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TV, 타이밍 놓치면 제2의 '조선-해운' 추락”

구조개편 시급…업체들 “SKT M&A 심사 서둘러야”

방송/통신입력 :2016/06/15 12:02    수정: 2016/06/15 14:53

정부의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인수합병 심사가 지연되면서, 그 여파가 구조개편을 앞두고 있는 케이블TV 시장으로 확산되고 있다. 구조개편의 타이밍을 놓칠 경우, 케이블TV 시장도 조선-해운업을 답습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미 가입자 감소에 따른 매출 하락, 그리고 고용인원 감소가 현실화되고 있는 만큼, 케이블TV 업계의 구조개편, 체질개선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와 함께, 케이블TV 업계 내부에서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인수합병 문제가 조속히 매듭지어지고, 구조개편-체질개선을 위한 출구가 모색돼야 한다는 주문도 이어지고 있다.

15일 유료방송 업계에 따르면, 케이블TV 가입자가 급격히 감소하고 출혈경쟁에 따른 수익악화 까지 더해져 케이블TV 업체들이 위기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결합상품을 앞세운 IPTV 3사의 공세가 본격화되면서, 이미 IPTV 가입자가 케이블TV 가입자를 추월했고, VOD 등 새로운 수익원을 만들어 내기 위해 필요한 케이블디지털 전환율 역시 50%에 불과해 IPTV와의 경쟁에서 번번히 밀리고 있는 실정이다.

딜라이브

미래창조과학부 자료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케이블TV 가입자는 1380만 명으로, 1406만 명인 IPTV/위성방송에 추월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점유율로 계산하면 IPTV와 위성방송이 50.5%를, 케이블TV가 49.5%를 점유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방통위의 ‘2015년 방송시장경쟁상황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말 기준 케이블TV 가입자는 전년 대비 4.6%p 하락한 1461만 명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330억원 감소한 2조3642억원에 달했다.

반면 IPTV의 가입자 및 방송 관련 매출액은 매년 꾸준히 증가해, 2014년 말 IPTV 가입자는 전년 대비 5.3%p 증가한 1084만 명, 매출액은 3733억원 증가한 1조4984억원을 기록했다.

또한 케이블TV의 가입자 당 수익이 2013년 6581원에서 2014년 6046원으로 감소한 반면에 IPTV를 비롯한 비케이블TV 가입자 당 수익은 2013년 1만1181원에서 2014년에는 1만1250원으로 증가했다.

KT, 올레TV

특히 케이블 업계 선두기업인 CJ헬로비전, 현대HCN, 티브로드의 지난해 매출이 나란히 감소한 점은 케이블TV가 최고점을 지나 본격적인 '역성장' 시기로 접어들고 있다는 신호로 받아 들여지고 있다.

케이블 업계의 이같은 위기의식은 실제 고용인원 감소로 현실화되고 있다. 국내 케이블 업계 고용인원은 2014년 말 4692명에서 작년 상반기 4569명으로 2.6% 감소했다. 같은 기간 위성방송은 6.3%, IPTV 업계는 3.1% 증가한 것과 대조적이다.

케이블 업계의 위기는 시장 3위 업체인 딜라이브(구 C&M)의 부채 만기가 돌아오는 7월을 기해, 최고조에 달할 전망이다. 딜라이브는 지난 2007년 씨앤엠을 인수하면서 빌린 2조2000억원 규모의 인수금융 만기가 내달로 다가옴에 따라, 채권단과의 만기 연장(3년) 협상을 진행중인데, 만일 합의가 실패할 경우, 케이블 업계는 물론 방송시장 전반에 큰 후폭풍을 몰고올 전망이다.

이 밖에도 2위 사업자인 티브로드의 IPO(기업공개) 연기, 사모펀드 운용사인 칼라일의 현대HCN 지분 손절매 등의 악재와 함께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 기업과의 경쟁에서도 살아 남아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미 케이블TV 시장이 급격한 구조조정기로 접어들고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미디어미래연구소 권오상 방송통신정책센터장은 “방송산업의 황금기는 지났고, 이제 사망선고를 받기 전인 골든타임에 접어들었다”면서 “정부는 항상 산업을 지켜보고 신속 정확한 처방과 시행을 통해 골든타임에 접어든 국내 방송산업을 살려야 한다”고 진단했다.

그동안 SK텔레콤-CJ헬로비전 합병과 관련해 입을 다물고 있던 케이블TV 업계도 개별 업체들이 자구책을 마련할 수 있도록, 정부가 합병심사를 조속히 마무리지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전국 케이블TV방송사업자(SO) 대표단체인 SO협의회는 15일 성명서를 내고 "정부의 인수합병 인가여부 결정이 계속 미뤄진다면, 이로 인해 케이블TV의 고충만이 아니라 방송업계의 갈등도 더 심화될 것”이라며 "정부는 미루지 말고 관련 규정에 따라 엄정하게 심사해 인수합병 인가여부를 조속히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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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TV 업계 관계자는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M&A는 유료방송 시장 구조 재편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며 “이를 계기로 시장의 자율적인 구조조정이 촉발되고, 유료방송 시장의 경쟁력이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또한 “정부의 조속한 심사와 의사 결정이 필요한 시점”이라면서 “조선해운업 구조조정은 정부가 제때 해야 할 일을 미루다가 결국 패착에 이른 사안이다. 정부는 '할 일을 하지 않는 것도 규제'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