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이하 단통법) 시행 이후 단말기 지원금 대신 요금에서 할인 받는 ‘선택약정할인’ 서비스가 날로 인기지만 여전히 소비자들이 받는 정보는 제한적이다.
대표적으로 선택약정할인 가입 시 ‘12개월’ ‘24개월’ 중 선택이 가능하고 받는 혜택이 ‘기본요금 20% 할인’으로 같은데도 적지 않은 가입자들이 24개월을 선택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더구나 중도 해지할 경우 24개월 약정 가입자가 더 큰 위약금(할인 반환금)을 물게 된다는 사실을 모르는 경우도 적지 않다.
“약정기간이 길면 그만큼 혜택이 더 있겠지”라는 착각으로 2년 약정을 선택, 해당 통신사에 족쇄만 더 묶이는 피해가 발생하는 것이다.
■선택약정할인 1년 단위 유리, 중복할인도 가능
선택약정할인이란 단말기 지원금을 받는 대신 다달이 기본요금을 20%씩 할인받을 수 있는 제도다. 단통법 시행 이후 단말기를 잘 관리하며 오래 사용하는 사람들이 역차별 받는 문제를 해결하고자 정부가 도입했다. 중고 및 약정기간 만료 단말기 사용자도 선택약정할인을 통해 다달이 요금을 20%씩 할인받을 수 있다.
특히 SK텔레콤 요금 할인제도인 ‘온가족할인’(기본료 최대 50% 할인)과 같은 통신사 자체 할인 혜택과 중복 적용이 가능해 선택약정할인을 잘만 활용하면 통신비 부담을 크게 낮출 수 있다. “통신사에서 제공받는 할인이 있으니 선택약정할인 중복 적용은 안 되겠지”라는 생각이 틀리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 때 소비자들이 주의해야할 점이 있다. 12개월과 24개월 약정 기간 설정이 가능한데, 무턱대고 24개월 약정을 선택하면 중도 해지 시 위약금이 크게 발생할 수 있어서다.
SK텔레콤 고객이 선택약정요금할인을 매달 1만원 받다 9개월 정도에 기기변경과 함께 통신사를 이동하게 된다고 가정해보자.
통신사가 정해놓은 할인 반환금 계산에 따르면 24개월 약정 시 7만8천원을 물어야 한다. 그런데 똑같은 혜택을 받아온 12개월 약정 고객은 6만원만 지불하면 된다. 각각 [1만원X6개월X100%]+[1만원X3개월X60%], [1만원X3개월X100%]+[1만원X6개월X50%] 계산법 때문이다.
또 12개월 약정 고객은 10개월 이후부터 추가되는 할인 반환금이 없는 반면, 24개월 약정 고객은 19개월까지 계속 할인 반환금이 더해진다. 17개월부터 24개월까지 적용받는 ‘마이너스 할인 반환금’이 더해지더라도 앞서 누적된 할인 반환금이 워낙 커 12개월 약정보다 불리하다.
만약 두 가지 조건으로 23개월 사용하고 중도 해지한다고 가정하면 24개월 약정 가입자는 9만2천원을, 12개월 단위로 2번 약정한 가입자는 총 6만원만 내면 된다.
물론 두 경우 모두 1개월만 참으면 반환금은 제로가 되지만, 불가피하게 중도 해지가 이뤄질 경우 24개월 약정이 12개월보다 손해다. 할인 반환금 산정 기준은 각 이통사별로 조금씩 차이는 나지만, 24개월 약정이 더 불리하다는 결론은 같다.
■장기 약정, 왜 단기 약정보다 불리해졌을까?
그렇다면 왜 더 오랜 사용을 약속하는 장기 약정이 단기 약정보다 불리한 상황이 벌어졌을까.
해당 법을 만든 미래부는 “당초 24개월 약정만을 뒀지만, 과도한 기간 동안 소비자들이 해당 통신사에 묶인다는 불편을 이유로 12개월 약정을 나중에 추가했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일반적인 경우라면 약정 기간이 적어지면 할인 혜택도 따라 줄기 마련인데, 약정 기간과 상관없이 20% 할인 혜택을 똑같이 적용하면서 ‘이상한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당연히 소비자 입장에서는 더 짧은 약정을 맺어도 24개월과 똑같은 할인 혜택을 받아 좋지만, 이 사실을 모른 채 24개월 약정을 할 경우 중도 해지 때 피해를 볼 수 있다.
이에 선택약정할인제 가입 시 길게 약정하면 받는 할인금액도 커져 중도 해지 시 더 많이 토해내는 이상한 경우가 발생한다는 사실을 꼭 알아야 한다.
■왜 24개월 약정을 할까?
그럼에도 상당 수 판매점들은 선택약정할인 가입 시 24개월 약정을 앞세워 안내하고 있다.
공식 확인된 내용은 아니지만 더 많은 고객을 오랫동안 묶어놓아야 통신사들로부터 더 많은 리베이트를 지급받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24개월 선택약정할인 가입자가 더 돈이 되므로 12개월 약정 가능 사실을 숨기거나, 제대로 안내하지 않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럼에도 분명한 건 12개월 약정이 24개월 약정보다 더 낫다는 결론이다. 1년 뒤 고객센터로 전화를 걸어 선택약정할인을 재신청해야 하는 번거로움만 괜찮다면 말이다.
한 이통사 고객센터 문의에서도 24개월 약정이 12개월 약정보다 불리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에 약정기간 만료 단말기 사용자들의 경우 대부분이 12개월 약정으로 가입한다고 안내했다.
미래부는 “12개월 단위로 선택약정할인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 유리한 면이 있지만, 약정 기간 만료시기에 맞춰 또 다시 선택약정할인 가입을 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있다”면서 “어르신이나, 24개월 이상 계속 폰이나 통신사를 옮길 계획이 없는 이용자에게는 24개월 약정이 오히려 더 쉽고 편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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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통신사 관계자는 “12개월 약정이 가능한데도 24개월 약정을 선택한다고 해서 더 받는 혜택은 없다”며 “어차피 단말기 할부원금을 24개월 단위로 나눠 내기 때문에 여기에 맞춰 선택약정할인도 24개월로 약정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고 밝혔다.
한편, 미래부가 밝힌 자료에 따르면 지난 1월25일 기준 선택약정할인 누적 수혜자는 약 501만 명이다. 작년 4월 할인율이 12%에서 20%로 상향되면서 신규 구매자들이 선택약정할인을 선택하는 비율이 10% 이하에서 20% 중반까지 치솟았다. 또 약정기간 만료 단말기 사용자들도 선택약정할인 제도를 적극 활용하는 추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