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더는 전 세계 52개국에 진출해 있는데 한국 지사는 그 중 51번째로 설립됐습니다. 그만큼 일본 본사에서도 한국 시장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는 뜻이죠.”
브라더인터내셔널코리아에서 영업 및 마케팅을 총괄하고 있는 최정규 부장은 한국 시장 공략의 어려움을 이같이 설명했다. 프린터 업체들에게 한국은 쉽지 않은 시장으로 꼽힌다. 시장 규모는 중국이나 일본에 비해 작지만 이 시장에서 국내외 12개 브랜드가 경쟁한다. 프린터 사업을 하는 거의 모든 제조사들이 진출해 있다고 보면 된다.
여기에 삼성전자라는 강력한 토종 브랜드도 존재한다. 그렇다보니 가격과 서비스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여러가지 요소를 꼼꼼하게 따지는 소비자들도 늘어나면서 신경써야 할 것은 더 많아졌다.
1934년 일본에서 설립된 브라더는 국내 소비자들에게는 ‘미싱’으로 더 친숙한 브랜드다. 하지만 일본 브라더의 한국 지사인 브라더인터내셔널코리아는 미싱은 취급하지 않는다. 프린터, 복합기, 스캐너가 주된 비즈니스다. 글로벌 사업 현황을 봐도 지난해 기준 프린터 관련 사업부문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0%에 육박한다.
2010년 한국 지사를 설립하며 국내 프린터 시장에 진출한 브라더는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필살기 중 첫 번째로 '내구성'을 꼽았다. 브라더는 자사 프린터에 대해 2년 또는 6만매를 무상 서비스 조건으로 내걸고 있다. 업계 기본 워런티가 1년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최장 기간, 최다 출력량을 보장하는 셈이다.
“내구성이 좋다는 것을 직접 말씀드리는 것보다는 업계 최장 워런티 제공으로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미싱으로 출발한 회사인 만큼 제품을 정밀하게 만드는 것에는 특화가 돼 있습니다. 기업문화도 빨리빨리 패셔너블한 제품을 내놓는 것 보다는 충분히 테스트하고 고장없이 만족하고 쓸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 데 더 방점이 찍혀있어요.”
그 다음 무기는 바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다. 지난해부터 국내 시장에서 정품 무한리필 잉크젯 프린터를 선보이면서 개인 소비자 뿐만 아니라 가성비를 중시하는 중소기업고객들을 공략하고 있다. 특히 집에서 창업을 시작하는 1인 창업자나 소호(SOHO) 고객들이 많이 찾는다. 현재 무한잉크가 적용된 제품군은 A4 잉크젯 복합기 4종류 뿐이지만 수요가 많아 향후 다른 제품군까지 확대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무한잉크 혹은 무한리필 잉크젯은 프린터 외부에 대용량 잉크 탱크를 연결하거나 카트리지에 잉크를 직접 보충하는 형태로 비싼 카트리지 교체 없이 수 천장 이상의 문서 출력이 가능하도록 하는 개념이다. 하지만 대부분이 비정품이다보니 보충 과정에서 잉크가 새면서 보드가 고장나거나 노즐이 막혀 헤드를 교체해야 하는 장애가 나타날 수 있다. 정품 A/S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잉크 비용을 아끼려다 높은 서비스 비용이 발생해 프린터를 새로 하나 구입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이에 지난 2012년 엡손을 시작으로 프린터 제조사들이 정품 무한리필 잉크젯 제품을 들고 나오기 시작했다. 지난해 브라더가 대열에 합류한 후 캐논과 HP도 관련 제품을 선보이면서 정품 무한리필 프린터는 업계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카트리지를 판매해 수익을 올리는 프린터 제조사에게 있어 정품 무한리필 프린터는 고육지책인 동시에 비정품을 정품으로 전환시키기 위한 승부수인 셈이다.
“브라더는 정품 무한리필 잉크젯 4종에 대해서도 2년 워런티를 제공합니다. 또 기본적으로 브라더는 중가(中價) 잉크젯 제품에 무한리필을 접목했기 때문에 저가 제품 위주인 경쟁사와 내구성에 차이가 있습니다. 오피스 전용 제품이기 때문에 속도가 빠르고 별도 용지함도 탑재되는 등 성능도 뛰어납니다. 고객들 입장에서는 가격과 성능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동시에 늘어난 워런티 기간으로 리스크도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최 부장은 최근 프린터 구매시에도 장당 출력 비용(CPP·Cost-Per-Page) 뿐만 아니라 총 소유 비용(TCO·Total cost of Ownership)까지 따지는 똑똑한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단순 제품 가격만 비교하는 소비자가 하수(下手)라면 중수(中手) 들은 소모품이 싸고 장당 출력 비용이 낮은 프린터를 찾기 마련이고 이보다 한 단계 높은 고수들은 프린터를 일정 기간 유지했을 때 A/S 비용까지를 모두 포함한 총 유지 비용을 고민한다는 말이다.
“보통은 가성비를 따질때 장당 출력 비용을 먼저 따집니다. 브라더는 기본적으로 제품 라인업이 중가 이상이기 때문에 장당 출력 비용만 따지면 경쟁사에 1~2원이 비싸지만 2년을 소유했을 때를 가정해 제품 구입 비용, 잉크 구입 비용, A/S 비용 등을 모두 따지면 훨씬 경쟁력이 있습니다. 브라더는 중가 이상 제품에는 무상 A/S를 제공하고, 저가 제품들은 착불 택배로 A/S 접수를 받아 출장 서비스 비용도 들지 않도록 했습니다.”
브라더는 영업개시일을 기준으로 올해 한국 지사 설립 6년차를 맞았다. 지난해까지 5년 동안이 한국 시장에 안착하는 시간이었다면 올해부터는 본격적으로 한국 시장 점유율을 높이며 비즈니스에 드라이브를 건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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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올해부터 레인저 프린터 복합기 고객들을 대상으로 시작한 '비포서비스'를 중심으로 고객 접점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기존 애프터서비스의 개념을 뒤집은 비포서비스는 미리 설치한 프로그램을 통해 본사에서 실시간으로 프린터 상태를 모니터링해 오류를 포착하고 즉시 고객들에게 연락해 미리 서비스를 진행하는 방식이다. 출력을 할 때가 되어서야 고장을 인지하고 전화를 걸어 서비스를 접수한 후 서비스 기사가 출동하기까지 적어도 반나절 이상 프린터를 사용하지 못한채 소요되는 시간을 아낄 수 있다.
“실제 고객들과 상담을 해보면 본인들에게 어떤 제품이 필요한지를 잘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영업사원들이 고객들의 업무환경이나 사무환경, 주로 어떤 종류의 문서를 출력하는지를 상담해 어떤 제품이 필요한지 조언하고 렌탈과 구매 중 어떤 방식이 더 유리한지 맞춤형 컨설팅을 해드리고 의사결정을 돕습니다. 또 비포서비스와 연계된 대리점에서 직접 방문해 설치까지 도와드립니다. 실시간으로 내부에서 모니터링이 가능한 시스템도 지난해 갖춰놨습니다. 아직은 시작하는 단게지만 전용 콜센터 등 확장을 꾀하고 있습니다. 브라더가 프린터 업계 처음으로 시작한 비포서비스가 활성화 된다면 영업방식에도 변화가 생기고 새로운 부서도 생길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