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GBW=4K" 논란 끝?…삼성-LG 논쟁은 계속

'화질 선명도' 명시토록 의무화 …양사 간 미묘한 해석차

홈&모바일입력 :2016/05/26 17:47    수정: 2016/05/27 07:50

정현정 기자

그간 삼성과 LG 간 4K 해상도 논쟁을 불러 일으켰던 적녹청백(RGBW) 방식 디스플레이에 대한 국제위원회의 잠정 결론이 났다. 다만 이를 두고 삼성전자와 LG전자의 해석이 엇갈려 지난해부터 이어졌던 양사 간 논쟁은 끝나지 않는 모습이다.

이번 결정으로 RGBW 방식도 4K 디스플레이로 인정받게 됐지만 디스플레이 해상도를 측정할 때 반드시 선명도 값을 함께 명시하도록 하는 단서 조항이 달렸다.

국제디스플레이계측위원회(ICDM)는 24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정기총회에서 'RGBW 방식 디스플레이 해상도 측정 기준 개정안'에 대해 RGB 방식의 화소구조 외에 RGBW, RGBY, 펜타일 등의 화소구조도 기존과 같은 해상도 평가법을 적용할 수 있다고 결론 내렸다.

다만 TV 디스플레이 해상도를 측정할 때 기준이 되는 라인(Line)의 숫자만을 세는 것이 아니라 ‘화질 선명도(Contrast Modulation)’ 값도 반드시 명시해야한다고 결정했다.

기존 측정법에도 '화질 선명도' 평가항목은 있었지만 50%만 넘으면 별도의 표시를 하지 않아도 되도록 기준값이 낮아 해상도 차이를 정확하게 나타내기 어렵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번 결정으로 앞으로는 시험기관에서 검증 등을 받을 때 이 값을 반드시 표기해야한다.

이 기준을 적용하면 UHD(3840x2160) 해상도 기준으로 볼 때 RGB 방식의 UHD TV 디스플레이는 평균 95%의 화질 선명도 값을, RGBW 방식의 TV 디스플레이는 평균 60% 수준의 화질 선명도 값을 갖는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가 주도하는 RGBW 방식이란 디스플레이를 구성하는 한 화소(픽셀)에 적색(R), 녹색(G), 청색(B) 등 3개의 부분화소(서브픽셀)가 배치되는 기존 RGB 방식에 백색(W) 부분화소를 추가한 것이다. LG전자는 해상도가 높아지고 픽셀이 촘촘히 배치되면서 빛 투과율이 낮아지는 단점을 해소하기 위해 UHD TV에 RGBW 방식을 채택해왔다. 순수 RGB 화소가 줄어드는 대신 밝기를 끌어올리고 원가를 절감할 수 있는 것이 이 기술의 골자다.

RGBW 방식은 동일한 면적에 백색 부분화소가 끼어있기 때문에 전체 화소수는 같지만 실제 색을 내는 픽셀수는 RGB 방식에 비해 25%가 줄어들게 된다. 때문에 그동안 삼성전자에서는 RGBW 방식을 4K(3840x2160)가 아닌 3K(2880x2160)라고 불러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RGB 방식(왼쪽)과 WRGB 방식 비교 (자료=삼성전자)

이번 ICDM 결정을 두고 삼성전자와 LG전자의 해석은 엇갈린다. 삼성전자는 "소비자들에게 보다 정확하고 구체적인 디스플레이 해상도 정보를 전달할 수 있게 됐다는 데 의의가 있다"며 반기고 있다. 반면 LG전자는 "RGBW가 4K가 아니라는 일각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RGBW가 4K로 인정받았다는데 더 큰 의미를 두고 있다.

또 삼성전자가 '화질 선명도'라고 표현한 'Contrast Modulation(CM)'이라는 용어에 대해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Contrast Modulation은 라인과 라인 사이에 명암 차이를 일컫는 표현으로 그동안 국내에서는 이를 나타내는 구체적인 용어가 없었다.

LG전자 관계자는 "Contrast Modulation은 라인과 라인 사이에 밝기 차이를 뜻하는 명암비"라면서 "라인 간 명암비는 일정 기준(50%) 이상이면 값의 차이는 의미가 있다고 보기 어려우며 특히 이 값은 제품 상자나 카탈로그가 아니라 인증기관 평가 시에 해당 검증서류에만 표기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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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결정은 다양한 TV 디스플레이 방식이 등장하면서 보다 정확한 해상도 정보 제공을 위해 기존 측정법을 보완해야 할 필요성에서 출발했다. 향후 ICDM은 보다 발전한 디스플레이 기술 현실에 맞게 과거의 낮은 화질 선명도 기준은 폐지하고 실제 화질 차이를 명확히 표현할 수 있도록 해상도 평가법을 최종 보완한다는 계획이다.

ICDM은 1962년 설립된 디스플레이 업계 최고 전문기구인 세계정보디스플레이학회(SID) 산하 위원회로 디스플레이 관련 규격을 제정하고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디스플레이 관련 분야 전문가 250여명과 독일 TUV 같은 전문 인증 기관, 삼성전자, LG전자, 파나소닉 등 주요 제조사 50개 이상의 회원이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