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Brexit)'로 불리는 영국의 EU(유럽연합) 탈퇴가 현실화 됐다. 24일(현지시간) 영국에서 진행된 유럽연합(EU) 잔류·탈퇴 국민투표에서 탈퇴가 과반을 넘어 브렉시트가 확정됐다.
국내 산업계 역시 브렉시트로 야기되는 대외 경영환경 변화에 따른 촉각을 곤두세우며 대응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당장 영국의 EU 탈퇴가 실물경제 측면에서 국내 산업계에 미치는 파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이나, 영국발(發) 유럽 경기 침체로 소비심리가 위축돼 현지 판매 수요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전자업종의 경우 영국에 생산기지를 갖고 있지 않아 곧바로 받을 타격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브렉시트 현실화로 영국에 생산공장을 보유한 업체들의 경우 EU국가와의 무관세 교역이 불가능해진다.
또 휴대폰, 전자기기 부품 등은 FTA(자유무역협정)와 관계없이 ITA(정보기술협정)에 따라 영국으로 무관세 수출되고 있어 당장 현지 판매에 미치는 영향도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냉장고, 에어컨, TV 등 생활가전 제품은 향후 유예 기간이 지난 뒤 일부 관세 부담이 생길 수도 있다. 현재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폴란드에 전자기기와 가전제품 생산 공장을 두고 있다.
하지만 영국의 EU 탈퇴로 불확실성 증대에 따른 유럽 경기와 소비심리 위축이 장기적으로 현지 판매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유럽 금융시장의 파장이 직접적으로 영향이 미칠 것으로 보이진 않지만, 유로화 약세와 엔고 등 환율 불안과 인접국인 중국의 금리 대응이 미치는 영향은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경기와 소비심리도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며 "이렇게 되면 유로존 내에 제품 판매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을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은 사전 준비한 시나리오별 전략에 맞춰 현지 판매상황 등과 연계, 점검해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또 다른 전자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침체가 예상됨에 따라 소비심리 위축으로 시장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며 "향후 업계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검토해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완성차 업계도 당장은 큰 영향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향후 유럽 현지 판매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적지 않은 만큼, 상황 파악과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영국과 EU 국가에 차량을 팔고 있는 현대·기아차와 쌍용차는 수출과 현지 판매에 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들 업체는 영국이 EU 탈퇴로 2년 유예기간을 거친 뒤에는 영국 수출 물량에 대해서는 10%의 관세를 내야 한다.
다만 관세 부활에 대해서는 크게 걱정하지 않는 분위기다. 영국과의 새로운 관세협약을 맺거나 FTA를 체결하기까지 2년이라는 유예기간이 있고 그 사이 정부 차원의 관련 대응책이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영국 시장에서 16만7천여대의 차량을 판매했다. 같은 기간 유럽 전체 판매량(85만4천여대)의 20%에 달한다. 올 들어서도 지난달까지 영국에서 7만8천대를 판매, 유럽 전체 판매량(40만2천대)에서 20% 수준의 비중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현대·기아차가 국내에서 생산해 영국으로 수출하는 물량은 지난해 기준 약 4만7천대로 작년 글로벌 판매량 801만대 중 차지하는 비중은 0.005%에 불과하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영국의 경우 90% 정도가 체코, 러시아, 슬로바키아 공장에서 제조된 차량이 판매되며 10% 정도가 국내 생산공장으로부터 수출된다"고 말했다. 이어 "영국의 EU 탈퇴는 현대·기아차뿐만 아니라 전체 자동차산업 수출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며 "향후 브렉시트로 인해 수출에 어떤 변화가 생길지 지켜봐야 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현대·기아차는 이번 브렉시트로 유럽을 비롯해 글로벌 경제 및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검토해 대응책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쌍용차는 유럽에 티볼리와 코란도 C를 수출하고 있다. 지난달부터는 티볼리 에어도 판매에 돌입했다. 영국에는 이들 차종을 비롯해 렉스턴 W, 코란도 스포츠 등도 수출된다. 지난해 영국 수출은 6천여대로 전체 유럽 수출물량(2만2천여대)의 약 30% 비중을 차지한다.
쌍용차도 관세 부활에 대해서는 유예기간이 있기 때문에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다만 현지 판매 악화로 이어질 수 있는 전체 유럽 자동차시장의 침체를 경계하고 있다.
쌍용차 관계자는 "브렉시트 영향으로 유럽 내 소비위축이 예상되는 만큼, EU 국가에 수출 비중이 높은 상황에서 당혹스런운 일"이라면서도 "현지 판매 강화를 위한 마케팅 전략 수립으로 타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만 향후 관세가 부활할 경우에도 영국을 제외한 유럽 지역에서는 EU와의 FTA에 따른 무관세 혜택으로 영국에서 생산되는 토요타, 혼다, 닛산 등 일본차보다 가격 경쟁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점은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 업체의 경우 영국에서 상대적으로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지만, 영국을 제외한 다른 유럽 국가에 수출할 경우에는 관세를 부담해야 한다. 반면 영국 물량에 대해 관세가 발생하는 현대·기아차와 쌍용차는 다른 유럽국가에서 관세를 내야 하는 일본차에 비해 가격이 낮아지면서 경쟁력이 높아지는 반사이익을 볼 수 있다.
브렉시트 이후 안전자산 선호 현상으로 달러화와 엔화 가치가 상승하고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면 국산 완성차업체의 수출에도 유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다만 러시아(루블화)나 브라질(헤알화) 등 신흥국 통화 가치의 급락과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로 수익성에 악영항을 미칠 가능성도 공존한다.
경제계 역시 브렉시트가 현실로 나타났지만 실물 측면에서 유로존과 교역 규모가 크지 않아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다만 장기적으로 EU 체제 유지 문제까지 번질 경우 세계경기 위축에 불확실성까지 증대되면서 국내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클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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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상의 관계자는 "영국의 브렉시트로 인한 영향은 제한적이겠지만 영국의 EU 탈퇴가 EU 해체 논의의 시발탄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한국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상황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 "영국이 EU를 탈퇴할 경우 자유무역협정(FTA) 협상도 다시 맺어야 하는데 이를 유예기간 2년 안에 하기에는 현실적으로 무리여서 기업들에게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한편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브렉시트가 가결됨에 따라 이관섭 1차관 주재로 실물경제 상황을 점검하는 긴급회의를 갖고 대응책 마련에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