정: 2016/08/16 15:50

손경호 기자

4400명 투자자 모집, 133건 펀딩 신청 기업 중 64건 성공, 총 투자유치액 102억원.

지난 1월25일부터 국내서 본격적으로 크라우드펀딩서비스가 출범한 지 반 년 만의 성적표다.

크라우드 펀딩은 자금수혈이 필요한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들이 자사 사업 아이템을 사용자들로부터 검증받고, 투자까지 유치하면서 인지도를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그러나 출발부터 풀어야할 숙제도 많다는 지적도 받았던 제도다.

28일 금융위원회가 서울 여의도 코리아에셋투자증권에서 개최한 크라우드펀딩 출범 6개월 현장 간담회에서는 임종룡 위원장과 관계기관,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투자금을 유치한 기업 관계자들이 참석해 그동안 성과와 앞으로 과제를 논의하는 자리를 가졌다.

임종룡 위원장은 "중소기업 투자에 특화된 증권사 4개를 포함해 크라우드펀딩 중개업자(플랫폼)가 12개사로 늘어나면서 펀딩 참여기업과 성공사례가 더욱 늘어날 것"이라며 "어느 정도 초기 안착에 성공했다"고 평가했다.

현재 크라우드펀딩플랫폼을 운영 중인 곳은 와디즈, 유캔스타트, 오픈트레이드, 인크, 웰스펀딩, 오마이컴퍼니, 코리아에셋투자증권, IBK투자증권, 더불어플랫폼, 유진투자증권, 키움증권, KTB투자증권이다.

■"홍보효과 거뒀으나 후속투자 여전히 어려워"

지난 6개월 간 펀딩에 성공한 회사들은 어느 정도 시장에서 가능성을 검증받으면서 홍보효과도 거뒀다는 평가와 함께 여전히 후속투자를 유치하기가 쉽지않고,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의 경우 스타트업들 입장에서는 자본시장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황에서 최소한 지켜야 할 체크리스트를 마련해달라는 의견을 냈다. 이와 함께 증권계좌를 보유하고 있어야하고, 공인인증서를 활용해야한다는 점에서 스마트기기나 인터넷에 익숙치 않지만 투자의향이 있는 50대~70대를 위한 방안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코리아에셋증권으로부터 49명 투자자를 통해 1억원을 펀딩받은 전기모터 개발사인 하이코어 박종현 대표는 "크라우드펀딩 이후 상장사로부터 투자유치에 성공했지만 여러 투자자들이 들어오는 탓에 증권사 위주 시스템에 적응해야한다는 어려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마찬가지로 코리아에셋증권으로부터 5명에게 5천만원 투자를 유치한 소수력 발전기술 전문회사인 윈월드 강수덕 대표는 "자본시장(크라우드펀딩)을 활용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린 것은 좋지만 (후속투자기관들이) 5년~6년 간 연구개발로 수 십 억 원을 쏟아붓는 기업에게 전년대비 매출이 얼마냐를 따지기 보다는 성장성, 사업성 위주로 봐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오픈트레이드에서 69명으로부터 5억원 펀딩에 성공했던 간편결제회사인 와이즈케어 송형석 대표는 "의료기관에서 이가 아파 병원에 갔는데 치료비로 몇백만원씩 되는 목돈르 내기 어려운 환자들이 최대 36개월까지 신용카드 할부를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서비스를 제공 중"이라며 "크라우드펀딩으로 홍보에는 성공했는데 이와 연계한 IBK기업은행 대출이나 기술보증기금 등으로부터 현장에서 후속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부딪쳐 보면 실적을 위주로 평가하면서 똑같은 대답만 듣고 돌아오는 일이 많았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와디즈를 통해 49명 투자자에게 3억원을 유치한 중소기업용 클라우드서비스 전문회사인 소프트웨어인라이프 장선진 대표는 "크라우드펀딩을 진행하는 동안 투자자들을 통해 비즈니스모델, 성장가능성, 계획방향, 진행상황들을 검증받을 수 있는 기회가 됐다"며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은 후속투자를 준비해야하는데 실무자들이 상세한 내용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크라우드펀딩이나 후속투자유치에 대해 투자내역을 공시해야한다는 등 법적으로 지켜야하는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배포해줬으면 한다"는 의견을 냈다.

IBK증권에서 71명에게 2억원을 투자받은 친환경 살규노독제 회사 바이탈오투 차춘열 대표는 "온라인거래에 친근한 30대~40대와 달리 자금력은 있지만 공인인증서를 써야하거나 본인실명확인을 위해 사진을 업로드해야하는 등에 번거로움때문에 투자를 못하는 경우가 있다"며 "은행에서 본인을 확인해 바로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투자금을 넣을 수 있게 하는 등 편의성이 개선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크라우드펀딩플랫폼 오픈트레이드를 운영 중인 고용기 대표는 "그동안 금융시장서 외면 받았던 기업들을 시장에 데뷔시키고, 이들 기업이 후광효과로 좋은 직원들도 뽑을 수 있게 됐다"며 "그럼에도 아직까지 투자자들이 크라우드펀딩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개선하고, 투자대상 기업도 외식업 등으로 확장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와디즈 신혜성 대표는 "크라우드펀딩플랫폼 사업자는 중개업자 범주에 있는데도 책임소재에 대해서는 금융투자업자로 해석돼 실명확인 등에 대해 엄격한 규제가 이뤄지고 있다"며 "투자자 본인이 실명인증한 증권계좌를 만들어 이곳에 투자금을 예치해야하고, 결제용으로 쓰이는 뱅크페이 모듈도 사용에 제한이 있다"고 말했다.

크라우드펀딩이 초기 안착에 성공하는 모습이나 여전히 기업들이 후속투자를 유치하기 어렵고, 사용하기 불편해 50대 이상 투자자들을 모집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크라우드펀딩 전용 장외시장 거래소 만든다

금융당국은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앞으로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에 투자했던 투자자들이 투자 대상 회사에 대한 증권을 거래할 수 있는 장외시장인 'KRX 스타트업 마켓(KSM)'을 연내 개설하고, 일정기간 보유한 증권을 팔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전매제한도 완화하겠다는 방침이다.

또한 기업은행,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등이 크라우드펀딩에 성공한 기업들을 우대하는 투자방안을 전향적으로 마련해 줄 것을 당부했다. 임 위원장은 "기업은행, 신보/기보 협업상품인 IBK희망펀딩대출이 펀딩 성공기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우대방안을 마련해줄 것"을 당부했다.

사용 편의성이 지적됐던 결제모듈인 뱅크페이에 대해서는 사용자인터페이스(UI)를 개선하고, 크라우드펀딩을 처음으로 접하는 중소기업,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체크리스트를 발행하고, 내달부터는 예탁결제원을 통해 각종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관련기사

크라우드펀딩 플랫폼과 참여 기업들이 보다 활발하게 투자유치를 할 수 있도록 투자자 보호원칙을 넘지 않는 선에서 투자광고규제도 대폭 완화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투자자 유치를 위한 광고는 플랫폼과 기업 홈페이지를 통해서만 이뤄지도록 규정됐다.

임 위원장은 "어느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에서 본 것처럼 '세상을 변화시키는 작은 돈의 힘'이라는 표현이 와닿았다"며 "크라우드펀딩이 창업기업에게 성장의 밑거름이 되고, 투자자에게 매력적인 시장으로 빠른 시일 내에 도약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