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이 장악한 서버 프로세서 시장에서 IBM이 '파워' 칩의 입지 확대를 위해 외부 파트너들의 참여로 움직이는 파워 프로세서 기술 컨소시엄 '오픈파워파운데이션'을 만들었다.
여기에 클라우드 사업자 구글과 랙스페이스, GPU기반 병렬연산 고성능컴퓨팅(HPC) 기술을 갖춘 엔비디아, 하드웨어 제조사 인벤텍과 위스트론 그리고 서버 제조사 슈퍼마이크로와 위스트론 등이 가세했다.
작년말 IBM은 오픈파워파운데이션 회원사들과 기술 협력을 통해 개발한 리눅스 전용 서버 '파워시스템즈LC서버' 3종을 상용화했다. 지난달엔 회원사 가운데 구글이 랙스페이스와 함께 파워9 기반 서버 규격을 만드는 중이라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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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M이 파워8 기반 리눅스 서버를 대량 공급하든지 구글과 랙스페이스가 파워9 서버를 자체 인프라에 많이 쓰면, 서버칩 시장에서 인텔의 독점 체제에 균열을 낼 수 있다는 희망도 품을 만하다.
그런데 인텔과의 칩 생태계 싸움을 준비하는 IBM이 환영할만한 오픈파워파운데이션 쪽 소식이 하나 더 있었다. 서버 제조사 슈퍼마이크로가 파워칩 기반 서버 제품 2종을 개발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오픈파워파운데이션에 따르면, IBM은 슈퍼마이크로에서 개발하는 시스템을 앞서 상용화한 IBM의 파워시스템즈LC서버 제품군에 추가할 예정이다. 기존 리눅스 전용 파워서버 제품군의 하드웨어 구성을 다양화하려는 시도다.
[☞참조링크: OpenPOWER Ecosystem Propels Open Innovation in Hyperscale Data Centers]
이는 향후 IBM이 슈퍼마이크로에서 만든 파워칩 기반 저가형 리눅스시스템을 출시할 가능성을 점치게 한다. 그간 IBM은 저가 서버 시장에 발을 붙이지 못했다. 저가 서버는 분산시스템 기반의 데이터 분석이나 클라우드 인프라 구축이 유행하면서 인기를 끈 품목이었다.
파워 프로세서 자체의 특성과 수익성을 고려하면 IBM이 의도적으로 저가 서버 시장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이는 결국 인텔 프로세서가 중국과 타이완 제조시설을 통해 대규모로 생산되는 저가형 서버 시장에 뿌리내리도록 방치한 셈이었다.
IBM이 직접 설계 생산하는 파워칩 기반 시스템은 여전히 저가 서버 시장에 대응하기 어려운 수준이지만, 슈퍼마이크로가 디자인하고 생산하는 모델이라면 다를 수 있다. 슈퍼마이크로는 서버용 부품과 메인보드 수천개를 직접 제조 판매하는 생산라인을 갖추고 있어, 파워칩 기반 서버도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달말 한국IBM 시스템즈 간담회에 참석한 기술영업 담당자 유부선 상무는 "슈퍼마이크로에서 개발한다는 파워칩 기반 1U 및 2U 서버는 IBM이 아니라 '슈퍼마이크로 제(製)' 파워시스템"이라면서도 "그 쪽에서 만드는 모델의 (제조) 단가 얘기를 들어 보니, 기존 IBM 파워 시스템과 수준이 달랐다"고 귀띔했다. 슈퍼마이크로가 그간 만들어 온 물량의 규모나 취급하는 부품 및 제조 공정 특성 덕분에 가격 경쟁력이 훨씬 높다는 뉘앙스다.
슈퍼마이크로가 개발 중이라는 서버 2종을 '저가 서버'라 단정하긴 어렵다. 다만 현재 IBM이 판매 중인 LC서버 시스템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메모리와 적은 스토리지 공간을 제공한다.
온라인 IT매체 어낸드텍에 따르면 슈퍼마이크로가 개발 중인 모델 중 2U 시스템은 DDR4 메모리를 512GB까지 지원하고 LFF/SFF 핫스왑 드라이브 12개를 장착 가능하며 엔비디아 '테슬라K80' 2개 또는 자일링스 울트라스케일KU115 FPGA 기반 '알파데이터KU3' CAPI 어댑터 2개를 탑재할 수 있는 파워8 프로세서 기반 서버다. 1U 시스템은 역시 512GB DDR4 메모리 구성과 테슬라K80 1개 또는 알파데이터KU3 CAPI 어댑터 2개와, 핫스왑 드라이브 4개를 장착 가능한 파워8 기반 서버다.
[☞참조링크: OpenPOWER Gains Support as Inventec, Inspur, Supermicro Develop POWER8-Based Servers]
한국IBM의 유 상무는 이를 '슈퍼마이크로의 파워시스템'이라고 표현했지만, 슈퍼마이크로는 현재 인텔과의 관계상 스스로 그 판매 주체로 나서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결국 상용화는 IBM의 몫이 될 것이다.
이런 정황만 놓고 IBM과 인텔이 조만간 서버칩 시장에서 전면전을 벌일 것이라 표현하기엔 너무 이르다. 다만 IBM은 기존보다 낮은 가격대의 파워 서버 제품군을 갖춰 인텔 서버와의 전선을 넓히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
또 IBM가 출시를 기다리고 있는 대형 제조사의 파워 프로세서 기반 서버는 슈퍼마이크로뿐아니라 타이완의 ODM 업체 인벤텍과 위스트론에서도 만들어지고 있다. 역시 오픈파워파운데이션의 컨소시엄 활동을 통해 이 회사들은 파워8 칩을 탑재한 서버 시스템을 만든다. IBM은 이를 통해 저가서버뿐아니라 인텔이 데이터센터 시장에서 아직 완전히 장악하지 못한 영역의 시스템과 프로세서 영역에 침투하려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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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벤텍의 서버는 일단 HPC 용도를 겨냥한 모델로, 엔비디아의 NV링크와 테슬라P100 가속장치를 탑재하고 16개의 DDR4 DIMM 슬롯으로 고용량 메모리 구성을 지원할 예정이지만 아직 메인보드만 제작된 프로토타입 형태라 실제 시장에 등장할 땐 콘셉트가 바뀔 수도 있다.
위스트론의 서버는 IBM과 엔비디아뿐아니라 멜라녹스까지 함께 만드는데, 역시 HPC 애플리케이션 구동을 위해 테슬라P100 가속장치 4개를 탑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위스트론은 이밖에도 CAPI를 지원하는 2U 시스템 '폴라리스', NV링크와 파스칼 아키텍처 기반 테슬라 가속장치를 품은 '폴라리스 플러스', 테라바이트 용량의 메모리 구성을 지원하기 위해 128개 DIMM 슬롯을 갖춘 데이터분석용 4U서버 '다크킹' 프로젝트 등 다양한 시스템을 준비 중이다.