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다음 달 발표가 예정됐던 정부의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이하 단통법) 개정안 발표가 사실상 물건너갔다.
31일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정부는 원론적인 단통법 개정 계획은 있지만 아직까지 별 다르게 추진되는 내용은 없고, 6월 발표도 불투명하다는 입장이다.
또 방송통신위원회도 6월로 시한을 정하지 않고 있으며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나중에 개선안을 내놓겠다는 입장이다.
단통법 개정 논의는 작년 말 기획재정부가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언급한 것을 계기로 추진됐다.
당시 미래부와 방통위는 3월까지 단통법 성과를 분석한 뒤, 6월에 전반적인 제도 개선안을 내놓겠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단통법 성과가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양 부처 계획이 엇갈리면서 혼선이 빚어졌다.
33만원 지원금 상한제나, 20% 요금할인과 같은 기본 골격이 바뀌지는 않더라도 최소한 중소 유통점들의 구제책이나 소비자들의 가계통신비 부담을 낮추는 방안에 기대가 모아졌다. 특히 단통법 시행 이후 중소 유통점들은 줄고, 통신사들이 직접 운영하는 직영점이나 대형 유통점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여전히 일부 지역에서 성행하고 있는 불법 보조금 지급 문제가 개선돼야 한다는 비판도 컸다.
미래부 양환정 통신정책국장은 “단통법 개선안을 미래부 자체적으로 6월 말 발표할 수 있겠지만 별 다른 내용이 없어 발표 여부를 고민하고 있다”면서 “요금 납부 금액과 지원금이 비례해야 한다는 원칙을 좀 더 완화시켜 이를 명문화 하는 정도를 고려하고 있을 뿐 다른 내용은 없다”고 말했다.
지원금 비례 원칙은 2년 간 총 100만원을 내는 요금제사용자에 40만원의 지원금을 준다면, 총 50만원을 내는 요금제를 사용했을 때는 절반인 20만원의 지원금을 제공하는 제도다.
이는 고가 요금제에만 지원 혜택이 집중되는 것을 막기 위한 제도인데, 실제로는 저가 요금제에 더 많은 비율의 지원금이 제공되고 있다. 50만원 사용 요금제에 20만원보다 많은 25만원의 지금원이 나가는 식이다.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혜택을 더 보는 셈인데, 자칫 규정 자체가 소비자 편익을 차단할 수도 있어 이를 수정하겠다는 뜻이다.
양환정 국장은 “제도 개선을 할 예정이긴 하지만, 현재 이뤄지는 것과 다를 바 없다”며 “엄격한 규제를 완화시켜 명문화 하는 정도일 뿐 사실 내용은 없다고 봐야한다”고 설명했다.
방통위도 이통사 현상경품 지급 허용이나 카드 청구 할인과 같은 카드를 필요할 때 마다 내놓겠다는 기존 입장만을 고수하고 있다.
6월로 확정 지어 개선안을 발표할 계획이 없다는 설명이다.
카드 청구 할인은 카드사가 특정 단말기를 구매할 경우 소비자에게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서비스로, 방통위와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의 협의로 시행되고 있다.
한편 미래부와 방통위는 지난 4월 단통법 성과를 발표한 뒤, 공시 지원금 상한액 33만원과 선택약정 할인율 20% ‘유지’ 계획을 밝혔다.
당시 미래부에 따르면 단통법 시행 18개월 만에 이동통신 평균가입 요금은 4만5155원에서 3만9142원으로 6013원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동통신 평균 가입요금 수준은 단말기유통법 시행 이전인 2014년 7~9월에 4만5155원이었으나 지난해에는 3만8695원, 지난 1~3월에는 3만9142원으로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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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유무선 등을 합한 전체 가계통신비도 2014년에 월 15만350원에서 2015년에는 월 14만7725원으로 2625원 줄어들었다.
정부는 단통법 시행 이후 지난 1년 반 동안 극심했던 이용자 차별이 줄고, 단말기 출고가 부풀리기와 같은 부작용이 대체적으로 줄었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