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TV M&A 차단..."탈출구 막혔다"

"자발적 구조조정 어려워져"

방송/통신입력 :2016/07/11 10:19

공정거래위원회의 SK텔레콤-CJ헬로비전 인수합병 불허 결정으로 케이블TV 업체들의 속이 타 들어가고 있다. CJ헬로비전을 시작으로 연쇄적인 M&A를 기대하고 있던 케이블 업계는 자칫하다 이대로 고사하는 것 아니냐는 위기의식이 고조되고 있다.

인수합병 당사자인 CJ헬로비전 뿐만 아니라 케이블TV사업자(SO) 협의회도 공정위에 "성장 절벽에 직면한 케이블 업계의 자율적인 구조조정 기회를 빼앗지 말아달라”며 한 목소리로 호소하고 있다.

■합병 불허에 케이블 업계 '부글부글'

인수합병 당사자인 CJ헬로비전은 심사보고서를 전달받은 다음날인 5일 공식입장 자료를 내고 공정위를 향해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최악’의 심사 결과”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가입자수 하락→수익률 악화→ 투자감소→ 다시 가입자 감소'라는 악순환에 직면한 케이블 업계의 현실을 외면한 공정위의 결정이 자발적인 구조조정을 막아 케이블 업계를 고사위기에 몰아넣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CJ헬로비전, 티브로드, 딜라이브, 현대HCN, 씨엔비 등 케이블TV 사업자들의 협의체인 SO 협의회도 ‘불허’ 결정을 내린 공정위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7일 SO협의회는 공정위에 이번 인수합병 불허 결정에 대한 근거를 명확히 설명해 달라는 취지의 공개 질의서를 전달하며 "공정위의 불허결정으로 인해 케이블TV업계는 구조개편을 통한 경쟁력 확보 통로가 차단된 채 지속적인 가입자 감소를 겪어야 하는 등 불이익을 받아야 한다”고 토로했다.

케이블 업계가 이처럼 강력한 입장표명에 나선 이유는 공정위가 불허 결정의 근거로 제시한 권역별 점유율 규제 때문이다. 공정위는 합병법인이 서비스를 운영할 23개 권역 중 21개 권역에서 점유율 1위에 오르고, 15개 권역에서 점유율 50% 이상을 차지하게 돼 시장 지배적 사업자가 된다는 점을 합병불허의 근거로 제시했다.

권역별 시장점유율 규제는 이미 IPTV 등 전국사업자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는 유료방송 시장 흐름과 배치되는 구태로, 납득할 수 없다는 게 케이블 업계 입장이다. 특히 권역별 시장점유율을 따져 시장 지배력을 판단할 경우, 태생부터 지역 독점권을 가지고 탄생한 케이블 사업자 모두의 인수합병이 원천적으로 차단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케이블TV사업자(MSO)의 방송매출 추이

가입자-수익성 '악화일로'

케이블 업계는 한 때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렸지만, IPTV 등장 후 시장의 주도권을 빼앗기면서 이제는 벼랑 끝에 몰렸다. 최근엔 가입자수, 매출, 영업이익, ARPU 등 모든 성장지표가 지속적인 감소 추세에 있다.

케이블TV 가입자는 올해 3월 기준 1443만에서 지난해 3월에는 1459만으로 떨어져 15만명이나 감소했다.

가입자는 수신료뿐만 아니라 홈쇼핑 송출 수수료의 기반이 되는 만큼 가입자 감소가 전체적인 방송매출 하락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방송매출은 2조2590억 원으로 직전해 보다 3.7% 줄었고 영업이익은 4056억 원으로 직전해와 비교해 10.6% 줄었다.

핵심 수익지표로 꼽히는 ARPU도 줄어들었다. 가입자당평균매출(ARPU)은 2014년 1만3323 원으로 전해보다 102원 (0.75%) 떨어졌다.

반면 IPTV는 모든 성장지표에서 가파른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IPTV 가입자는 올해 4월 기준 1308만에서 지난해 4월과 비교해 160만이나 늘었다. 지난해 방송매출은 1조9088억원으로 직전해 대비 28.3% 늘었고 방송사업매출액 기준 ARPU는 2014년 1만4591원으로 직전해 보다 76원(0.52%) 늘었다.

문제의 심각성은 케이블TV 업계가 경쟁력을 다시 회복하기 쉽지 않은 환경에 처해 있다는 데 있다.

케이블TV의 디지털 전환율은 지난 3월 기준 53.34%로 여전히 아날로그 가입자가 수는 670만명에 이른다. 아날로그 가입자는 기본 요금제도 저가인데다, 주문형비디오(VOD) 같은 부가서비스를 통한 수익 발생도 불가능해 디지털 전환은 업계의 중요한 과제다. 디지털 전환 속도도 더디다. 지난해 5월 50%를 넘은 이후 10개월이 지난 3월 현재 단 3.34%p 늘어나는데 그쳤다.

막강한 자금력을 무기로 공세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 통신사를 이겨 내기엔 규모면에서도 열세다. 또 최근 이동전화와 결합해 IPTV, 초고속인터넷 서비스를 가입하는 추세가 늘어나면서 이동전화가 없는 케이블 사업자들은 경쟁력에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M&A원천 봉쇄..."탈출구 막혔다"

미디어 전문가들은 케이블 업계가 위기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퇴로는 M&A라고 진단한다.

실제 M&A 시장에 이미 공식적으로 매물로 나온 CJ헬로비전과 딜라이브(구 씨앤엠) 뿐만 아니라 나머지 대형 케이블TV 업체들도 M&A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고려대 김성철 교수는 “(M&A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는 것이) 케이블TV의 유일한 출구인데 시장에서 자유롭게 구조조정이 될 수 없다면 케이블TV는 다 고사하게 되고 그럼 정작 지켜야할 지역성이나 공정성 같은 가치는 다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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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과 방송의 M&A를 원천적으로 막는 이번 공정위 결정은 미래 성장동력이 마땅치 않은 방송산업 전체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다.

서울과학기술대 최성진 교수는 “이번 정권에서 강조하는 창조경제의 근간이 ‘콘텐츠’인데 콘텐츠 영역이 확대되려면 방송플랫폼 사업자들이 M&A를 통해 규모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