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창조과학부가 케이블TV와 IPTV 등 유료방송 사업자의 균형 발전을 위한 포괄적인 방송정책을 마련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간 합병 불허 결정을 내리면서 케이블TV 업계의 출구전략이 막히자, 미래부가 활로를 찾아주기 위한 행보로 보인다.
케이블TV방송협회는 지금과 같은 위기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지상파 재송신료를 포함해 합리적인 콘텐츠 사용료 기준 등 긴급하게 해소해야 할 현안들을 정부측에 요구하고 있다.
■ 미래부 "케이블TV, 시장 퇴출 없다"
미래부가 유료방송 균형발전 정책을 마련한 이유는 최근 몇 년 동안, 케이블TV 업체들이 급격한 가입자 감소와 실적악화로 경영상 위기를 겪고 있었기 때문이다.
미래부가 지난해 하반기 유료방송 가입자 수를 조사한 결과, 이동통신 3사 계열 가입자가 50.50%를 넘었다. 이들 사업자의 지난해 방송매출은 2조 4584억원으로 직전해 대비 20.5% 껑충 뛰어 SO 15개사 전체 매출(2조 2590억원)을 뛰어 넘었다.
유료방송 시장의 주도권이 IPTV 사업자인 통신 3사로 넘어가는 추세가 너무 가팔라, 케이블TV 사업자로서는 존폐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최근 공정위가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인수합병에 대해 ‘불허’ 결정을 내리면서 출구전략까지 봉쇄당해 위기감은 한층 고조되고 있다.
미래부는 케이블 업계가 이대로 고사하도록 두지는 않겠다는 생각이다. 최양희 미래부 장관은 11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유료방송 균형발전을 위해 세부적인 발전 방안을 만들고 있다"며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선 “여러가지 방안이 있을 수 있고, 퇴출만이 능사는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 케이블 업계의 4가지 요구사항은?
케이블TV 업계는 최근 미래부에 “방송의 공익성 제고를 목적으로 방송 정책 방향이 설정되어야 하며 지역성과 다양성을 보호해야 한다”는 입장과 함께 구체적인 4가지 요구사항을 제시했다.
먼저 일반PP, 종편PP, 지상파방송사를 포함한 '채널 사용료 정산 위원회’ 마련을 요구했다. 케이블TV 사업자들(MSO)은 방송수신료의 54.8%를 채널 수급을 위한 비용으로 지출하고 있다. 방송수신료에서 일반PP, 종편PP, 지상파 재송신료를 모두 지급해야 하는 만큼 콘텐츠 수급비용의 상한과 수신료를 각 채널에 공정하게 분배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특히 지상파 재송신에 대해선 과도한 인상을 방지하기 위한 법적근거가 필요하며, 의무재전송 채널 확대(KBS2와 MBC까지), 지상파 채널 번호 변경시 IPTV와 동일하게 방통위의 시설변경 허가를 없애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한 케이블 업계는 디지털 전환을 위해 아날로그 방송 종료에 대한 법적 제도적 근거도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케이블TV 가입자 중 47%가 아날로그 가입자다. 디지털 전환율은 연평균 12% 정도로 더디다. 지금 같은 속도로 완전 디지털화를 위해서는 20년 이상이 소요된다.
케이블 업계는 “8VSB 도입 등 자체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날로그 가입자의 대부분은 디지털 전환에 무관심해 자생적인 전환이 어렵다”며 "아날로그 방송 종료에 대한 근거가 방송법에 명문화되어 있지 않아 아날로그 방송 종료를 할 수 없는 상황 “이라고 호소하고 있다.
이외에도 케이블TV 업체들은 지역채널을 운영하는 지역 매체로써 케이블TV의 위상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방송법에 지역성의 개념 및 의미를 구체화할 수 있는 조항을 마련하고, 지역채널 평가위원회 구성, 방송법에 지역보도 시 해설.논평을 금지한 단서 조항 을 삭제해 줄 것을 요구했다.
또한 케이블TV 업계는 '결합상품 제도 개선’이 실효성을 거두기 위한 고시 가이드라인도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최근 미래부와 방통위는 ‘초고속인터넷과 유료방송’을 무료로 포장해 끼워팔 수 없도록하는 내용의 결합판매 금지 행위를 정해 고시에 포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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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된 고시안에는 ‘현저히’ 차별적인 할인율 적용을 금지한다고 되어 있지만, 현저하다는 표현이 모호해 현실적으로 규제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소비자가 이통사의 모바일 서비스와 케이블TV 서비스를 결합해서 구매할 수 있도록 한 동등결합판매제도에 대해서도 실질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 마련을 요구했다.
케이블TV업계 관계자는 “기존의 경쟁보호 정책이 신규 서비스 도입을 통한 경쟁 활성화가 주요 방향이었다면, 향후에는 공정경쟁 환경 조성을 통한 경쟁 활성화가 주요 방향으로 설정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